[토론회] 뜨거운 대통령 선거전, 차가운 농민 시선

  • 입력 2022.02.20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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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실련과 본지 주최로 열린 ‘2022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현장 농민들이 각 당이 내놓은 농정공약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실련과 본지 주최로 열린 ‘2022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현장 농민들이 각 당이 내놓은 농정공약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전국의 크고 작은 이슈는 대통령선거 소식에 모두 묻혀버렸다. 오죽하면 국내 최대 감염자수를 갱신한 코로나19 현황 소식조차 대통령선거 관련 뉴스 뒤에 소개될 정도다. 과열된 대선전은 대통령만 새로 ‘잘’ 뽑으면 쌓여있는 온갖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현장으로 돌려보면 뉴스와는 딴판인 세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관심은 높으나 기대치는 낮은 이중의 시선이다.

5년 전 적폐정부를 몰아내고 촛불시민들이 선택한 것은 문재인정부였다. 다른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문재인정부는 ‘모내기 선거(5월)’로 탄생했고 그 이전에 백남기 농민이 참가했던 ‘쌀값보장’ 집회가 배경이 됐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첫해 쌀값 회복 성과를 냈다. 폭락만 거듭하는 쌀값을 수확기인 9월 말 선제적 쌀 시장격리 계획 발표로 단박에 끌어올렸다. 인상폭도 적지 않아 80kg 쌀 한가마당 3만원 이상 제자리로 돌려놨다. 적기에 정책을 가동한 결과였다. 공익직불제를 도입해 논·밭 직불금 편차를 없애고 소농직불금을 도입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말기 문재인정부는 쌀값 때문에 농민들 신뢰를 잃었다. 법에서 정한 ‘선제적 시장격리’의 시기를 놓쳤을 뿐 아니라 뒤늦게 발동한 시장격리 방식도 농민이 농협과 민간RPC와 경쟁해 더 낮은 값을 써내야 하는 최저가 역공매방식을 채택해 쌀값안정을 역행한 탓이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 누구 하나 농민 편이 아닌 세상에서, 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니. 각 지역의 농민들 반응은 한마디로 ‘누굴 뽑아도 똑같다’는 냉소로 일관돼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농업이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농민은 ‘1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마을에 걸린 각 당의 현수막이 아니고서는 대통령선거 분위기도 전혀 뜨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 선거가 ‘전환기’를 여는 중차대한 선거 아니냐, 물었더니 한 농민은 날카롭게 한마디 했다. “농민들에게 이번 선거는 문재인정부 농정에 대한 심판이어야 한다. 단순히 문재인정부만 심판대에 놓고 본다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농업과 농촌·농민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수십년 농업정책에 대한 심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농정비전을 내놓아야 하는데, 공약들이 큰 차이가 없다. 안타깝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당 후보들의 농정공약은 어느 때보다 ‘진일보했다’는 평을 얻는다. 현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요한 농정공약으로는 직불금 확대, 농촌주민기본소득 도입, 농업예산 확대, 농지전수조사, 식량자급률 제고 등이 있고 기후위기·재해 등에도 보완점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 농정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공약은 있으나 큰 그림은 없다’ 거나 ‘돈 몇 푼 더 주는 걸로 수십년 쌓인 농업문제가 과연 나아지겠나’ 하는 지적들은 바로 이런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전염병 위기까지 겹쳐 농업·농촌·농민은 더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수십년 위기의 늪에서 3농을 꺼내 줄 새로운 농정을,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각 당의 농정공약 담당자들에게도 한마디 보탠다. 더 분발하시라, 그리고 현장의 요구를 더 귀담아들으시라.

선택지 중에 최선을 뽑는 일이 유권자들이 할 일이라면, 20대 대선 후보들의 농정공약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헤아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한국농정>은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5개 정당 후보들의 농정공약을 분석하고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다음달 9일 결정되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은 ‘내가 찍은 한 표’에서 판가름 난다. 소중한 투표의 기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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