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 책임 전가하는 방역정책 제고해야

  • 입력 2022.01.3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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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령 제6조에 처분 기준 조항을 신설해 앞으로 정부 지정 방역 관련 위반사항이 적발된 사육농가는 대부분의 위반행위에 대해 최초 1회 적발부터 3개월 사육제한 처분을 받는다. 또한 소독설비·방역시설 등이 미비한 경우 2회 적발부터 3개월 사육제한 처분을 하도록 했다. 가축전염병 방역에 대한 사육농가의 규제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1차 적발 시 시정명령, 2차 사육제한 1개월, 3차 사육제한 3개월이던 것을 시정명령 없이 바로 3개월간 사육제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축산단체들은 농식품부가 축산농가와 소통도 없이 방역책임을 오로지 축산농가에게만 전가하려 한다며 개정안 핵심 내용인 ‘사육제한·폐쇄 조치’, ‘8대 방역시설 의무설치’ 등의 규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축산단체협의회는 “정부가 정상적 입법예고 기간도 지키지 않고 20일 만에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마치 축산단체와 사전협의를 한 것처럼 국회와 규제개혁위에 거짓 보고 했으나 우리는 개정안에 일체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축산 농민들과 사전협의가 없이 진행됐다는 것에 현장의 분노는 더 들끓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시행령 개정안의 옳고 그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어떤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 통보한다면 이것이 바로 행정 독재다. 특히 이해관계자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농민들은 문재인정부 농정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농정관료들의 독선과 무책임이 실패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현장 농업·농촌·농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농정관료들이 관성과 편의주의, 독선과 아집으로 지난 5년간 농정을 농단했다는 뜻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 과정은 바로 문재인정부 농식품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는 묵살하고 책임은 농가들에게 전가하는 것, 축산정책에서 이러한 행태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낙농가들의 생존권이 달린 유가연동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여론을 수렴·반영하겠다고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미 축산농가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입법예고를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축산농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지금 당장 시행령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사육농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가들만 옥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역 인력과 장비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방역 행정체계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같은 정부 책임은 외면하고 농가 제재를 강화해 방역의 책임을 농가에게 떠넘기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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