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개벽할 ‘민의의 대행진’, 서울에 닿다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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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함박눈이 쏟아졌던 지난 19일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교수, 지역대행진 추진위원장들이 서울대행진을 시작하기 전 농산어촌 개벽을 위한 ‘3강 6략’을 담은 현수막과 만장을 펼쳐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함박눈이 쏟아졌던 지난 19일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교수, 지역대행진 추진위원장들이 서울대행진을 시작하기 전 농산어촌 개벽을 위한 ‘3강 6략’을 담은 현수막과 만장을 펼쳐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0월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의 깃발이 높이 올랐다.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교수(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가 구심점이 된 이 대행진단은 전남에서 전북으로, 충북과 경기로, 경북과 경남으로, 다시 충남과 강원으로 총 8개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는 대장정을 두 달에 걸쳐 소화했다.

행진은 각 지역의 의미 있는 장소를 선정해 한 구간씩 약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행진’의 진의는 물리적인 것보단 철학적인 데 있었다. 대행진단은 가는 곳마다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민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공력을 쏟았다. ‘농촌은 도시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땅을 가지고 농사짓고 싶다, 여성농민을 소외시키지 말라, 재생에너지가 농촌의 삶을 짓밟는다….’ 도올·박진도 두 원로가 미처 다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나왔고, 그렇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던 농민·농촌의 목소리가 같은 방향을 향해 하나 둘 한 덩이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도올·박진도 선생과 각 지역 개벽대행진 집행위원들이 다시 서울에 모였다. 지난 두 달여간 모아낸 농산어촌의 목소리를 정리해 이 사회에, 특히 위정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농업·농촌의 지속 없이 국민 행복과 사회 발전은 이룰 수 없다, 농촌을 소멸로부터 지켜내는 일은 시대가 명하는 국가의 과제다.’ 이것이 땅끝을 출발해 서울로 걸어온 이 나라 농촌의 ‘민의’다.

광화문 청계광장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 전국대행진은, 풍물패의 들썩들썩한 야외 굿판으로 시작해 전주 코끼리유치원 원아들의 축하영상과 파주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학생들의 ‘학생 선언’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달했다. 모든 지역대행진이 그랬듯 분위기는 축제 같았지만, 참가자들의 눈빛엔 열의와 사명감이 가득했다. 행사가 중반에 이르자 이들은 전국에서 이뤄진 뜨거운 논의를 ‘3강 6략’으로 압축해 세상에 공포했다.

3강, △기후위기 대응 △먹을거리위기 대응 △지역위기 대응. 6략, △공익적직불 확대 △먹을거리기본법 제정 △지속가능 농어업 실현 △농어촌주민수당 지급 △농어촌주민 행복권 보장 △농어촌 주민자치 실현. 설명을 나눠 맡은 지역대행진 추진위원장들의 목소리는 절실했으며 각 정당 대선캠프 대표들도 이를 정중하게 전달받았다.

평상시의 모든 국가정책에 있어서도, 정치인들이 온 국민의 요구사항을 샅샅이 뒤져내는 대선 기간에조차도 농촌은 철저한 외면을 받아왔다. 이번 개벽대행진은 소외됐던 농촌 집단의 목소리를 한덩어리로 뭉쳐 정치권에 확실히 전달했다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행진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개벽대행진의 진정한 성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보다 오히려 지역의 ‘결집’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다. “한 번의 대행진으로 모든 게 이뤄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게 이뤄질 때까지 계속 행진을 이어가자.”,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전국적 조직망, 의견의 통일, 새로운 운동방향 모색을 통해 여러분(농민)이 더욱 힘차게 진행해 달라.” 이날 박진도 교수와 도올 선생의 당부에서 읽을 수 있듯, 농업·농촌의 미래를 농촌 주민들 스스로 밝혀갈 한 갈래의 길이 개벽대행진의 끝자락에서 어슴푸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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