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대행진이 농촌에 남긴 것

지역민 결집에 구심점 역할

향후 지역 변화 동력 기대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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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10월 26일 해남부터 12월 15일 춘천까지 열여덟 번의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도올·박진도 두 석학이 계기를 제공했을지언정 대부분의 과정이 지역민들의 의지와 참여로 완성됐다. 지역이 중앙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와 별개로, 지역 자체에 평소와 다른 활력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이 활력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은 ‘지역의 결집’이다. 생활터전을 공유하는 한 지역의 주민들이 개벽대행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단단하게 결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호봉 개벽대행진 전북추진위원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니 농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동안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가야 할 길에 동력이 부족했는데, 도올 선생의 철학이 구심점이 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수 있었다”며 기꺼워했다.

강원 평창 농민 우윤동씨는 “지역의 모든 농민들이 각자 갖고 있던 생각을 한 데 모으는 계기가 됐다. 평창대행진을 통해 의견들이 많이 모아졌고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되도록 모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전국대행진 참여 의지가 유난히 높았던 평창 농민들은 당일 버스를 대절해 상경했는데, 버스 안에서도 지역 문제에 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일대에서 열린 개벽대행진에서 안동 구시장 거리를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농촌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한 의미 외에도, 지역 내 연대감과 결속력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은 지난 24일 경북 안동 개벽대행진 행렬. 한승호 기자

단지 농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북 영천 농민 이영수씨는 “도올 선생과 방송인 김제동씨 등 유명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다문화센터, 환경운동가, 곳곳에 산재한 귀농·귀촌인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대행진 이후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바뀌었고, 직불제 확대나 국가책임 강화 같은 내용을 박진도·도올 선생 같은 분들이 직접 와서 얘기하니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인식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의 결집은 그 지역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실제로 지역대행진 이후 변화의 틀을 만들어가는 지역들도 있다. 박웅두 곡성대행진 기획위원장은 “곡성은 처음부터 지역공동체 회복을 중점에 두고 기획했다. 최근 들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농민단체들의 협업이 약화됐는데 대행진을 준비하면서 많이 복원했다”며 “이를 바탕삼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스스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후보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철원 농민 김용빈씨는 “대행진에 모인 걸 계기로 지역에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게 됐다. 시·군 단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춰야 할 것 같다. 철원은 농어촌기본소득 운동본부를 구성해 농민단체·상인단체 회장을 공동대표로 선출했고 이장단 등으로 범위를 더 넓혀가려는 중”이라고 전했다.

개벽대행진단이 비록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정책제안을 전달했지만 그것이 지역민들의 삶을 확실히 바꿔내리라곤 장담할 수 없다. 제안의 수용과 이행, 발효의 문제가 남아있을뿐더러 중앙에 요구하기 어려운 지역의 국지적 문제들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개벽대행진이 남긴 ‘지역 결집’이라는 효과는, 대행진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과 농촌의 발전을 도모할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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