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전환의 시대, 농업정책 방향 - 종합토론

  • 입력 2021.12.12 18:00
  • 수정 2021.12.12 20:5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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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설상가상’의 시대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양대 위기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고 있다. 이런 ‘위기의 중첩’ 속에서, 한국 농업정책의 ‘전환’에 대한 농민들의 갈망도 더더욱 쌓이고 있다. 이 갈망에 발맞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대회의실에선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이원택 국회의원 주최, <한국농정> 주관으로 ‘전환의 시대, 농업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비록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토론장에 많은 인원을 모시지는 못했으나, 인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쌀 시장격리’ 등 쌀값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토론장을 방문해 농정방향 전환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작지만 중요한 ‘전환의 계기’가 됐을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종합토론

농민·먹거리운동의 협력 통한 대안 모색해야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최근 정부와 민간진영을 막론하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건 동일하다. 그럼에도 실천전략에선 많은 차이가 보인다. 특히 농민을 전환의 ‘주체’로 바라보는지, 아니면 여전히 산업적 관점에 매몰된 채 농민 생산과정의 ‘비효율성’을 이야기하는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농업’에 대한 견해를 봐도 그렇다. 물론 스마트농업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며, 해당 기술이 중소농의 고된 노동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건 ‘농장 전체의 자동화’라는 장치 중심의 접근 방식인데, 정부는 후자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 중 일부는 스마트농업을 수용하지 못하는 농민이 ‘미래농업을 가로막는 사람들’마냥 취급하기도 한다. 결국 ‘주체로서의 농민’을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차기 정부의 농정과제라고 할 수 있다.

향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서, 우선 그동안 정부의 농촌정책이 농업정책과 조화를 못 이뤘던 점을 언급하고 싶다. 단순히 농촌의 낙후된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아닌, 전반적인 균형발전 정책으로서 농촌정책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살펴야 할 시점이다.

‘농촌정책과 농업정책의 조화’ 못지않게 ‘농업정책과 먹거리정책의 조화’도 중요하다. 특히 농업·먹거리정책과 관련해 민·관 협치체계 및 정부 부처 간 협력 관련 문제도 많이 제기됐지만, 민간 사회운동진영 내에서 농민운동과 먹거리운동이 협력하지 못했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도 내부논의가 필요하다.

먹거리기본권과 농민권리는 ‘생태농업’과 ‘농민·시민의 권리 중심 접근’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공유한다. 먹거리기본권 운동은 지역 단위에서의 먹거리 기본조례 제정과 국가 단위에서의 먹거리기본법 제정 추진으로 제도화의 길에 들어서는 중이며, 농민권리 운동 과정에서도 농민기본법 등을 통한 제도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 과정의 소통과 상호협력으로, 한국사회에서 다수가 공감하고 참여하는 대안농업·먹거리운동으로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농업이윤 창출 영역 찾아내 ‘분배정의’ 논의해야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자본주의 체제에선 농업을 돈 안 되면 ‘없어져야 할 산업’처럼 치부한다. 그렇다면 자본 입장에선 농업은 이윤 창출이 안 되는 산업일까? 그렇지 않다.

농업의 어디서 돈이 나올까? 내가 양파·마늘생산자협회 일을 해보니 어디서 돈이 되는지 눈에 보이더라. 실제로 한국냉장협회 측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농민은 그나마 농사가 잘 됐을 때 3% 정도의 이윤을 가져간다고 했다. 반면 유통업자 측에서는 이윤이 40%가 돼야 유통을 한다고 했다.

이를 양파 분야에 적용해보자. 올해 양파 20kg 한 망이 1만1,000원, 많게는 1만2,500원에 농협에서 수매됐다. 이걸 단순히 1만원이라고 칠 때, 농민은 여기서 300원 가져간다. 유통 측에선 4,000원의 유통비용을 가져간다. 가락시장 5대 청과법인이 매각될 때마다 가격이 점점 불어나는 걸 보면 유통업자 입장에선 돈이 되는 게 맞다. 반면 생산자인 농민이나 소비자인 국민은 어떤 혜택도 보지 못한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시 유통 측에선 이윤이 더 확대됐다. 올해 마늘 가격이 비싸져서 마늘저장업체들은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마늘·양파 가격이 동시 폭락한 2019년을 보면, 그때 저장업자들은 안 망했다. 오히려 돈 벌었다. 싼값에 사서 저장했다가 가격이 올라가니까 파는 식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공적인 유통구조가 없나 하면, 일단은 농협이 공적 유통구조 영역에 있다. 그러나 농협은 현재로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일례로 지역농협에서 올해 양파 20kg 한 망을 1만1,500원에 수매했는데, 이 가격이 어찌 될지 모르니 상인에게 양파를 한 망 당 1만1,700원에 창고 물량째 팔았다. 그러다가 정부에서 공공비축 수매계획이 내려오니 상인이 갖고 있는 양파를 공공비축한 것이다. 분명 공공비축은 양파 수급조절을 위해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건만, 그에 따른 이익을 양파 저장업자가 가져가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과제는 농업에서 이윤이 창출되는 영역을 찾아내, 거기서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보전농업 따른 생산량 감소 보전방안 필요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탄소중립을 위한 농정 전환은 세계적 추세가 됐다. 선진국들은 과거부터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농정 전환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국내에서도 농정 틀 전환 논의가 활발하다.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과 현재의 관행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효율성’과 ‘증산(增産)’을 이야기하며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방향의 농정을 추진해 왔다. 이젠 ‘환경 중심 농정’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다.

환경보전 활동을 하는 농민에게 본격적으로 소득보상 정책을 펼쳐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1980년대 중반부터 농민 소득보전 정책을 ‘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보상정책’으로 점차 전환했는데, 2014년부터 ‘생산량에 대한 보상’보다 ‘환경에 대한 보상’이 훨씬 더 늘어난 바 있다.

결국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고민해야 할 점은 ‘환경보전 농업 확대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어떻게 보전할까’란 점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환경을 보전하며 생산량도 보전하는 방안을 농촌진흥청 차원에서도 심도 깊이 연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농진청에서 이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

한편 농민의 환경보전 활동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으로서 선택형직불제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게 핵심이 아니다. 직불제는 이미 기획재정부가 2조4,000억원의 예산으로 못을 박아버렸다. 이걸 더 늘리겠다고 기재부에 아부할 필요 없다. 따로 예산을 만들면 된다. 환경·경관·역사·문화·공동체·국민정서 함양 등에 기여하는 농민에게 보상금, 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따로 만들면 된다.

농정 틀 바꾸려면 ‘여섯 개의 벽’부터 넘어야

조원희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농정 틀 전환을 가로막는 여섯 개의 벽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기획재정부의 벽이다. 정부나 당에서도 기재부의 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인 걸로 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이와 관련해 “농정 예산 편성의 큰 틀을 농식품부가 쥐게 해 자체 편성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둘째, 청와대 경제수석의 벽이다. 농정을 경제정책의 하부체계로 인식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경제수석실 밑에 농해수비서관이 편재된 체계를 균형발전·지방소멸 대응·탄소중립 등을 위한 ‘협치형 컨트롤타워’로 개편하는 건 어떨까 싶다.

셋째, GMO 완전표시제를 가로막고, 식품위생법을 통해 농촌 혁신도 가로막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벽을 넘어야 한다.

넷째, 관료주의의 벽도 문제다. 최근 농정의 주된 경향은 민·관 협치인데, 여전히 관료주의로 인해 협치가 쉽지 않다. 관료주의의 폐해와 관성이 극복돼야 한다.

다섯째, 농업계 내부 분열·불신의 벽을 넘어야 한다. 농업계 내부에서 정부나 정치권, 예산당국을 향해 단일화된 메시지, 단결된 힘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듯하다. 단결된 힘이 있어야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가능하다.

여섯째,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의 벽을 극복해야 한다. 요소비료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가 식량위기를 동반한다고 볼 때, 국민적 관심이 농업·농촌·농민 문제로 쏠릴 수 있도록 체계가 만들어져야 농정 틀 전환도 가능하다.

‘공공’의 정의·범위에 대한 논의 필요

최봉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과 김태연 단국대 교수가 공통적으로 ‘공공성’, ‘공공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과연 무엇이 ‘공공’이고 ‘공공농업’인지, 어떠한 행위를 공공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게 어떻게 공익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생각과 합의, 여러 가지 토론이 필요한 듯하다.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어디까지가 민간의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정부의 영역인지에 대해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어느 범위에서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야 좋을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 논쟁 또한 정부가 생긴 이래 계속된 논쟁이다.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가 있어 쉽게 결정하긴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오늘 가장 많이 거론된 내용 중 하나가 농민·정부·전문가가 (전환을 위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큰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정해진 방향성에 따라 세부사업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중토론

한 곳이 다른 곳을 수탈하는 ‘지역양극화’ 문제 직시해야

이석하 영광군농민회 사무국장

오늘 논의과정에서 농정 틀 전환을 위해 ‘지역소멸’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영광군을 비롯한 전남 농민들은 ‘지역소멸’이란 표현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정확히는 ‘지역양극화’ 문제다. 뻬앗기는 사람이 있으면 뺏는 사람이 있듯이, 한국사회에서도 도농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광군의 경우 가장 큰 현안으로 쓰레기발전소(열병합발전소, SRF) 문제와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문제가 대두된다. SRF 문제는 하루 318톤의 외부 쓰레기가 영광으로 들어오는 문제인데, 이 쓰레기는 도시에서 나온다. 자기 지역의 쓰레기를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 농촌으로 보내는 것이다. SRF 설치에 따른 이익도 공적 이익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신재생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영광엔 무분별하게 해상풍력, 연안풍력, 습지태양광, 염전태양광 등 온갖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가 세워진다. 영광 원전의 전기도 영광 농민들이 못 썼는데, 원전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이 모든 신재생에너지는 오직 도시를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양극화’, 즉 한 곳이 다른 곳을 수탙하는 문제를 직시해야 진정한 대전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좌장

정책 이끄는 사람들의 ‘가치판단’ 중요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전반적인 논의에 약간 덧붙이고 싶은 건, 우선 농정 틀 전환을 위해선 ‘농협 개혁’과 ‘지방정부 개혁’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늘 논의에선 이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안 나온 듯해 아쉽다. 특히 지자체 농정에서 관(官)이 보이는 문제는 반드시 개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최봉순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농정 틀 전환과 관련해 정부가 펼치는 정책은 결국 ‘가치판단’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판단의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정책은 달라진다. 정책을 이끄는 분들의 가치판단이 중요하다는 걸 언급하고 싶다.

오늘 여러모로 중요한 의제가 많이 도출됐다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에선 농정 틀 전환을 위해 민·관이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아울러 현재 시기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인 만큼, 여기서 논의되는 많은 과제가 대선 출마자들의 농정공약에 많이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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