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논의 중단해야

  • 입력 2021.11.0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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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소위 자유무역협정(FTA) 강국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57개국 17건에 이른다. 이제 웬만한 나라와는 FTA를 모두 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 또는 다자간의 이익의 균형을 통해 각국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자유무역을 칭송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설령 국가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통해 국익을 도모한다고 해도 그늘은 있다. 우리에게 자유무역의 그늘은 다름 아닌 농업이다. 농민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1995년 WTO 출범 이후 우리 농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시 800만명이었던 농민 인구는 지금 200만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20여년 만에 농민의 수가 4분의 1로 급감했다. ‘선 대책 후 협상’이라는 정부의 원칙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 대책이라고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도 없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 기존의 정책과 과거에 발표한 대책을 ‘표지갈이’ 해 내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인 서삼석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지원대책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정부의 피해대책 예산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메가 FTA라 할 수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오랜 논의 끝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다. 우리 역시 TPP 참여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의 TPP 참여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CPTPP에 참여한다는 것은 참여국들의 이른바 ‘입장료’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익은커녕 우리 시장만 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농축산물 시장은 더 많은 개방 요구가 있을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가장 첨예한 이해당사자 농민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반적으로 CPTPP 가입을 발표하는 것은 통상절차법에도 어긋나는 행태다. 통상절차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협상 개시 전 ‘통상협상의 목표’, ‘추진일정과 기대효과’, ‘주요쟁점과 대응방향’ 등의 내용이 담긴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에 앞서 반드시 이해관계자와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며 국제적 분업체계의 한계를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한·일 간 무역분쟁에서도 다시금 확인된 바 있다. 자유무역이 최선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요소수 문제로 디젤 차량이 멈출 위기에 처해 있다. 싼값에 수입해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국내 생산 기반을 붕괴시킨 결과다. 물류 대란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도래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만일 요소수가 아니라 식량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입 농축산물에 의존해 국내 농축산물 생산 기반을 붕괴시킨다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된다.

이제 또 다른 자유무역협정을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농업을 어떻게 회생시켜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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