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병충해 피해, 특단의 대책 강구돼야

  • 입력 2021.10.1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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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 작황이 심상치 않아 수확을 앞둔 들녘에는 한숨이 가득하다. 본격적인 벼 수확을 앞둔 시기에 연이어 들려오는 병해충 피해 소식은 올해 풍년을 기대했던 농가에 큰 좌절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50여일 넘는 장마와 태풍으로 52년 만에 최저 생산량을 기록할 만큼 큰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도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벼 재배 농민들에게 크나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9월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풍년을 기대할 만큼 벼 작황이 좋았다. 하지만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열병 등이 확산되면서 좌절로 바뀌었다. 때아닌 가을장마로 잘 익어가는 벼에 벼이삭도열병, 깨씨무늬병, 목도열병 등이 번졌고 벼 이삭은 하얗게 말라버리거나 흑갈색으로 변했다. 충북 제천에서는 지난해 침수피해를 입은 논의 98%가 전염이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데 한 가지 병이 아닌 여러 종류의 병이 전반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장마보다 더 예측하기 까다롭다는 가을장마가 위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도 이유지만 지난해 재해의 영향도 크다. 이처럼 한 번 재해가 발생한 곳은 그 다음 해에도 취약한 환경에서 농사를 시작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땅속에서 병원균이 월동해 내년에도 재발할 우려가 큰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재해로 인한 피해가 올해 한 번으로 끝나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피해를 야기한다는 것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농업에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제는 예전과 같은 환경을 예측해 대비하기에도 힘들어졌다. 과거와 같이 경험에 의존해 날씨와 작황을 의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기후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신할지 전망하기 더 어려워졌고 이제는 인간이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을 뛰어넘는 불가항력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농민들이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농촌현장에서는 다 자라 수확만을 앞둔 벼를 갈아엎을 만큼 병충해가 심각한 상황이고 생산비는커녕 올해 망친 농사로 생계마저도 장담할 수 없어 낙담하고 있다. 설령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벼를 수확해서 얻는 소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험금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보험도 마땅한 대안이 아니다. 결국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곡수요량보다 부족한 수확량을 보면서 쌀만은 자급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정부도 쌀도 언제든지 생산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주식인 쌀농사의 위기상황이 2년 연속 계속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병해충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기 전의 쌀 생산량 예측자료를 가지고 쌀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는 재해로 고통받는 농가를 더 서럽게 하는 행태이고 분노케 했다.

자연재해는 개인의 과실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의존적인 농업이 재해로 인해 받는 피해를 지금까지는 농민 개개인이 감당해 왔다면 이제는 개인이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 불가항력적인 농업재해를 농민 몫으로 돌려서도 안 되고 보험이라는 영역에서 처리하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국가 먹거리의 공급자인 농민이 받는 고통을 방치한다면 한국농업에, 아니 국가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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