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위한 돈벌이 활로 열어주는 지자체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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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식물공장 앞에 진열된 식물공장 재배 채소.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식물공장 앞에 진열된 식물공장 재배 채소.

일부 지자체가 식물공장 사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언론과 중앙·지방 정치인들은 식물공장을 미래농업 대안으로 떠받들고 있지만, 지역 농민들로서는 식물공장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식물공장 설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 중 하나가 광주광역시(시장 이용섭, 광주시)다. 광주시는 지난 1월 26일 시청에서 이용섭 광주시장, 김삼호 광산구청장,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팜에이트 및 광산구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팜에이트는 서울 5개 지하철역에 조성한 식물공장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소포장 샐러드를 가공·유통하는 스마트팜 업체다.

투자협약에 따라 팜에이트는 내년까지 광주시 광산구 송학동에 150억원을 투자해 5,800㎡ 부지에 연 면적 4,958㎡의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미 부지 매입은 완료됐고,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조만간 착공에 들어간다고 한다.

왜 하필 광주시일까. 식물공장 사업은 광주시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 기반 그린뉴딜’ 구미에 당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용섭 시장은 1월 26일 협약식에서 “도시농업과 미래첨단농법을 선도하는 국내 최대 스마트팜 전문기업 팜에이트가 첫 지방 진출로 광주를 선택해줘서 감사하다”며 “팜에이트가 우리 광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해 광주 농업혁신과 좋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찬양해 마지않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광산구 송학동일까. 광산구 농민 출신인 국강현 광산구의원은 “인근 광산구 연산동에 2023년 쿠팡 물류창고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식물공장이 들어설 송학동 부지에서 831번 지방도로를 약간 거슬러 올라가면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나들목이 있으며, 거기서 고속도로를 타고 10분 가량 올라가면 바로 다음 나들목이 서광산 나들목이다. 이 서광산 나들목 인근에 쿠팡 물류창고가 만들어지고 있다.

쿠팡은 위메프·티몬·옥션·11번가 등과 함께 팜에이트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로, 식물공장 채소의 쿠팡 물류창고 공급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추측된다는 게 국 의원의 분석이다.

국 의원은 “광주시는 농민수당 문제 등 지역 농민들의 현안에 대해선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식물공장을 지역 내에 만들려는 업체는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편의 제공에도 힘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라며 “1월에 식물공장 관련 협약을 맺을 때도 지역 농민들에겐 이렇다 할 설명이나 협의도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는 팜에이트에 조세감면 및 보조금 지원 등 관련 규정에 의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역 내 생산기반기술 인프라 활용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식물공장은 광주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지자체에 들어서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는 ‘에코잡시티’ 태백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식물공장을 세우고자 한다. 식물공장 조성에는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과 지엔원에너지가 협약기업으로 선정됐다. 그 밖에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도 식물공장 조성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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