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미래농업 대안 아니다

  • 입력 2021.03.0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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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 한 지하철역의 식물공장. 모 농업회사법인이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운영하는 이곳에선 7종의 유럽 품종 채소를 재배하며, 한 달 최대 1.1톤(하루 약 51kg)의 채소를 생산한다.

밀폐형 스마트팜인 이곳의 작물들은 순환식 수경재배 방식으로 키워지며, 햇빛 대신 발광 다이오드(LED) 빛이 채소를 자라게 한다. 해당 식물공장의 채소들은 ‘3무(3無. 무농약·무GMO·무병충해) 실천’ 농산물이자 ‘미세먼지 걱정 없는 청정채소’로 홍보되면서 역 구내 카페에서 샐러드 재료로 이용된다. 그리고 일부 음식점이나 샐러드 식품업체로도 공급된다. 현재 이곳을 비롯해 서울 내 5개 지하철역에서 식물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한 지하철역의 식물공장. 보다시피 식물공장의 작물들은 토양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햇빛 대신 발광 다이오드(LED) 빛을 받으며 자라난다.
서울 한 지하철역의 식물공장. 보다시피 식물공장의 작물들은 토양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햇빛 대신 발광 다이오드(LED) 빛을 받으며 자라난다.

‘연중 신선한 농산물’ 공급하면 끝?

언론은 식물공장 예찬론을 펼친다. 연합뉴스 TV는 지난달 20일 한 기사에서 위에 언급된 지하철역 식물공장을 소개하면서 “연중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성은 일반농지보다 40배 높다”며 “식물공장은 환경과 장소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농업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소개했다.

정말로 도시민들에게 식물공장을 통해 ‘연중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면 모든 농업문제가 해결될까?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남는다.

첫째, 식물공장 농업은 친환경농업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농약 농산물’은 맞을지언정, 친환경농업의 본질인 토양보전·생물다양성 강화·토종작물 다양성 복원 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게 식물공장 농업이다.

둘째, 식물공장 예찬론의 배경엔 ‘도시민들에게 농약 걱정 없고 병해충에 시달리지 않은 깨끗한 농산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철저히 도시중심적 관점이 자리잡고 있다.

‘농촌’에서 농사지어온 ‘농민’들이 기후위기와 자연재해에 시달리든, 힘들게 재배한 농산물의 판로를 못 찾아 고심하든, ‘일반농지보다 생산성이 40배나 높은’ 식물공장에서 먹거리를 대량생산해 도시민에게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식물공장이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른다면 농민들은 더더욱 판로를 찾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식물공장이 ‘기후위기 대응 농업’이라지만, 정작 식물공장은 기후위기 악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양승룡 교수와 임송택 박사의 2011년 논문 ‘식물공장은 지속가능한 대안인가?’에 따르면, 식물공장의 에너지 투입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시설채소 대비 약 60배 수준이다. 식물공장에서 상추 1kg을 생산하려면 경유 8.7리터에 해당하는 1차 에너지가 투입되고, 약 15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성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부터 식물공장에 과도한 기대

식물공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정부 기관 및 일부 유력 정치인에게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 12월 발행한 <농업기술길잡이 191-식물공장>에서 식물공장에 대해 “지역·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환경을 최적으로 만들어 연중 농산물을 계획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기술”이라며 “고품질 안전 농산물의 지속 생산이 가능하고 소비자의 요구, 기호에 부응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농진청은 ‘미래 식물공장의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1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식물공장으로 돌리는 가상실험도 진행 중이다.

한편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장관 재임 시부터 식물공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식물공장 업체를 방문해 ‘스마트팜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서울시장 당선 시 농업·먹거리정책과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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