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에도 농민이 있다

  • 입력 2020.10.18 18:00
  • 수정 2020.10.18 19:2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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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요기동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추수를 하고 있다. 황금들녘을 이룬 농경지 모습 뒤로 평동 일반산업단지와 광주시의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빽빽하게 보이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요기동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추수를 하고 있다. 황금들녘을 이룬 농경지 모습 뒤로 평동 일반산업단지와 광주시의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빽빽하게 보이고 있다.한승호 기자

우리나라의 각 행정구역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광역시’들은 수도 서울특별시 다음가는 위상을 가진다.「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광역시는 도·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와 함께 광역자치단체로 분류되지만, 실제론 동일 권역의 ‘도’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원인은 다름 아닌 인구의 이동이다.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인천광역시와 중공업에 특화된 울산광역시를 제외하면, 광주·대구·부산·대전 등 거점 도시의 정주 인구는 각자 마주보고 있는 도 전체의 인구와 대등한 수준까지 육박했다. 수십년 간 탈농·이촌을 결심한 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향한 곳이 서울 아니면 이들 광역시였고, 이제 각 도시는 관할 구역을 넘어 권역 내의 경제·문화 그리고 각종 산업의 중심지 역할까지 도맡은 지 오래다.

도시에서만 자란 이들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광역시의 책무에는 농업의 육성도 엄연히 포함된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광역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심지어 그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직할시가 광역시로 승격·전환되면서 대부분의 직할시는 인근의 기초지자체 한 곳 전체 혹은 일부를 자신의 행정구역에 편입시켰다.

이 같은 기조는 도·농 복합도시로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광역시를 추구하겠다는 당시 정책에 따른 것으로, 근교에 살고 있던 농민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민으로 편입됐다. 그리고 일부 도시에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시에 살게 된 탓에 역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농민들이 있다.

편입된 농촌 지역의 행정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통합을 꾀했던 인천·부산·울산·대구 등과 달리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는 대덕군과 광산군을 편입시키면서 행정구역을 ‘구’로 재지정했고, 자연스레 읍·면은 전부 동으로 바뀌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농촌 가구와 농지가 인구와 토지 구성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농어촌에 적용되는 정책 특례가 행정구역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껴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농정 예산까지 지속적으로 깎여나가며 ‘도시 농민’들의 피해의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도시 계획과 정책 수립은 법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권한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자율권을 우선하기엔 여전히 이들 도시가 챙겨야 할 농민이 꽤 많은 것이 문제다. 광주의 경우 같은 해 기준 통계에 잡힌 농가와 농가인구 수는 각각 1만238가구, 2만4,101명으로 전남 22개 기초지자체 평균(6,536가구, 1만3,54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전라남도의 도농복합도시로 꼽히는 순천시(1만614명)나 쌀 생산량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해남군·고흥군(각 1만명) 정도만이 겨룰 수 있는 수준이다.

자작농이건, 부재지주에게 땅을 빌린 임차농이건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있을 광주광역시 농지규모도 지난 2018년 기준 논·밭을 합쳐 9,446ha다. 이는 농촌 지역 기초지자체로 분류되는 구례군(6,049ha)을 훨씬 능가하며, 장성군(1만415ha)이나 담양군(1만633ha)에 필적하는 수치다. 농가 수와 달리 농지의 규모엔 허수가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광주광역시가 남들만큼 농업을 챙겨야 할 당위성은 충분한 셈이다. 늘 자신의 처지를 다른 지역의 농민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도시 농민들의 한탄과 요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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