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게 있어 ‘구’와 ‘군’, 이름만 다르지 않다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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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전남 나주시 노안면에서 바라본 광주광역시 모습. 사진 위쪽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 밀집 지역이 광주 도심이다. 한승호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전남 나주시 노안면에서 바라본 광주광역시 모습. 사진 위쪽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 밀집 지역이 광주 도심이다. 한승호 기자

농민수당 도입 갈등 속에 광주광역시 농민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광역시에서 농사짓는다는 이유만으로 인근 전남 시·군이나 군을 유지한 타 광역시 농민들보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제의 핵심엔 행정구역이 있다. 행정구역을 통합하거나 편입하면서 광역시 안에 ‘군’을 유지한 지자체 농민들의 경우 그나마 농민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이나 혜택이 유지되지만, 광역시로 편입되며 ‘구’로 바뀐 경우 그 혜택이 줄뿐만 아니라 세금도 더 내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다.

광역시 농민들이 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받지 못하는 혜택은 다양하다. 읍·면 등 농촌지역에 살면 받을 수 있는 각종 세금 혜택과 농어촌지역 대학 특별전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유민봉 의원은 “광주시와 대전시의 경우 동을 읍으로 전환시키면 보험료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각각 1,400만원, 1,200만원을 덜 내도 되지만, 오히려 읍이 동으로 되면서 각각 1억3,000만원, 1억2,00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광역시 농민의 경우 세금 감면도 구에 산다는 이유로 도시기준으로 편성받아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 의원은 당시 “현재 도시형 행정구역으로 남아있는 대전과 광주의 농촌지역은 농촌의 특색을 여전히 보유하고 급속한 노령화, 슬럼화의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물론 국비와 시비가 결합하는 농업 정책사업 지원비도 인근 시·군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광주시의 경우 광역시라는 이유로 정책 자체가 도시에 집중되고, 농업 정책의 경우 비중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광주시는 전라남도의 시·군들이 에워싸고 있는데 그 경계선에서 농사를 짓는 광주 농민의 경우 시설 지원이나 혜택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인근 시·군의 경우 정책 수립이 농업 중심인 까닭이다.

예산과 부처 편성만 살펴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2018년 기준 광주시의 경지면적은 9,446ha이고, 농업예산은 522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38%를 차지한다. 9,245ha로 비슷한 경지면적을 갖고 있는 곡성군의 경우 농업예산이 62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9.47%에 육박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지자체 예산 중 농림업 부문 예산은 7% 수준이지만 광역시의 경우 1~2% 수준일 정도로 미미하다. 또한 도시지역 지자체 평균은 4.5%이고, 농촌지역 평균은 15.5%에 달한다.

부처 및 인원 편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광주시의 경우 일자리경제실 산하에 생명농업과가 있고 24명이 편재돼 있다. 곡성군의 경우 농정과에만 30명의 인원이 있고, 환경축산과엔 29명이 더 있다. 농업기술센터 인력 편성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광역시 농민들은 자신이 살아온 터에서 농사를 지어왔을 뿐이다. 행정구역이 구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엔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화성시의 남양동이 읍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2000년 남양면이 동으로 승격하고 14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9월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을 다시 면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김남국 의원이「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역차별을 호소해 온 광주 농민들의 외침이 행정구역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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