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문재인정부 농정 4년차, 말만 화려했을 뿐 ‘빈털터리’

[2020 국정감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형·영농형태양광, 대통령도 깜빡 속아
농작물재해보험,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
5년 마다 세운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률 ‘0’
농식품부, 18개 부처 중 예산 증가율 ‘꼴찌’
공영도매시장 경매제, 시장도매인제로 견제해야

  • 입력 2020.10.09 18:00
  • 수정 2020.10.19 09: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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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 7일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이개호,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국정감사를 첫 일정으로 출발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극심한 이상기후,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해 보다 어려웠던 농업·농촌·농민들을 여·야 의원들이 대변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자리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4년차의 농정은 대통령의 말만 빛났을 뿐 현실 농정을 바꿔놓지는 못했다고 혹평 받았고, 농작물재해보험, 식량안보, 태양광사업 등이 집중 거론됐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과 문재인 대통령 경남 양산 땅 구입 문제로 정쟁 양상도 빚어져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이들의 피로도를 높였다.

국회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야당의원들의 공세와 여당의 수세가 팽팽했기 때문이다. 유가족 중 고인의 친형 증인신청 문제가 논란의 중심이었다. 여당 간사 서삼석 의원과 야당 간사 이만희 의원이 당장 다음날인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 증인 요청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계획보다 40여분 늦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첫 일정으로 시작한 가운데 김현수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첫 일정으로 시작한 가운데 김현수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대통령도 깜박 속은 농촌형태양광과 영농형태양광

첫 질의 순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태양광사업’을 집중 공략했는데, 농지 잠식 우려를 바탕에 뒀다.

권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태양광 보급이 확산되고 있고, 여의도 면적의 27배까지 늘었다”면서 “농지를 잠식하면서까지 농촌에 태양광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촌형’태양광사업과 ‘영농형’태양광사업의 차이를 일반인들은 잘 몰라서,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영농형태양광 순기능만 너무 확대됐다고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를 예로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한 태양광 관련 발언을 보면, 쌀 소득이 20% 줄었지만 에너지 생산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완된다고 농촌지역 태양광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농사도 짓고 농가소득도 더해진다는 건 ‘영농형태양광’사업인데, 현재 농촌지역의 90% 이상이 농촌형태양광이다”고 실태를 밝혔다. 설치비만 비교해도 영농형태양광 부담이 7배 가량 더 높아 확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 의원은 “대통령이 (농촌형)태양광을 설치한 뒤 농지가 잡종지로 전환돼 다시 농지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곧 농림축산식품부의 ‘허위보고’에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현수 장관은 농사 병행이 가능한 영농형태양광을 집중 보급하는 것에 찬성하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 장관은 “영농형태양광을 지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는 적합 품목, 기술 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보다 태양광발전에 앞선 독일은 물론 일본 역시 검증 중에 있다. 비진흥구역이나 염해간척지 등에 적극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농형태양광의 농가소득 기여분을 극찬하며 “농업진흥구역에도 적극 검토하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전남 보성 영농형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벼 수확현장을 다녀왔다”면서 벼 소출이 20% 가량 줄어들었지만 농사만 지을 때보다 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농식품부에도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독려했다.

이에 김 장관은 “농가소득 차원에서 영농형태양광이 매력적이지만, 비진흥지역이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며 “전국 농지 159만ha 중에서 진흥지역은 80만ha가 채 안 된다. 나머지 비진흥지역에 도입하되 시군별 에너지 계획 등 체계적 질서를 잡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번 들어가면 20년 고정하는 시설물 설치는 조심스럽다”고 되레 우려했다.

서삼석 의원이 무성의한 식량자급률 목표설정과 목표달성을 위한 안일한 자세를 지적하며 농식품부 책임을 강조했다. 서삼석 의원실 제공
서삼석 의원이 무성의한 식량자급률 목표설정과 목표달성을 위한 안일한 자세를 지적하며 농식품부 책임을 강조했다. 서삼석 의원실 제공

 

농식품부, 식량자급·농업기반 ‘직무유기’ 여전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량자급 위기 상황에 나태한 농식품부를 집중 질타했다. 서 의원은 국감에 앞서 농식품부가 제출한 자료 ‘10년간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 현황’을 분석해 보도자료를 냈다. 서 의원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9개 사업에 농식품부가 투입한 예산만 13조5,200억원”이라고 밝히며 “하지만 단 한 번도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감장에서도 서 의원은 주먹구구식 자급률 목표 설정 등을 문제 삼았고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고 장관을 몰아붙였다.

올해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불가해 농촌현장에서 인건비가 급등하고 이상기후와 코로나19로 농민들 피해가 막심하지만 4차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이 농업·농촌 관련성이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의원은 “의욕을 상실한 농민들한테 실효성 높은 보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식량자급률 하락폭이 심각하다. 더욱이 우리는 1,6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도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자급률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경매제 ‘맹신’ 거두고 시장도매인제 도입해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 폐해를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개선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거대자본이 도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농민들은 가격도 모른 채 깜깜이 출하를 하고 있다. 같은 물건을 내놔도 도매법인 간 경락가격이 극심한 상태다. 현행 경매제가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게 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강서시장에 도입한 시장도매인제를 병행할 수 있게 국회가 농안법을 개정해놨더니 정부가 시행령으로 37개를 묶어 놨다. 장관이 꼭 쥐고 있는 것 중 7개 정도는 유지하되 나머지는 지방분권시대에 맞게 과감히 풀라”고 말했다.

특히 도매법인협회에 농식품부 퇴직자들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상근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김현수 장관에게 묻기도 했다. 경매제 맹신 배경에 대한 추궁이었다.

김현수 장관은 시장도매인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다. 김 장관은 “농가 출하선택권 확대와 유통단계 축소는 활용할 부분이다”고 말하면서도 “강서시장 경매가는 동일품목과 비교해 굉장히 낮다. 가락시장 경매가격은 대표가격 역할인데, 만약 강서시장처럼 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면 전체 농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또 시장도매인제 가격은 노출이 잘 안 되고 거래투명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거듭된 윤 의원의 문제제기에 김 장관은 “가락시장은 리스크가 크니 다른 시장에 적용하는 방안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만희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산적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고, 농민과 군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생생한 증언을 국감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만희 의원실 제공
이만희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산적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고, 농민과 군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생생한 증언을 국감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만희 의원실 제공

 

자연재해에 무기력한 농작물재해보험, 전면 개정해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방향을 집중 질의했다. 참고인도 현장 농민과 군 의원을 불러 생생한 증언을 유도했다.

이 의원은 “농업인 입장에서 자연재해 현실적 보상은 농작물재해보험과 재해대책 두 가지 뿐인데, 재해보험이 상업보험이 아닌 농민들의 소득보장을 위한 정책보험임에도 농민들한테 점점 외면 받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올해처럼 기후위기가 극심한 상황에 지역별 할증제, 보장률 일방 축소, 손해평가 불신 등 고칠 것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제시 0.4ha 논에 벼가 모조리 쓰러졌다. 도복피해를 보상받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들었는데, 농가는 7만7,000원을 받는다”고 실태를 전해 농작물재해보험 설계가 현실과 괴리된 점을 증명했다.

하지만 김현수 장관은 “보험은 보험다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책보험이기에 정부가 50%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는데 얼마나 더 지원해야 한다는 거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보장성을 넓히는 것이 보험의 지속가능성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고수했다.

이 외에 여야 의원들은 원산지 표시제 위반 증가,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 김치자급률 제고 등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밤 11시까지 이어졌으나, 매년 되풀이 되는 문제가 다시 한 번 논의의 장으로 꺼내지고, 피감기관인 농식품부는 ‘검토해보겠다’는 긴장감 없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해 왔지만 현실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성 발언을 이어갔으나, 대통령이 구입한 고향땅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면서 집중·반복 질의에 나서는 모습은 마치 청와대 국감장을 보는 듯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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