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설치 본궤도 올라
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설치 본궤도 올라
  • 권순창 기자
  • 승인 2020.04.26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의자조금 해체 후 의무자조금 대의원 구성 논의
농민-농협 간 주도권 싸움이 상반기 출범 분수령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마늘·양파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마침내 임의자조금 해체와 의무자조금 대의원 구성에 대한 논의가 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예정대로 상반기 내 출범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나, 농민-농협 간 원만한 협력 여부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은 이미 불가능해 보였던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해선 전국 품목농가 50%(농가수 또는 면적 기준)의 회원가입이 필요한데, 3월말~4월초에 걸쳐 모두 면적기준 50%를 달성, 22일 현재 마늘 59.6%, 양파 63.1%의 가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배지역이 광범위하고 영세농이 많은 두 품목 특성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성과다.

그러나 남은 하나의 산이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산자단체인 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협회)는 당초 철저히 농민이 주체가 돼 만드는 의무자조금을 구상했지만, 농식품부는 기존 임의자조금 운용 단체인 한국마늘산업연합회·한국양파산업연합회(산업연합회)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협회를 유도했다. 결국, 지역농협 조직인 산업연합회에 협회 소속 농민들이 통째로 가입해 그 안에서 농민-농협이 함께 의무자조금을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농협 측은 의무자조금 설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협회가 사력을 기울이고 농식품부도 ‘상반기 출범’ 성과를 발표하길 원하는 데 반해 산업연합회와 농협경제지주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지난 20일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이 농협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직접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은 차관의 입김으로 재차 동력을 얻었다. 산업연합회는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임의자조금 해체 및 의무자조금 설치계획 등을 세우고 조만간 총회 의결을 할 계획이다. 이후엔 의무자조금 대의원 선거 공고를 하고 한 달 뒤 대의원을 확정한다. 모든 것이 막힘없이 순조롭다는 가정하에 상반기 내 의무자조금 출범이 가능한 일정이다.

관건은 대의원 인선이다. 협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농민 주도의 주체적 의무자조금 구성이다. 불가피하게 산업연합회의 틀을 빌리게 됐지만, 유통주체인 농협이 농민들에게 발판만 제공하고 최소한의 대의원 참여에 그치길 바라고 있다. 농협이 과한 욕심을 낼 경우 의무자조금 출범을 백지화하겠다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다.

농협은 농협대로 억울할 수 있다. 애초에 협회가 독자적으로 의무자조금을 꾸렸다면 모르되, 농식품부의 설계로 인해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일방적 희생을 요구받게 된 형국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민-농협의) 동상이몽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산업연합회 소속) 조합장들이 지금껏 임의자조금을 운영해온 만큼, 의무자조금 대의원으로 참여해 역할을 하고싶은 마음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늘·양파 두 협회는 차관-농협 간 회의가 있었던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무자조금에 대한 협회의 청사진을 다시 한 번 명시했다. △의무자조금은 유통혁신을 통해 가격안정 역할을 해야 한다 △생산자가 직접 수급정책에 개입해 농업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 △수급정책의 민간 이양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더 강화하고 자조금 운영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못 하는 수입 농산물 대응을 자조금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 등 네 가지다. 최근의 국면을 바라보는 협회의 불안감과 강력한 의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폭락이 예상되는 마늘은 특히 의무자조금 출범 즉시 수급조절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김창수 마늘협회장은 “의무자조금을 신속히 출범시켜 유통명령 등을 결정할 수 있다면 지난해처럼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수급안정이 가능하다”며 “대의원 선거 공고기간만 한 달이 필요한데 만약 대의원 구성 문제로 농협 측과 논의가 길어지면 자칫 올해는 아무 것도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