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마늘 대폭락 사태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가 뒤늦게 정부 마늘 수매가를 발표했지만 때늦은 발표와 충분치 못한 가격수준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 가격은 여전히 미동도 않고 있으며 이에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마늘 예상생산량은 36만9,000톤이다. 평년 생산량 대비 6만4,000톤 많은 양이지만, 농식품부는 평년 ‘수요량’과 비교해 3만8,000톤이 초과공급될 걸로 보고 있다. 이에 수매비축 2만3,000톤과 사전면적조절 2,000톤, 수입종구 국산대체 2,000톤에 농협 계약재배 수매물량 확대 1만톤 등 총 3만7,000톤을 대책물량으로 잡았다.
수매비축은 이 가운데 핵심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5일 정부 마늘 수매가를 kg당 2,300원으로 발표하고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매가가 장관이 거론했던 2,500원에도 미치지 못한 점 △생산비가 높은 남도종을 대서종과 동일한 가격으로 수매하는 점 △수매기준 크기를 대서 6cm, 남도 5cm로 과도하게 설정한 점 등이 농민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대책 시기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수확이 닥친 지난달 말에야 유의미한 대책물량이 확정되고 지난 5일에야 수매가가 발표됐다. 그러는 동안 산지가격은 이미 kg당 1,500~1,600원대로 형성됐고 2,300원 정부 수매가가 발표된 뒤에도 전혀 변동이 없다. 양파처럼 예산을 쏟아붓고도 가격지지에 실패하리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 수급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장관 방문과 담당국장 방문, 수매가 발표 등 정부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오히려 가격이 나빠졌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농식품부가 최근 보관한계기에 달한 기존 재고마늘 4,700여톤을 건조처리했는데, 이것이 건조용으로 파지마늘을 구입하는 업자들에게도 불안심리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산지는 아비규환이다. 창녕 농민 강창한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며’며 분개하고 있다. 농민들 모두 매우 흥분해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중당 전남도당과 창녕 대지면 마늘농가들은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했으며 주산지 군의회와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대정부 건의안 채택 및 정책간담회 개최 등의 형태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극심한 폭락은 또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국단위 마늘 품목조직 결성에도 불을 당기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는 최근 전남·경남·경북 등 지역조직체계를 갖춰가고 있으며 이달 중 발기인대회, 8월 중 창립총회 개최가 유력하다. 준비위는 지난 10일 성명을 발표해 “이제 대부분의 마늘이 농가 손을 떠나고 있다.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정부 자금을 엄한 곳에 쏟아붓게 된다.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을 버리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전량수매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는 19일엔 마늘·양파를 중심으로 한 전국 농산물 생산자대회가 서울에서 예정돼 있다. 어느 때보다 농민들의 참가 열기가 뜨거운 만큼 상당한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쌓일 대로 쌓여 전국 각지에서 터져나오던 농민들의 불만이 점차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정부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 본문 중 정부가 재고마늘 4,700톤을 건조용으로 방출했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방출이 아닌 단순 재고마늘 건조처리인 것으로 확인돼 정정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