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기반 잃은 아로니아 어떻게 하나

FTA 직불금, 최소한의 지원책으로서 꼭 필요
폐업지원 현실화 통한 일부 구조조정도 불가피
지역 전통작물 전환 후 집중투자로 효율 증대

  • 입력 2019.02.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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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입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소비는 오히려 하향곡선이다. 창고에 물량이 가득차도 내다팔 길이 없고, 과원에 열매가 가득해도 수확할 의미가 없다. 비단 요 몇 해 뿐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에도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 있다. 아로니아는 사실상 이미 자립기반을 잃은 상태며 이대로 방치된다면 농가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된다.

농가 회생을 위해 현 시점에서 농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건 FTA 직불금이다. 정황상 마땅히 받아야 될 보상이기도 하거니와 얼마간의 직불금이라도 주어진다면 저마다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농민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덕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 회장은 “농가 창고에 팔지 못한 아로니아 1만5,000톤이 쌓여 있다. FTA 직불금 발동은 농민들에게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직불금)만 해준다면 우리 연합회에서도 농민들이 희생하고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TA 직불금이 발동된다면 동시에 연계사업인 폐업지원 또한 검토될 수 있다. 이미 일시적인 직불금 지급으로 회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만큼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 또한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 회장은 “정부 통계에 아로니아 면적이 1,800ha로 나와 있지만 연합회에선 5,000ha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한 2,000ha는 줄여야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구조조정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로, 최근 ‘아로니아 과원정비 지원사업’이란 이름으로 폐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수준은 터무니없이 낮다. FTA 폐업지원이 적용된다면 지금보단 훨씬 현실적인 수준의 보상이 가능하다. 수입산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포도도 2015·2016년 연속 폐업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간신히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폐업에는 작목전환이 뒤따른다는 문제가 있다. 새 작목 재배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생산과잉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무분별한 유도로 과잉재배가 된 아로니아는 농가소득 저하와 이를 지탱하기 위한 혈세 투입으로 대단히 비효율적인 양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예산집행의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작목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북 단양 농민 권혁태씨는 “아로니아는 일시적으로 소비가 는 작목이지만 단양의 마늘·콩 같은 지역 전통 작목들은 소비기반이 튼튼하다. 지원 한 푼 없이도 지역에서 재배 노하우를 쌓으며 계속해온 작목이다. 아로니아에 투입할 예산을 이런 작목에 투입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문철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지자체의 권유로 우후죽순 늘어난 아로니아가 애물단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 국장은 “아로니아 재배 유도로 결국 자재·묘목·시설업자들만 떼돈 벌고 여기에 농민들이 놀아났다. 지자체들이 일종의 ‘떴다방’을 조성한 것”이라며 “아로니아를 캐내고 작목전환을 하더라도 지역에선 충분히 경쟁력 있는 품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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