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공사)와 제주양배추 생산자들이 가락시장 하차거래 적용을 앞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가 하차거래 전환에 여전히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자 생산자들은 공사의 비타협적 태도를 지적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공사는 지난 6일 제주에서 생산자 대표 및 농협·제주도청 관계자, 해운업체 대표 등과 면담을 갖고 하차거래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격식을 갖추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면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소득 없이 서로간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논의가 겉돌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상황 진단 자체를 서로가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컨테이너 출하에 소요되는 비용은 망당 1,838원이지만, 하차거래를 위해 비닐랩핑·박스포장 등의 형태로 출하하면 필연적으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공사 측은 비닐랩핑 출하 시 1,950원, 박스포장 출하 시 2,318원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생산자 측 분석치는 이를 훨씬 넘어선다. 애월농협이 분석한 출하 소요비용은 비닐랩핑 2,954원, 상자포장 3,160원이다. 5톤 트럭 한 차로 환산해 보면, 양측의 관측이 상자포장은 60~70만원, 비닐랩핑은 10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주 산지 관계자들은 공사 측 분석에 불신을 표하며 제주양배추 하차거래 적용 유예와 함께 연구용역을 통한 정확한 비용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사는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삼 강조했다. 당장 하차거래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연구용역은 시험출하로 갈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서울시와 제주도가 제주양배추 하차거래에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사와 농협, 도청, 생산자가 한 데 모인 이날 자리에서도 생산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생산자들은 오히려 공사에 대한 불신을 키워 가고 있다.
면담에 참석했던 김학종 제주양배추 하차경매 비대위원장은 “공사가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자기들 내부에서 결정한 입장만을 반복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출하자들의 의견을 모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가락시장 출하거부 운동도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