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하차거래 논란, 연말까지 팽팽

제주양배추 일부 적용유예
실상은 크게 변한 것 없어
겨울대파도 목소리 본격화

  • 입력 2018.11.24 21:07
  • 수정 2018.11.24 21: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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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 해가 다 가고 있지만 가락시장 하차거래 이슈엔 오히려 한창 불이 붙었다. 제주 월동양배추와 전남 겨울대파가 12월부터 본격 출하됨에 따라 하차거래 문제가 산지 출하자들에게 바짝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제주에선 양배추 하차거래의 극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안동우 제주 부지사와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사장, 김학종 애월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세·고령농에 한해 1년간 하차거래를 유예한다’는 합의사항을 공개했다.

공사는 그동안 하차거래에 대해 철저하게 ‘유예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하차거래로 전환하는 여타 품목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사업추진의 명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박원순 시장과 원희룡 지사 간 빚어진 사인미스와 박 시장의 제주 방문에 맞물린 여러 정황들이 공사를 한 발 물러나게끔 한 것으로 보인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의 1년 부분유예 합의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의 1년 부분유예 합의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거의 해결된 게 없다. 우선 영세·고령농의 범위부터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제주에서 가락시장에 양배추를 출하하는 270여 농가 중 어디까지 유예를 적용할 것인지 이제부터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설령 상당수 농가가 유예를 적용받는다 하더라도, 기존 콘테이너 출하와 팰릿출하(하차거래)가 병행될 경우 콘테이너 물량의 가격이 현격히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팰릿출하를 하는 출하자들도 문제다. 하차거래 논란의 핵심은 늘어나는 물류비용이다. 서울시·제주도·정부가 물류비 지원책 마련에 계속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용부담은 여전히 출하자 몫으로 남아있다.

애월읍 양배추농가 김병진씨는 “하차거래를 유예한다 해도 1년은 의미가 없다. 농가만 갖추면 되는 게 아니라 제주 물류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며 “컨테이너 출하방식을 유지하고 시장 등 별도 공간에서 하차작업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겨울대파 농가들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엔 전남 진도의 농민·출하자 24명이 가락시장을 방문했다. 농민들은 공사 관계자를 만나 △팰릿 하역 이후 불락 시 대책 △하역비 절감폭이 제한적인 이유 △경락가 상승효과 증명 여부 △시행 유예 가능성 등 하차거래에 대한 의문점들을 질의했다. 하지만 공사 측의 답변은 명확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이었고, 농민들은 “결국 공사는 하는 거 없고 출하자보고 다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표했다.

지난 19일 겨울대파 하차거래를 앞두고 가락시장을 방문한 전남 진도의 농민들이 공사 측과 면담을 마친 후 대파 경매를 참관하고 있다.
지난 19일 겨울대파 하차거래를 앞두고 가락시장을 방문한 전남 진도의 농민들이 공사 측과 면담을 마친 후 대파 경매를 참관하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공사 측이 제시한 하차거래 효과 분석자료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기존 출하방식 대비 비닐포장출하 시 단당 150원, 박스출하 시 380원의 수취가 상승효과가 있다는 분석인데, 물류비 산정부터가 농가 체감과 다른데다 어디까지나 ‘예측’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곽길성 전 진도군농민회장은 “산지에서 포장해 줌으로써 절감되는 시장의 비용을 확실하게 경락가 상승에 반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세훈 서진도농협 상무는 “(분석자료엔 높은 시세를 반영했는데) 경락가가 단당 1,40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가 문제다. 그런 경우에 대해 보전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겨울대파는 제주양배추에 비하면 이제 막 산지에서 공론화가 시작된 분위기다. 진도 농민들은 공사 사장의 진도 답방을 통한 대책 구체화를 제안해둔 상태며, 이와 별개로 12월 상순 중 신안·진도 농민들이 한 번 더 가락시장 방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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