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민감한 사안일수록 대표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가락시장 제주양배추 하차거래에 대해 면담을 가졌던 서울시장과 제주도지사가 면담 결과를 서로 정 반대로 밝히면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북 감귤 선물 사실이 공개된 지난 11일 서울을 긴급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가락시장 제주양배추 하차거래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가 산지 비용 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하차거래 추진을 강행하면서 제주 농민들에겐 핫이슈로 떠오른 사안이다.
제주도 측 발표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 박 시장은 제주양배추 하차거래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서울시 및 공사 실무선에서 ‘절대 유예 불가’ 원칙을 고수하던 것에 비하면 한층 유연한 태도다. 원 지사가 2022년까지 유예를 요청한 데 대해 박 시장이 1년 잠정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등 상황 제시도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제주도의 발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서울시는 곧바로 이를 일체 부정하는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서울시장은 제주산 양배추 하차거래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으며, 서울시는 가락시장 차상거래 품목에 대한 하차거래의 원칙과 기준을 지켜 나갈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정황을 살펴보면 박 시장이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실제 의지가 담긴 발언이었는지, 정치인들 간의 원활한 대화 흐름을 위한 의례적 발언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자라면 서울시는 시장과 실무자들 간 치명적인 사인미스를 범한 것이며, 후자라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제주도에도 일부 책임 소재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제주양배추 하차거래 유예의 방향이 하루 사이에 180°를 지나 360°로 되돌아온 꼴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하차거래 유예 검토 기사를 ‘오보’라 확정하며 “유예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굳건히 밝혔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두 지자체의 신뢰도에만 흠집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