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늘 수매가 3,000원 … 농민 반발

초안보다 300원 인상했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불만 토로
작황부진에 소득 보장 안돼

  • 입력 2018.05.27 10:08
  • 수정 2018.05.27 10:2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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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지역 농협들이 올해산 마늘 수매가를 kg당 3,000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논의됐던 2,700원보다는 조금 인상된 가격이지만 생산비를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농민들은 이번 결정을 “무책임한 결정”이라 비판하고 있다.

제주는 올해 농협 마늘 수매가를 두고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지역이다. 발단은 지난해 12월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가 지역농협에 전달한 마늘협동마케팅 수매권장단가였다. 중앙회는 제주지역 권장단가를 전국 최저 수준인 2,3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수매가(3,200원)보다 1,000원 가까이나 낮은 가격이다. 화들짝 놀란 농민들이 격렬히 반발했고, 결국 김녕농협을 제외한 제주지역 농협들은 중앙회 협동마케팅에 불참키로 했다.

그러나 중앙회가 제시한 2,300원의 가격은 지역농협들의 수매가 결정에 보이지 않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농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제주마늘협의회(회장 이창철 대정농협 조합장)는 지난해 말 수매가를 2,700원으로 산정해 다시 한 번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농민들은 눈에 불을 켜고 농협 수매가 결정 추이를 지켜봤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송인섭)은 수매가 최종 결정을 앞둔 지난 18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마늘 가격안정대책과 ‘수매가 3,200원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21일, 제주마늘협의회는 고심 끝에 kg당 3,000원을 확정 수매가로 발표했다.

제주지역 농협 마늘 수매가가 kg당 3,000원으로 결정됐다. 초안보다 오른 가격이긴 하지만 작황 부진 탓에 생산비를 담보하기는 힘들다. 사진은 농민들이 지난 18일 수매가 3,200원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전농 제주도연맹 제공
제주지역 농협 마늘 수매가가 kg당 3,000원으로 결정됐다. 초안보다 오른 가격이긴 하지만 작황 부진 탓에 생산비를 담보하기는 힘들다. 사진은 농민들이 지난 18일 수매가 3,200원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전농 제주도연맹 제공

3,000원은 당초 농민들이 생산비 마지노선으로 내세웠던 가격이다. 그러나 올 봄 잦은 비로 생육이 크게 부진해짐에 따라 이 가격조차 생산비를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때문에 전농 제주도연맹은 최소한 지난해 수준인 3,200원을 요구한 것이며, 대정리장단협의회(회장 김성진)에선 더욱 공격적으로 3,600원의 가격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김성진 대정리장단협의회장은 “작황이 너무 안좋아 평당 6kg 생산되던 밭에서 4.5kg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단수 감소를 고려해 최소한 작년보다는 더 쳐줄 걸로 기대했는데, 3,000원은 너무나 불만스럽다. 최근 포전거래 가격도 3,000원은 나온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농협 측 입장은 단호하다. 이창철 제주마늘협의회장은 “농협으로선 3,000원도 상당한 무리수를 둬 가며 증액한 것이다. 생산이 4만톤 이상 과잉될 전망인데다가 작년산 재고도 다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매가며, 만에 하나 가격이 올라 이익이 발생한다면 농민들에게 추가로 환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3,000원의 수매가가 재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해는 수매가 결정이 예년보다 1주일가량 늦은 반면 출하시기는 5일 이상 빨라졌다. 수매가 발표 시점에 벌써 한창 수확이 진행되고 있어 재조정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급박한 상황이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21일 재차 발표한 성명에서 “수매가 결정의 근거와 회의록을 공개하라. 농민의 마음을 헤아린 결정이라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농협의 손익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면 농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제주도 농정당국이 농협과 협력해 추가대책을 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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