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수매가 결정에 농민의견 빠졌다

농협중앙회 마늘 협동마케팅 사업
계약재배 권장단가 중앙회가 제시
농민-지역농협 가격협의기능 저해

  • 입력 2018.01.05 16:34
  • 수정 2018.01.05 16: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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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올해산 제주마늘 농협 계약재배 단가가 kg당 2,70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농민들이 계속해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의 일방적인 권장단가 설정으로 계약단가에 농민 의견을 반영할 여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마늘 협동마케팅을 시작했다. 전국 지역농협들의 계약재배 물량을 중앙회가 일괄 수탁 판매하는 사업이다. 수수료는 실비를 충당하기 위한 최소 수준인 0.5%로, 수익사업이라기보다 지역농협 판매부담 경감과 마늘 수급조절 강화를 위한 공익사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만만찮은 문제가 드러났다. 농협 계약재배 단가는 일반적으로 지역농협과 농민의 합의를 거쳐 산지에서 결정되는데, 협동마케팅 체제 하에선 이보다 앞서 중앙회 차원의 계약권장단가 설정이 이뤄진다. 올해 중앙회 마늘 계약권장단가는 kg당 2,300원. ‘최근 5개년 평균의 80%’라는 공식에 기계적으로 대입한 가격이다. 이는 지난해 제주지역 계약단가인 3,200원보다 28%나 낮으며 생산비(농가 주장 3,000원 이상)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한 채 올해산 마늘 계약재배 단가가 낮게 결정되자 제주지역 농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대정읍·안덕면의 농민단체들이 지난해 12월 29일 농협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 개혁과 지난해 수준의 계약단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안덕면농민회 제공

농협중앙회는 이 가격이 생산안정제에서 말하는 최저보장가격 및 선도금 개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산지엔 실질적으로 영향이 가해지고 있다. 제주도내 농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마늘제주협의회(회장 이창철)는 제주마늘 계약단가를 최종 결정하는 협의기구다. 본래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산지상황을 단가에 크게 반영해 왔는데, 이번에는 산지상황은커녕 터무니없이 낮은 중앙회 권장단가와 줄다리기하는 데 급급하게 돼버렸다. 결국 올해산 제주마늘 계약단가는 kg당 2,700원으로 확정됐고, 민간 포전거래 가격은 이를 기준으로 2,500원선에서 회자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에 의해 그나마 조금은 상향조정된 가격이지만 여전히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올해 마늘 재배면적이 다소 늘었다지만 대서종을 제외하면 보합세인 만큼, 기존의 농민-농협 협의체계였다면 이처럼 전년대비 큰 폭으로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의 분노는 지역농협보다 농협중앙회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산지의 가격결정구조를 통제하고 가격을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 양상대로라면 마늘 협동마케팅은 농민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지역농협의 경영부담을 덜고,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마늘 수급 및 물가를 좀더 수월하게 ‘안정’시키는 데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12월 29일 농협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속속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항의방문 및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계약재배 단가의 산지 협의구조를 저해한 농협 협동마케팅의 허점은 점차 거센 비판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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