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 2,700원’ 제주마늘, 3천원대로 인상 가능할까

4월 수매가 재논의 앞두고 현실적 인상 기대
농민들 “kg당 3,000원 아래면 남는 거 없어”
농협중앙회 수매권장단가·재고물량이 걸림돌

  • 입력 2018.03.23 14:08
  • 수정 2018.03.23 14:1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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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햇마늘이 첫 출하되는 제주지역의 마늘농가들이 농협의 수매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초 kg당 2,700원으로 논의됐던 수매가가 3,000원대로 올라올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3,000원대 초반 가격은 농민들이 말하는 생산비 마지노선이다.

제주의 농협 마늘 수매가 결정은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의 터무니없이 낮은 수매권장단가 설정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들이 수매한 마늘을 위탁받아 경제지주 차원에서 책임판매하는 ‘마늘 협동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수매가를 결정, 이를 전국 수매권장단가로 설정했다. 제주지역의 수매권장단가는 타지역보다 특히 낮은 2,300원이었다. 사후 추가정산을 감안한 선급금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제주지역 농협 가운데 김녕농협은 이 권장단가를 받아들이며 중앙회의 마늘 협동마케팅에 참여했지만 다른 농협들은 결국 참여를 포기했다. 하지만 농민들과 수매가를 채 협의하기도 전에 2,300원이라는 기준이 먼저 생겨버렸고, 이들 지역농협이 중앙회와 농민들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1월 초 농민들과의 줄다리기 끝에 제주지역 농협들이 결정한 수매가는 2,700원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생산비 보전을 위해 3,200원의 수매가를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4월 중 포전거래 등 상황을 고려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햇마늘 출하를 앞두고 있는 제주지역 농민들이 농협의 마늘 수매가 인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민들은 kg당 3,000원대 초반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에서 마늘을 수확하고 있는 여성농민의 모습. 한승호 기자

재논의를 앞둔 현재 상황은 일단 긍정적인 편이다. 수매가 2,300원 거론 당시 평당 1만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포전거래 가격이 최근 1만5,000원대로 올라와 있다. kg으로 환산하면 3,000~3,100원 정도에 해당한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3,200원에 꽤 근접한 산지시세다.

하지만 중앙회의 권장단가와 격차가 큰 만큼 마음 놓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김창남 제주 안덕면농민회 사무국장은 “인건비가 계속 올라 kg당 3,000원을 받는다 해도 생산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지금 산지시세로 보면 3,000원 이상의 수매가 결정이 가능할 거라 예상하고는 있는데, 농협이 계속 눈치를 보고 있어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회가 갖고 있는 2017년산 저장물량도 불안요소다. 현재 중앙회가 보유하고 있는 마늘 협동마케팅사업 저장물량은 1만4,000톤으로, 수매원가 보전을 위해 시세상승을 기다리고 있다. 원활한 사업운영을 위한 중앙회 나름의 노력이지만, 햇마늘 출하를 앞둔 산지엔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저장물량이 빨리 소진되지 않으면 당장의 포전거래 가격과 출하기 가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지역농협 수매가 인상 논의 또한 경직될 가능성이 있다.

마늘 협동마케팅은 농협중앙회가 모처럼 공공성과 협동정신을 십분 발휘한 사업이다. 회원조합의 마늘을 중앙회가 한 번에 모아 거래함으로써 거래교섭력을 높이고 전국 마늘유통의 중심을 잡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농민 참여가 제한된 수매가 결정과 재고처리 문제 등 산지 상황과 상충하는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5월경 2017년산 마늘 협동마케팅 사업의 평가와 개선을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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