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도매시장 개혁에 나서다

  • 입력 2018.03.16 16:13
  • 수정 2018.03.20 16:4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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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법인 지정방식 공모제 전환, 위탁수수료 상한 6%로 조정 등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대전시의 파격적인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새벽 대전시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딸기 경매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권이 바뀌고 농산물 도매시장에도 바야흐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십수년간 쳇바퀴 논의에 그쳤던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이제야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시장도매인제는 경매제를 고수하다 정체돼버린 도매시장에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바람이 부는 건 아직 가락시장 뿐이다. 국내 농산물 도매시장의 대명사격인데다 그동안 개설자가 꾸준히 개혁을 고민해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전국 30여개의 여타 도매시장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홀연 대전 도매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대전광역시(시장 권한대행 이재곤)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도매시장 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 조례·조례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할 도매시장(오정·노은시장) 개혁에 나섰다.

대전시의 도매시장 개혁은 서울 가락시장과 비교해도 파격적인 데가 있다. 우선 도매법인 지정방식을 공모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도매법인 지정방식은 단순 허가제로, 지정기간 만료 시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무리없이 재지정이 이뤄진다. 이에 시장 개설 당시 지정받은 도매법인이 십수년, 수십년 이상 안정적인 자리를 보장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정방식을 공모제로 전환하면 매번 지정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경쟁업체들을 포함해 도매법인 지정을 원점에서 검토하게 된다. 얼마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지에는 물음표가 붙지만, 적어도 도매법인 ‘철밥통’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 7%로 설정된 위탁수수료 상한을 6%로 낮추는 조항도 조례 개정안에 들어 있다. 도매법인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고 출하자에게 혜택을 돌려준다는 취지다. 도매법인은 수수료 1% 차이로 적자와 흑자가 갈린다고 호소하지만, 대전시는 6% 수수료로도 도매법인들이 충분히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일축하고 있다.

개정안 초안엔 규격출하품의 정의를 확대하려는 조항도 있었지만 이 조항은 삭제됐다. 쉽게 말해 도매법인이 출하자들 대신 더 많은 하역비를 부담토록 하는 내용인데, 도매법인 측 반대에 부딪혀 철회하게 됐다. 영업활동에 갑자기 막대한 제재가 가해지게 될 도매법인들로서는 조례안 전체에 대해 당연히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여론도 도매법인 쪽에 호의적인 편이다. 지역언론과 심지어 일부 농민단체들까지 대전시의 행보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전시의 도매시장 개혁안이 도매법인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위주로 구성된 탓에 도매시장 개혁을 대전시-도매법인 간 갈등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도매시장의 구조적 모순에 먼저 초점을 맞춰본다면 대전시의 행보는 문제 해결을 위한 관리자로서의 지극히 정상적인 노력으로 비춰진다. 오히려 무사안일한 태도로 개혁에 손을 놓고 있는 전국의 도매시장 개설자들 중에는 대전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뜨끔할 이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분명히 있다. 있으면 고쳐야 한다. <한국농정>은 이같은 기본적인 시각에 입각해 도매시장 개혁 문제를 바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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