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다 흐지부지 … 도매시장 개혁 손 놓은 광주

중도매인 “우리 힘만으로 바꿀 수 없어”
관리 주체 광주시는 뒷짐 지고 구경만

  • 입력 2018.03.16 14:21
  • 수정 2018.03.16 16:1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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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3일 광주서부도매시장 야채동 옆 주차장에서 출하농민이 싣고 온 쪽파들이 중도매인의 중개로 상차거래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초, ‘먹고 살기 위해 도매법인에 제출할 출하 단가와 수량을 조작했다’는 쪽파중도매인들의 양심선언이 있었다. 상장 상태에서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위탁 거래를 맡고 있는 광주쪽파중도매인들 얘기다. 이에 쪽파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달라는 출하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도매법인과 관리주체 광주광역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거래되는 쪽파 물량 대부분은 경매를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의 손에서 거래된다. 신선도 유지가 어려운 쪽파의 특성상 출하자에서 소비자로 물량을 직접 넘기기 위해 위탁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광주에서 쪽파는 상장예외 거래품목이 아니다. 즉 거래는 중도매인이 하지만 거래실적(수수료)은 도매법인이 가져가게 돼 있는 모순적 구조다.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출하량이나 단가를 실제보다 낮게 기록해 도매법인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윤을 남겨왔다. 중도매인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을 도매법인이 눈감아주고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다 결국 출하자와 중도매인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 바로 지난해 초의 일이었다.

한바탕 소동 후 1년이 지나 시장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중도매인들은 거의 체념한 분위기다. 지난 13일 경매현장에서 만난 김종배 광주쪽파중도매인연합회 총무는 “그 뒤로 시와 몇 차례 간담회도 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우리의 힘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매법인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중도매인들이 더 이상 생계의 위협을 감수하고 ‘승산 없는 싸움’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집회 뒤 도매법인측이 실제 수량 확인을 이유로 하차거래를 강제하면서, 이에 반발한 출하자가 노상직판을 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쪽파 거래 중단으로 당장 생계가 위급해지는 건 결국 중도매인과 출하자다. 불만을 품은 채 반발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현장의 중도매인들이 말을 아끼는 가운데 어렵게 만난 또 다른 중도매인은 제도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도매법인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양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온 사회가 수직적 갑을 관계를 청산하려고 시도하는데 이곳만큼은 전혀 변화가 없다”며 “그동안 (쪽파 말고도) 억눌려 있던 품목이 많아서 절대 허용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주에서 중도매인의 손을 거치는 품목은 쪽파 외에도 대파, 알타리, 양파, 깐마늘 등이 있다. 이 중도매인은 “쪽파의 상장예외취급을 허용할 경우 연쇄적으로 이들 품목의 출하자와 중도매인들 역시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도매법인이 스스로 수수료 수익을 내려놓길 기대할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출하자들이 중도매인이 침묵하는 한편 시장 관리 주체인 광주광역시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시측은 섣불리 개혁에 나설 수 없는 이유로 서울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으로 인한 법적 분쟁을 댔다. 한 관계자는 “서울 쪽에서 이 문제로 도매법인들과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추진 중인 방안은 현재로선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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