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영도매시장, 경쟁체제 갖춰야 발전 가능하다

  • 입력 2018.03.16 16:09
  • 수정 2018.03.16 16:11
  • 기자명 김윤두 건국대 농식품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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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두 건국대 교수

농산물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거래의 효율성을 높여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1985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을 시작으로 2018년 현재까지 총 32개의 공영도매시장이 운영 중에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생산 청과물 중 60.6%가 도매시장을 경유하여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매시장은 여전히 국내 농산물 유통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도매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보호라는 당초의 건립 취지에 충실하기보다 오히려 개별 유통주체의 이익을 위한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도매시장의 주요 유통주체인 도매시장법인은 농업인으로부터 농산물의 판매를 위탁받아 경매 또는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판매한 후 판매금액의 4%~7%의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즉, 거래금액이 증가할수록 자연스럽게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전국 공영도매시장 거래물량의 34.0%를 차지하는 가락도매시장은 품목·품종·품질·수량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생산한 모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어 농업인들의 출하가 집중되는 시장이고 또한 농업인은 원칙적으로 도매시장법인에게만 농산물 판매를 맡기도록 강제하고 있어 도매시장법인들은 매년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가락도매시장의 5개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의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9.9%로 이는 동일업종 산업평균에 비해 17.1%p 높은 것이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9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8.8% 대비 11.1%p 높은 수준이다. 또한, 도매시장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상위 9개 기업 중 네이버(38.8%)를 제외한 8개 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5개 도매시장법인은 2016년에 261억9,100만원의 매우 큰 당기순이익이 발생했고, 당기순이익의 일정부분(57억9,000만원)은 농업과 연관성이 미미한 모기업(고려제강, 태평양개발(주), ㈜더코리아홀딩스) 등에 현금배당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고를 투입해 설립한 공영도매시장 내에서 농산물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막대한 이윤이 생산자와 구매자(소비자)에게 선순환 되기보다는 개별기업의 부를 축적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과도한 이윤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매시장법인의 과도한 수익 발생 원인은 무엇보다도 도매시장법인의 농산물 수탁독점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공영도매시장은 농업인으로 하여금 도매시장법인에게만 농산물 판매를 맡기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품목은 예외적으로 농업인이 도매시장법인에게 판매를 맡길 수도 있고 아니면 상장예외품목 취급 중도매인에게 판매를 맡길 수도 있도록 출하선택권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출하선택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 물량은 전체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도매시장법인에게 주어진 이러한 독점 거래권으로 인해 가락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은 1985년 개장 이후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도매시장법인 퇴출로 인한 신규 도매시장법인의 진입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향후 생산자의 소득안정과 소비자의 물가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농산물 유통체계의 중심축인 공영도매시장의 유통구조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내 공영도매시장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가락도매시장의 구조적 개선 추진은 다른 어떤 것 보다 우선해서 추진돼야 한다.

현재 가락시장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농업인과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쟁력 있는 선진 도매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드웨어적인 시설물의 현대화와 더불어 거래방법도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대의 상황에 맞게 변화돼야 한다. 특정 유통주체의 독점적 거래체제를 보장하기 보다는 유통주체간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하여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서로 서비스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제36조는 시장도매인을 공영도매시장의 유통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가락시장은 그동안 시장도매인을 도입할 시설적인 여건이 불가능하여 도입을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시장도매인의 단계별 도입을 통해 농업인이 도매시장법인이나 시장도매인 중 보다 유리한 곳을 출하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에서의 경쟁체제 구축은 기존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이 아닌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도매시장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자는 것이다. 경쟁을 회피하고 기존의 체계만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농업인과 소비자를 볼모로 매년 엄청난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특정 유통주체의 기득권 보호로 비춰질 수 있다.

이제는 농산물 유통발전과 농업인과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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