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외로운 도매시장 개혁

[대전시의회, 조례개정안 부결]
도매법인 반발에 의회도 주춤
정부에 막히고 의회에 막히고
개혁 요원해진 대전 도매시장

  • 입력 2018.03.30 22:01
  • 수정 2018.03.30 22: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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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대전광역시(시장 권한대행 이재곤)의 농산물 도매시장 개혁 행보가 벽에 부딪혔다.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대전광역시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되면서 공은 결국 차기 의회로 넘어갔다.

조례안은 △도매법인 지정방식의 허가제→공모제 전환과 △위탁수수료 상한 7%→6% 조정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도매법인의 독과점 및 과도한 이익과 그로 인한 시장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시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추진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조례안을 심의한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전문학)는 이를 부결시켰다. 산업건설위 소속 송대윤·조원휘(이상 더불어민주당, 현재 사임)·최선희(자유한국당) 의원은 절차적·현실적 문제를 들어 한목소리로 조례안을 문제삼았다.

핵심 쟁점은 대전시가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부분이었다. 전문학(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조례안의 취지엔 전적으로 공감하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의 문제다.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대전시의회가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대전시의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키면서 차기 의회에서의 재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시의회와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 속에 시장 개혁을 위한 대전시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장관리운영위원회(운영위)는 농안법에 따라 개설자가 각 시장에 설치하게 돼 있는 제도·규정 심의기구다. 하지만 도매시장 관련 조례를 개정할 때 반드시 운영위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조례 개정 시 일일이 운영위를 거치는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이 혼재돼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 관내 오정·노은시장의 경우 지금껏 조례개정 시 한 번도 운영위를 거친 적이 없다. 가령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상한을 7%에서 6%로 낮추는 건 개설자가 조례로 정할 사항이며, 6% 한도 내에서 다시 별도의 구체적 기준을 세우는 등의 논의가 운영위의 역할이라고 대전시는 판단하고 있다. 법률자문을 거친 판단이기도 하거니와 지금껏 농식품부로부터 문제없이 승인을 받아 온 방식이다.

더구나 도매시장 개혁은 강력한 기득권인 도매법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애당초 사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한 성격을 갖는다. 오정·노은시장 운영위는 특히 도매법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소문이다. 때문에 대전시는 개설자로서 책임을 지고 확고한 의지를 투영해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지난 1월 대전시가 조례안을 입법예고하자 도매법인들은 운영위 미개최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고, 다수 언론들이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자 이미 조례안을 승인했던 농식품부는 슬며시 운영위를 거쳐 다시 승인받을 것을 권고했고, 시의회는 결국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농식품부도, 대전시의회도 도매시장 개혁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가 최근 도매법인 독과점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대전시의 이번 도매시장 개혁 시도 또한 그 발단은 지난해 대전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지적이었다.

의지보다 말이 앞섰다는 방증이든, 혹은 지방선거를 앞둔 ‘논란 피하기’ 전략이든, 결과적으로 도매시장 개혁에 대한 모든 부담과 혼란은 고스란히 대전시의 등에만 지워져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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