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차코는 안 된다
제2의 차코는 안 된다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7.06.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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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유채 전국 확산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태백과 홍성 뿐만이 아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전국 총 56개 지역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LMO)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대한민국 곳곳에 GMO(LMO와 GMO는 성격상 동일하기에 GMO로 용어 통일)가 퍼진 데 대해 시민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GMO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던 아르헨티나 차코(Chaco) 주의 재앙이 대한민국에서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이라도 긴급 비상조치를 취하라는 여론이 높다.

한국농정신문은 GMO의 위험성과, 이번 사태의 처리과정 및 문제점,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대책 등을 정리하고자 한다.

 

GMO, 무엇이 문제인가?

유전자변형농작물(GMO)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에 대한 시민사회와 농민들의 우려는 지난 20년 간 끊임없이 이어졌다. GMO에 대해 한 쪽에선 ‘농업혁명의 산물’이라 칭송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재앙’이라고 이야기한다.

LMO와 GMO는 각각 생명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이 있으나, 유전공학적으로 유전자의 인위적 변형을 가했다는 측면에선 본질적으로 같다. 사람들은 자연적 생명체에 대해 인위적 유전자 변형을 가해 생길지도 모르는 부작용 문제를 우려한다. 특히 국내의 GMO는 거의가 미국 몬산토 사의 ‘라운드업 레디'란 것으로,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함유한 ‘라운드업' 제초제에 강력한 저항성을 띠는 작물이다. 작물 자체야 제초제에 저항성을 띠나, 그 작물에 들어간 제초제 성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많이 언급하는 사례가 아르헨티나 차코 주(州)의 사례다. 차코 주는 1990년대 후반 몬산토의 항 제초제, 항 살충성 GMO 콩의 주요 재배지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GMO의 안전성을 선전하며 GMO 콩 재배를 권장했다. GMO 콩 수출액이 아르헨티나 연간 수출액의 50%까지 이를 정도였다. 차코 주는 GMO 콩 재배의 중심지가 됐다.

그 대가는 컸다. GMO 콩 섭취 이후, 차코 주민들은 뇌성마비, 종양, 암 등의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신생아의 30%가 기형아로 태어나 죽었고, 가축들도 이상 질병으로 죽어갔다. 차코 주의 ‘지옥도’는 지난해 9월 20일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도 했다.

 

물론 GMO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차코 주의 사례만으로 GMO의 위험성이 100% 증명됐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단 1%의 위험이라도 남아있는 작물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그에 합당한 정책을 꾸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GM벼 연구재배 및 작금의 GMO 유채종자 검역 실패 사례는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저 유채밭에 GMO가… l 4월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열린 유채꽃 축제 당시의 모습. 이때만 해도 이 유채밭에 GMO가 섞여들어갔으리라곤 아무도 몰랐다. 충남도 제공

GMO 유채 발견 경과와 정부의 대응

지난달 15일, 강원도 태백시의 유채꽃 축제장에서 종자용으로 미승인된 GMO 유채종자가 발견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농식품부)는 검출된 GMO 유채에 대해 긴급 현장격리 조치를 취하고, 태백시에도 해당 GMO 유채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소각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GMO 유채는 태백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황이 좀 잠잠해질듯하던 같은 달 29일, 충청남도 홍성군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인근의 유채밭에서도 GMO 유채종자가 발견됐다. 이날 홍성에서만 총 5군데에서 GMO가 발견됐다. 발견 다음날부터 국립종자원(원장 오병석, 종자원)은 해당 유채밭을 트랙터로 갈았다. 이곳 외에도 5월말과 6월초에 걸쳐 각지에서 산지폐기작업이 진행됐다.

 

농식품부는 미승인 GMO 유채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1일부터 수입되는 중국산 유채종자에 대해 기존의 표본검사방식을 전수조사 방식으로 전면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수입된 중국산 유채종자는 10개 회사 79.6톤이며, 1차 검사 결과 그 중 4개 사 32.5톤의 유채에 GMO 유채가 혼입된 것으로 발표했다. 이 32.5톤 중 19톤은 GMO 유채로 확인돼 보관 중이던 GMO 종자(14.2톤)는 소각, 식재상태였던 GMO 유채(56개소 81ha)는 폐기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어 12.1톤은 조사 당시 이미 경운 등으로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으며, 소규모로 거래된 464kg의 거래처 정보를 파악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한편으로 미승인 GMO 유채 발견지역에 대해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점검팀을 운영해 지속적 사후관리와 환경영향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GMO 반대의 거센 목소리 l 4월 22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앞에서 열린 ‘GM작물파종 저지! 농진청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국민대회' 참가자들. 한승호 기자

확실한 처리 실패에 정보도 미공개

정부의 GMO 유채 문제 대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검역 과정부터 GMO를 놓쳤다. 지난해 1월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유채가 80톤에 달한다. 그 동안 “정부는 검역 과정에서 승인된 GMO에 대해서만 검역을 실시하고, ‘미승인’ GMO는 검역 조치를 안 취했다”는 게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설명. 그나마 있던 검역도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추출검사 방식이었다.

 

사후처리라도 제대로 됐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달 15일 태백에서 GMO 유채가 발견된 뒤, 정부는 2주간 GMO 유채 발견지역의 산지 폐기처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폐기 방식이라는 게, GMO 유채 오염지역을 트랙터 로터리로 갈아버리는 데 그쳤다. 농촌진흥청의 GMO 폐기처리매뉴얼에 따르면, 꽃 피기 전이나 개화 초기에는 경운처리로 GMO 종자를 제거하는 게 가능하나, 종자가 맺은 후엔 제초제로 처리하고 종자를 모아 소각처리해 종자가 최대한 땅으로 안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처리는 5월 결실기와 6월 수확기에야 이뤄졌다. 그나마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많은 종자들이 땅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홍성에서 경운처리한 유채재배지의 경우, 경운처리도 완벽하게 되지 않아 일부 꽃들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는 오히려 정보를 숨기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총 56개소에 GMO 유채가 퍼졌다고 했는데, 이는 ‘이미 처리했다’는 12.1톤이 퍼진 곳을 제외한 수치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따르면, 12.1톤이 퍼진 39개소를 합치면 총 95개소에 GMO가 퍼졌다고 한다. 게다가 홍성에서만도 GMO 유채 존재가 확인된 곳이 5군데인데, 농식품부 발표 자료에선 1군데라 기입돼 있다. 실제 발견 장소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보도자료에선 GMO 유채 발견지역의 면적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또 하나의 대안 l 2013년 헝가리 정부는 몬산토의 GMO 옥수수를 재배하던 밭 1,000에이커를 불태우고 GMO 재배를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유기농문화센터 오로지 교수 제공

정보공개·민관 합동 행동 절실

GMO 유채종자 확산 문제에 있어, 사실상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라도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의당 정책위원회 최철원 연구원은 8일 “LMO 종자를 수출한 중국의 LMO 혼입종자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모든 종자에 Non-LMO, Non-GMO 사전검사 체계가 갖춰지고 자가검증이 가능할 때까지 중국산 종자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입재개 이후에도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건 당연하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 동안 미승인 GMO에 대해 실행하지 않았던 검역작업을, 승인·미승인 가릴 것 없이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후처리에 있어선, 그 동안 전국에 어떤 경로로 유채종자들이 퍼졌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GMO반대전국행동과 GMO반대충남행동은 5일 홍성 GMO 유채 발견장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간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유채꽃 축제, 경관개선용 유채밭 등에 사용된 종자를 철저히 추적하고, 해당필지 주변의 유채를 전수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제대로 된 정보공개가 선행해야 된다.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논의를 위해 민·관 합동 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의당 최철원 연구원은 “LMO법에 따라 바이오안전성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시민단체와 농민단체가 참여한 대책위원회를 중앙과 각 지역에 설치·운영해 민·관 합동처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견한 GMO 오염지대는 어줍잖게 트랙터로 땅갈이하는 선에서 그쳐선 안 된다. 2013년 헝가리 정부가 GMO 옥수수밭 1,000에이커를 불태운 것처럼, 철저히 소각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GMO 종자가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헝가리 정부는 GMO 오염지대 소각조치 뒤 법적으로 GMO 재배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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