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호두과자, 농민과 함께 쑥쑥 자란다

지역산 밀·팥으로 명품 먹거리 거듭나

  • 입력 2017.03.11 23:28
  • 수정 2017.03.11 23: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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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천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호두과자죠. 근데 하필 그걸 다 수입 원재료로 만들고 있었던 거에요.” 천안시(시장 구본영)는 지역 명물 호두과자에 대한 지극히 기본적인 문제를 인식했다.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천안시는 2010년을 전후해 호두과자 원재료 국산화에 의지를 갖고 국산재료 사용 비중을 가시적으로 늘려 가고 있다.

천안호두과자는 천안 광덕호두의 명성을 업고 탄생했다. 하지만 국산 호두 가격이 수입산의 8배에 달하는 탓에 국산 호두 사용은 천안시내 극소수(3개)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한한다. 호두과자 원재료 자급의 주인공은 호두보다 좀더 ‘만만한’ 밀과 팥이다.

천안호두과자가 국산·천안산 원재료 사용으로 농업과 연대관계를 키워가고 있다. 사진은 호두과자 제조 모습.

밀과 팥의 국산화만 해도 수입산과의 가격차이가 현저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천안시가 우리밀 생산지원에 나서고 호두과자업체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면서 차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천안시내 81개 호두과자 점포 중 국산밀 사용 점포는 57개에 달한다. 2010년 6개에서 비약적인 확대를 이룬 것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국산팥 또한 사용 점포가 2014년 2개로 출발해 지난해 8개로 늘었다.

천안당호두과자(대표 이상태)는 국산팥 8개 점포 중 5개를 보유한 업체다. 천안당 23개 점포는 기본적으로 우리밀을 사용하는데, 물량이 확보되는 5개 점포만큼은 천안산 밀과 천안산 팥을 사용하며 지역농업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농사 지어 농민만 잘 살아서도 안 되고 장사 해서 상인만 잘 살아서도 안되는 거죠. 좋은 농산물로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같이 잘 사는 게 중요해요.” 이상태 대표가 내세우는 장사 원칙이다.

국산 원재료로 수지를 맞추기 위해선 단위가격당 호두과자 포장수량을 줄여야 한다. 수입밀·수입팥 제품이 1만원에 40개라면 국산밀·국산팥 제품은 35개인 식이다. 하지만 수량을 줄였음에도 국산재료 전환 이후 천안당의 매출은 30%나 증가했다.

호두과자 제작 과정.

이 대표의 말대로 지역 농민들도 호두과자 업체들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 천안시내 호두과자 업체들은 지난해 350톤의 천안산 밀과 80톤의 천안산 팥을 소비했다. 2009년 7농가 22ha였던 천안시 밀 재배는 43농가 200ha로, 2014년 18농가 40ha였던 팥 재배는 120농가 150ha로 늘어났다. 2014년 팥 가격이 폭락했을 때도 당시 전국 최고 수준의 안정적인 계약단가로 출하할 수 있었다.

밀 300ha에 팥 200ha. 천안시가 1차 목표로 설정한 재배면적이다. 이 면적이면 의지를 갖고 있는 천안호두과자 업체들이 모두 원재료를 자급할 수 있게 된다. 천안시가 올해부터 4년간 추진하는 30억원 규모의 천안호두과자 명품화사업은 원재료 생산기반 확충과 브랜드 관리에 큰 활력이 될 전망이다. 또한 호두과자를 통해 자리잡은 천안의 밀 생산기반은 역으로 제빵·제면 등 다른 분야에까지 활용폭을 넓혀가고 있다. 호두과자와 손잡은 천안 농업의 앞날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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