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찐빵, ‘횡성팥’으로 제2의 도약

농가·업체·농협·횡성군 ‘원료곡 팥 자급화’ 사업에 구슬땀

  • 입력 2017.03.12 10:38
  • 수정 2017.03.12 10:4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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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7일 강원도 횡성군 안흥손찐빵협의회 소속업체의 작업장에서 한 직원이 안흥찐빵에 사용될 횡성팥을 삶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옛날에 강릉으로 가려면 여길 지나야 했지. 보따리상들이 여기서 찐빵을 사먹었는데 허기도 때웠지만 맛도 좋은 거지. 그러면서 소문이 퍼진 거야. 우리 어머니때부터 했으니 오래됐지.”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 위치한 안흥찐빵합자회사에서 10년 넘게 전통 방식으로 손찐빵을 만들어온 신옥선(76) 할머니가 전한 안흥찐빵의 기원이다. 지난 7일 회사 작업장에서 만난 신 할머니는 “우리팥을 직접 선별해서 삶고, 손으로 반죽하니 빵이 말랑말랑하고 맛도 좋다”며 안흥찐빵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내 자식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드니 매일매일이 즐겁다는 신 할머니는 안흥찐빵을 지역특산품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일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며 국산팥을 고집해온 소규모 업체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이런 소규모 업체 11곳이 모여 안흥손찐빵협의회(협의회)를 만들었고, 이 협의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팥농가와 함께 ‘상생의 법칙’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농가와 협의회는 타 지역 유명 특산품 업체를 견학하는가하면, 행정기관의 문도 수차례 두드렸다.

그 노력의 결실이 횡성군 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하는 ‘횡성안흥찐빵 원료곡 팥 자급화’ 사업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지난 2월 농촌진흥청 지역농업특성화 공모사업에서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돼 내년까지 7억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탄력을 받게 됐다.

사업의 핵심은 원료곡인 팥의 고급화, 자급화를 통해 안흥찐빵을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중점 추진사업은 횡성군 팥 계약재배 면적을 지난해 기준 103ha에서 210ha까지 늘리는 것이다. 123톤인 현재의 생산량을 올해 170톤, 2018년 210톤까지 늘려 100% 자급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농가에서 개별적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팥 선별작업도 색채선별기를 도입해 해결하고 유통을 위한 저온창고도 설립할 계획이다.

농가와 협의회의 기대감도 크다. 안흥면 송악리에서 잡곡농사를 짓고 있는 윤충훈(57)씨는 “팥이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아 생산은 물론, 판로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사업이 추진돼 안정적 농사와 판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밝혔다. 협의회 신범선 총무도 “국내산 팥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급에 애를 먹어왔지만 해결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안흥찐빵의 전통을 더 알리겠다”고 말했다.

농가와 협의회가 나선데다 횡성군에서도 적극적이라 농협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안흥면과 강림면을 관할하는 안흥농협은 지난 2월까지 확인된 계약재배 면적이 65ha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3배 이상이다. 엄태석 안흥농협 조합장은 “농협에서 자부담으로 색채선별기와 저온창고를 위한 부지를 매입했고, 지난해 결산 이후 마을을 돌며 이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며 “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협에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을 지키며 우리 농산물을 살리려는 농가·협의회·농협·횡성군의 노력이 안흥찐빵 제2의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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