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여성농민학교엔 웃음꽃 활짝

농민회가 사업 기획, 군청은 뒷받침 ‘성공’
올 예산 1억5천만원으로 늘려 ‘탄탄대로’

  • 입력 2010.01.31 13:26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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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강진군(군수 황주홍) 한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마을회관에서 흥겨운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머리가 하얀 1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박수를 치며 선생님과 함께 유행가를 부르고 있었다. 강진군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이다.

강진군에서는 지난 2008년 7월 강진군 여성농어업인 육성지원조례를 윤희숙 의원(민주당 비례대표) 대표 발의로 제정했다. 강진군의 여성농업인조례는 여성농어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휘를 향상시키며 교육여건 등을 개선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성농어업인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원조례에는 군수는 여성농어업인 육성을 위한 종합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필요재원을 조달하도록 규정했으며 지원범위와 여성농어업인 육성 시행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하여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여성농어업인 육성 지원 정책을 수립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화하기 위한 강진군 여성농어업 정책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과 지원사업의 범위를 정했으며 여성농어업인 단체 및 시설의 지원에 관한 사항도 들어 있다.

강진군의 여성농업인 지원조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교장 강광석)’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조례는 강진군농민회(회장 김주하)에서 강력히 요청해서 윤희숙 의원을 통해 발의됐다. 조례가 만들어지자 강진군농민회는 강광석 부회장을 중심으로 여성농민을 위한 사업을 강진군에 신청했다.

강진군농민회가 신청한 사업은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로 도시지역보다 문맹률이 높은 농촌지역 여성농민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

▲ 지난달 27일 강진군의 한 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음악시간에 차가한 여성농민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08년 7월에 조례가 제정되자 이를 근거로 여성농민 한글학교 사업을 추진해 그해 12월 교사를 선발해 연수까지 마쳤고 마을에 한글학교 안내장을 돌려 다음해인 2009년 1월 7개면에서 18개 마을에서 신청을 받아 1월 14일 1회 입학식을 열고 총 3백15명의 여성농민들이 입학했다.

일반적인 한글강습과는 달리 나이든 여성농민의 실정에 맞게 각 마을 회관을 교실로 이용해 선생님들이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농촌에서 여성농민들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한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한 어머니들을 위해 일반 학교와 똑같이 운영해서 반장도 뽑고 봄에는 소풍을 농번기에는 방학도 했다. 어머니들의 솜씨를 자랑하는 전시회도 개최하고 겨울에는 졸업식도 번듯하게 진행했다.

한글학교라는 명칭에서 참여하는 여성농민들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명칭변경도 고민하고 있다. 또한 한글만이 아니라 덧셈, 뺄셈 등 셈법도 가르치고 음악교실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차에 걸쳐 건강교실도 함께 열어 마을 여성농민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강진군에서는 한글학교 예산을 지난해 1억2천만원에서 올해에는 1억5천만원으로 늘렸고 이에 따라 학생수와 선생님도 늘어났다.

여성농민 한글학교의 이런 세심한 배려는 바로 군청에서 관 주도로 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농민회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강진군에서는 사업예산과 행정적 지원만을 제공하고 강광석 교장을 중심으로 현장의 애환을 담은 사업이 시행될 수 있었다. 즉 민간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관에서는 이를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2010년 농업예산을 30%로 늘리고 농민단체를 농정의 든든한 파트너로 상호협력을 통해 농업발전을 견인하겠다고 지난달 농업분야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밝힌 바 있다.

농민회에서 제안한 사업을 적극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자치단체장이 농민단체와 함께 농정을 만들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강진군에서 현장 농민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되고 있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는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를 제정하고도 아무런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는 여타의 자치단체에게 모범이 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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