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 꼭 필요한 정책, 주민과 함께 만든다

지역농업 활성화 조례 어떻게 할 것인가?

  • 입력 2010.01.10 21:31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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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농업을 지원하는 지역조례 제정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조례를 통한 지역농업의 지원은 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농민에 대한 직접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가경영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지역농업 지원조례는 주민발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민과 함께 농업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할 수 있으며, 농민이 가장 필요한 정책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농정에서 농민들이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농업회생의 근본적 대안으로 ‘지역농업이 살아야 우리 농업이 산다’라는 지향아래 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조례를 찾아 소개하고 지자체장의 생색내기 등의 형식적인 지원조례의 문제점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다.  〈연승우 기자〉

● ● ●  글 싣는 순서  ● ● ● 

1. 들어가는 말
2. 우수 지역조례를 찾아서
- 토종농산물 보존 육성에 관한 조례
-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조례
- 여성농어업인 육성지원 조례
- 농산물 최저생산비 지급에 관한 조례
- 유기농산물사용 음식점 인증 및 지원조례
- 친환경 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 귀농인 지원조례
3. 지역먹을거리 조례 도입
4. 맺는 말

2003년 전국을 휩쓸었던 학교급식지원조례운동은 우리농업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학부모와 농민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급식지원조례는 2009년 12월 현재 광역자치단체 16개 모두가 제정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230개 중 200개에서 제정돼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주민발의를 통해 이보다 한 단계 발전한 ‘제주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조례’가 2004년에 제정됐다. 이 조례는 친환경 농산물 급식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고 농업의 소중함과 가치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의 일환이 되고 있다.

특히 2008년 제주도내의 학교 75%가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도내 전 학교 및 보육시설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성농민들의 법적 지위와 권익을 보장하는, 여성농민들의 숙원이었던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가 2007년 전라북도에서 처음 제정돼 2009년 7월 8개 도와 22개 시군에서 제정됐다.

강진군에서는 이 조례를 바탕으로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를 운영해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농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발의로 경상남도와 충청남도에서 벼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조례 주민발의 서명을 받고 있다. 또 전라북도에서는 논밭작물직불금 지원조례가 오은미 민주노동당 도의원이 발의해 제정됐다.

조례는 지역농업특성 살릴 수 있어

학교급식지원조례는 주민과 농민들이 하나가 돼 지역조례를 제정한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직영급식과 함께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과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며 농민들은 국민과 함께 농업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정책을 제도화한다는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앙정부 주도 하의 농업정책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국적 공통적인 지원만을 하기 때문에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지역농업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경상남도에서는 작년 11월부터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벼농가 경영안정자금조례 주민발의'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해 말 전여농 경남연합에서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또한 조례화 되지 않은 지역정책은 상황에 따라 바뀌거나 선거에서 단체장이 교체되면 흐지부지되기 쉽기 때문에 조례를 통해 법적 구속요건 하에 지역농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기농산물 생산이 많은 팔당지역의 특성을 살린 남양주시의 ‘유기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 및 지원조례’가 지난 6월에 제정됐다. 농가와의 직거래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 유기농산물 유통에 기여를 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역조례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주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활성화된다. 지역민들의 요구에 맞는 조례안을 만들고 조례안을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발의해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지역농정에 참여가 활성화된다.

주민발의로 제정된 조례는 여성농민의 법적지위 보장과 영농지원을 보장하는 ‘여성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와 전북의 ‘농업인소득안정을 위한 농업소득보전지원 조례’ 등이 있다.

그동안 농업에 대한 지원은 융자와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었으나, 융자 지원은 농민들의 부채만 양산하고, 농민들이 소득불안정으로 농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반시설에 대한 방만한 지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근 제정되고 있는 지역농업 조례는 직접지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농가 경영 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국회사무처가 발행한 지역농업활성화를 위한 조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지원 조례가 2천1백43개가 제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업지원조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과 유통 지원조례가 있으며, 농촌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와 관련한 복지 지원조례와 소득안정 지원, 친환경농업 지원, 인력육성에 관한 조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역주민-농민 이해 함께 반영

지역조례 제정은 농업의 생산기반에 대한 지역차원의 새로운 접근과 지원에 대한 체계를 세웠다. 또한 지역조례제정운동이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직접 수렴하는 과정과 지역민들의 참여로 조례가 제정돼 지방자치의 수준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지역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발의가 아닌 의회와 지자체에서 제정한 조례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조례 제정이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의 법률상 용어와 내용의 전문성으로 인해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

또한 농업과 연관된 조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일차적이지만, 조례가 지지를 얻고 실제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조례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지역조례제정에 있어 몇가지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시행규칙을 만들지 않아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거나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유명무실되는 조례도 허다하다.

구체적인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아 사실상 조례가 사문화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주민발의로 2008년 10월에 제정된 전라북도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농업소득보전 지원조례안이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올해 예산편성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조례가 제정된 이후 예산확보와 집행을 위해서는 시행규칙을 함께 만들어야 하며, 농업지원 조례의 경우 대다수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행규칙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조례가 제정된 후 이를 감시하고 참여하는 과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례가 사문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조례의 집행여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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