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학교급식에는 수입농산물이 없다?
지역농업 활성화 조례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도산 70% 이상 사용, ‘로컬푸드’ 정착
국내 최초 주민발의 의한 ‘지원조례’ 큰 힘
민간보육시설 포함 안돼, 예산확보대책 절실

  • 입력 2010.01.24 20:31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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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학교급식에는 수입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0.2%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일부 가공품과 과일에만 국한돼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김태환)의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조례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조례는 국내 최초로 주민발의로 만들어졌으며, 조례 제정 직후 바로 시행규칙을 제정해 예산을 확보하고 그 다음해부터 사업이 시행돼 우수한 지역조례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04년 1월 제주지역 주민 1만1천1백여명(유효서명 1만500명)의 서명으로 입법발의돼 그해 5월 제주도의회에서 가결됐다.

지역주민들의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요구와 우리 농산물 사용을 통한 농민들의 경제적 요구가 맞닿아 제정됐다는 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일부 조례들이 단체장의 의지 부족 등으로 인해 사문화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친환경급식조례는 그해 12월 시행규칙을 만들어 학교급식 지원 대상과 기준을 정했고, 이를 총괄하는 제주도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친환경급식조례는 학교에서 식자재 구입시 친환경 농산물과 일반농산물 가격의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에는 제주도내 모든 학교인 2백67개, 9만6천명의 학생에게 53억원(도교육청 지원 8억원 포함)의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전체 학교급식 식재료 구입비 3백80억6천8백만원의 14%에 이르는 비용이다.

제주 친환경급식조례는 로컬푸드의 사례로도 유명하다. 2008년 친환경식재료 사용현황을 보면 채소류는 제주도내 농산물 72%를 사용하고 있으며, 서류가 82%, 축산물은 96%, 수산물 76%를 제주도산을 쓰고 부족한 부분은 국내산으로 사용해 100%에 가까운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의 농축수산물들이 육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지역 내에서 순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급식 조례의 성공요인은 제주지역 농업과 지역경제를 만들기 위한 주민과 농민, 그리고 도행정의 뒷받침이다.

친환경급식 조례 주민발의를 이끌었던 시민단체들은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제주연대’를 만들어 조례가 시행되도록 감시활동을 벌였고 농민들은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영농법인을 만들어 이를 지원했다. 도에서는 필요예산을 확보하고 도교육청의 예산도 이끌어냈다.

학교급식에서 도내 친환경농산물 등의 소비가 늘어나자 제주도내의 친환경농업도 급신장했다. 제주도 친환경농산물 인증현황을 보면 2004년 7백24농가, 1천4백79ha에서 2008년 1천1백29농가가 2천2백89ha로 늘어나 약 70%가 늘어났다.

또한 식재료공급의 안정을 위해 농가들과의 계약재배를 하고 있으며, 겨울철 작목 위주의 제주도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 전북도 등과 협약식을 맺고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김충의 제주도 친환경농업팀장은 “농가소득도 증대하고 있어 친환경농가들의 조수익이 1천1백억원대의 규모”라고 말했다.

친환경급식은 농민, 주민 모두 만족하고 있다. 학교급식제주연대가 지난해말 발표한 ‘제주지역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이 뜻있는 일이라고 대답한 학부모가 85.3%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농촌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77.3%가 대답했다.

제주 친환경급식조례로 인해 식생활 교육, 농장체험 등의 부대적인 결과도 도출됐다. 학교급식제주연대와 제주도는 지난 2008년 1회 전국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대회를 개최했으며, 올해에는 2회 대회를 4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제주 친환경급식조례에도 아직 부족한 점은 있다. 우선적으로는 예산의 확대이다. 제주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상은 초등학교병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아직 민간보육시설에는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민간보육시설의 어린이들까지 지원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

원활한 친환경농산물 공급과 사업주체를 만들기 위한 친환경급식센터 건립도 아직 답보상태이다. 학교급식제주연대 김남훈 사무처장은 “지역농산물을 시기별로 구매해서 유통하는 역할을 농협과 유통업체가 못하고 있어 이를 관리할 친환경급식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친환경급식센터를 만들어 세척, 포장 등의 전처리 과정과 학교별로 납품할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예산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역농협 등과 이야기하고 있지만 농협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개방과 구조조정으로 농업이 축소돼 가는 현실에서 지역조례를 통해 농업을 살리고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내고 있어 제주도 이외에서도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활성화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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