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양돈 농가에게 유난히 모질었던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용모(58·경기 용인시)씨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어렸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심각한 돈가 폭락이 1년 가까이 지속돼 지난해에만 1억원 가량의 큰 적자를 봤지만 다행히 최근 돈가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김씨는 지난해 돈가 하락과 모돈감축 운동이 맞물려 140여두의 모돈을 90여두까지 줄였다. 그 사이 후보돈은 한 마리도 새로 들이지 않았고, 남아있는 모돈이 모두 노산이라 생산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다른 농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앞으로 공급이 줄어 돈가는 계속 좋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다만 모돈수가 줄어든 만큼 당장은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다. “이렇게 빨리 상황이 호전되리라 생각을 못한거죠.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은 농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은 농민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져 있었고, 이제는 지역의 농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최저가격보장 조례제정 운동의 선도격으로 꼽히는 충북 음성군. 그 중심에는 음성군농민회 이상정 회장이 있다. 전국 최초로 최저가격보장 조례를 일궈내는 데 앞장선 이 회장에게서 조례 제정에 관한 자세한 속사정을 들어봤다. ▶조례가 제정되고 예산도 확정됐지만 그간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주민발의를 위해 서명을 받는 과정이 힘들었다. 2010년 9월부터 11월까지 서명을 받았는데 한창 농번기라 농민들에게 제대로 내용
“배추농사 잘 지어서 소비자한테 보내고, 건강한 몸으로 농사 잘 짓는 게 제 꿈이다.” 첫서리와 동시에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됐다. 한겨울에 접어든 해남은 겨울배추 출하로 바빠질 시기지만 김장용 절임배추만 출하하는 그는 비교적 한가하다. 기자가 찾아간 12월의 마지막 주. 그는 2013년 마지막 배추를 절이고 있었다. 우리나라 땅끝 전남 해남에서 만난 최재문(54)씨, 새해를 맞이하는 바람은 언제나 소박하다. 매년 10만 포기 수확에도 소비자의 신뢰로 판로 걱정 없어 “재작년 태풍보다 더 무서웠던 게 지난해 가뭄이었다. 태풍이 지나가면 어떻게든 살려보겠는데, 가뭄이 오면 배추 속에 진딧물이나 병충해가 생기고 속이 말라서 상품성을 잃어버린다. 속을 알 수 없기에 가뭄이 더 무섭다. 지난해에는 15
경남 함안군 여항면사무소를 지나 여항저수지를 돌아가는 길로 들어서자 도로 옆으로 하나둘씩 마을이 나왔다. 도로 옆을 따라가는 실개천에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다리를 건너 감현마을, 함안 아라씨앗드리 공동체 작업장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정은미(44) 공동체 사업단장은 마침 작업장에서 꾸러미로 보낼 두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두부는 소포제도 안 쓰고 간수도 전남 영광염전에서 직접 소금을 받아 만든 간수를 씁니다. 콩도 생산자들이 제초제를 치지 않는 무농약 농법으로 농사 지었어요.” 위생모를 쓴 정 단장이 조심스레 두부를 잘라 포장기계에 넣는다. 대기업이 만든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리진 않지만 1모의 크기는 눈에 띌 정도로 컸다. 1모의 무게는 약 480g. 시중에 유통되는 두부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후예답게 이광석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갑오년이 드디어 밝았습니다. 외세에 맞서, 부패한 권력에 맞서 일어섰던 농민들의 갑오년이 120년을 돌아 다시 왔습니다. 그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그때의 농민들의 처지와 지금 우리 농민들의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연일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지어먹을 농사가 없어 절망에 빠진 농민들에게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나라의 수장은 농민 값인 쌀값을 흥정거리로 삼아 농민을 농락하며 달포가 넘어가는 노숙농성과 연이은 투쟁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습니다. WTO, FTA, TPP 이름만 들어도 멀미가 날 것 같은 수많은 협상들은 어떻습니까? 민족농업을 외국자본에 팔아넘기는 온갖 협상들로 우리 농업은 사형선고에 이어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로 음성지역 농민들은 6개 품목에 한해 안정적인 농사를 보장받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례 시행까진 몇 가지 숙제가 남아있다. 조례에 따라 설치한 음성군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운용심의위원회(이하 농축산물심의위원회)에서의 논의가 앞으로의 향방을 판가름할 공산이 높다. 현재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의 최대 쟁점은 기금을 통한 차액지원 시행 시기다. 현재 동 조례 부칙엔 ‘차액은 2018년 이후부터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2017년까지 50억 원의 출연금을 조성해 그 다음해부터 농민들에게 직접 금액을 지원하는 계획이다.하지만 지역 농심은 2018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모습이다. 특히 벼농사 농민들의 마음은 다급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을 줄였다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2012년 1월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이하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조례)가 정식 공포됐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조례를 제안한 농민회 내부에서 지난한 토론을 거쳐야 했으며 농업 지원을 반대하는 일부 지역여론부터 WTO 협정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지역 농민들이 하나된 뜻을 보여준 2010년 조례 제정운동과 지역 농민단체들의 지속된 연대가 조례제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조례 제정 운동은 쌀 야적 투쟁에서 시작됐다. 음성군농민회 등 음성지역 5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음성군 쌀값 보장 대책위원회(이하 쌀값 대책위)는 지난 2009년 10월 음성군청과 농협 음성군지부 앞에 벼 196톤을 야적하고 나락값 5만원(40㎏) 이상 수매와 40만톤 대북지원,
전국적으로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안을 제정하는 운동을 펼치거나, 제정·시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조례안을 만드는 것은 해당 지역의 특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때문에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바탕으로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지자체별로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 부여군, 농민 주도로 주민발의 운동 진행 부여군농민회(회장 정효진)는 지난 1월 9일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해 가격안정 기금을 설치했다. 이어 부여군농민회는 주민발의 조례운동을 펼쳐 3,000여명이 넘는 주민의 서명을 이끌어내, 지난 4월 5일 주민조례를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조례의 주된 내용은 군이 농업발전기금 100억원으로 부여 특
농민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가격문제 해결방안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의 최저하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가격 불안정 문제가 농민들의 삶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지금,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제도가 이 문제의 핵심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별로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이를 전국적인 제도로 확산, 안착시키는 것은 농업·농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중요한 현안이라는 의견이 거세다.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제도란? 농축산물 최저가격 보장 제도란, 말 그대로 생산비에 기초한 농축산물의 최저가격을 지정해 농민들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농가소득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는
“새해라고 농사짓는데 특별한 준비가 있나. 그냥 열심히 하는 마음부터 다잡을 뿐이죠.”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몇 월 몇 일 육묘를 할 건지, 묘를 어떻게 더 잘 키울 건지, 정식은 또 언제쯤 할 건지,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된 정보처럼 줄줄줄 농사계획이 나온다. 충남 부여군에서 17년째 800평(2,600㎡) 딸기 농사를 짓는 이윤태씨(42)가 세운 올해 제일 큰 목표는 ‘가족여행’이다. “큰애가 열 살이니까 결혼한 지 10년이다. 농민들이 대개 그렇듯 일년내내 바쁘고 상황에 쫓기다 보니 오붓한 가족여행 한번 못 갔다. 올해는 꼭 다섯 식구 여행을 갈 계획이다. 그런 기대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 6월에 끝난 딸기농사는 9월 정식을 하면서 다시 시작하지만, 딸기육묘까
며칠 전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보는 동안 내내 가슴에 통증이 있더니 체기마저 생겨 며칠째 고생을 한다. 울타리 안에 갇혀 세상일을 외면하고 산 것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며 약 없이 견디고 있다. 부산에 사는 지인은 한동안 돼지국밥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백을 해왔다. 특히 부추를 얹어 먹는 돼지국밥은 볼 때 마다 특정한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하였다. 세상사와 함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음식도 그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역으로 음식이 사람을 바꾸기도 하고 역사를 다시 쓰게도 한다. 그러므로 부추 얹어 먹는 돼지국밥은 잠자고 있던 우리를 깨워 이 혼란의 시대를 잠재우고 평화를 가져올 음식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새해는 늘 오고 그때마다 새해 소망을
1895년 3월 29일. 하루종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교수대에 선 전봉준은 마지막 말을 일갈했다. 「나는 다른 말이 없다.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피를 뿌려 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컴컴한 적굴 속에서 암연히 죽이느냐?」 그리고 최경선, 손화중, 김덕명, 성두한과 함께 사형 당하였다. 120년이 지난 2013년 12월 엄동설한 국회 앞. 비닐로 얼기설기 엮은 농민노숙 투쟁장에 눈발이 날린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에게 빼앗긴 민주주의와 쌀을 되찾아 오겠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여의도 칼바람에 울어댄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걸까? 2014 갑오년 한반도의 운명과 농민의 처참한 현실은 120년 전 갑오년하고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