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야 나아지지 않겠나”

기대를 걸고 새해를 맞는 양돈농가 김용모씨

  • 입력 2013.12.29 20:34
  • 수정 2015.11.08 00:1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한 해 양돈 농가에게 유난히 모질었던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용모(58·경기 용인시)씨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어렸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심각한 돈가 폭락이 1년 가까이 지속돼 지난해에만 1억원 가량의 큰 적자를 봤지만 다행히 최근 돈가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

김씨는 지난해 돈가 하락과 모돈감축 운동이 맞물려 140여두의 모돈을 90여두까지 줄였다. 그 사이 후보돈은 한 마리도 새로 들이지 않았고, 남아있는 모돈이 모두 노산이라 생산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다른 농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앞으로 공급이 줄어 돈가는 계속 좋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 김용모씨가 애정어린 손길로 돈사의 새끼돼지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다만 모돈수가 줄어든 만큼 당장은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다. “이렇게 빨리 상황이 호전되리라 생각을 못한거죠. 정작 가격은 회복됐는데 두수가 줄어 출하를 많이 못해요. 지금 후보돈을 들여온다 해도 출하를 하기까지 1년 정도가 필요한데, 그때 가서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걱정이구요.”

판로 문제도 고민이다. 안정적인 출하와 일정한 가격보장을 위해서는 육가공업체와의 공급계약이 좋은 대안인데 최근 거래업체와 계약이 끊겼다. “수원과 용인에서 활동하던 광역브랜드 업체가 적자를 빌미로 용인에서 철수했어요. 현재 10개 농가가 함께 다른 업체를 물색중인데 다들 재고물량이 많다고 안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해서 힘듭니다.”

하지만 워낙 힘든 시기를 헤쳐나온 뒤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 새해엔 충분히 희망을 가질만 하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작년보다야 나아지지 않겠어요. 적어도 지금 가격은 쭉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거죠”라며 미소를 띠었다. 돼지고기 지육 1kg당 가격은 지난해 한때 2,0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것이 현재 4,5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 23일에는 큰아들의 결혼이 예정돼 있다. 한 차례 목돈이 들어갈 일에 걱정도 많다. “결혼이 간단한 줄 알았는데 번듯한 전셋집 하나라도 마련해 주자니 만만치가 않네요. 아들은 놔두라고 하지만 부모 된 마음에, 계속된 적자로 돈은 없고 대출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김씨는 올 봄부터 한달에 10두 정도씩 후보돈을 들여 모돈수를 종전 수준인 140두 수준까지 회복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오랜 시간 몸담은 양돈업이라 자식들이 이어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지만 또한 어렵고 힘든 일임을 잘 아는 탓에 걱정도 많다는 김씨. 장기간의 적자와 예정된 지출을 만회하기 위해, 또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물려줄 수 있는 돈사를 만들기 위해 그는 힘차게 한 해의 돼지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