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산골에서 태어나 산채 먹고 자라난 내게 있어 가장 친근한 나물은 고사리다.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나물이기 때문이겠다. 봄에 비가 그치고 집 근처의 산이나 들에 나가면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고사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들 따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산나물 들나물을 채취하던 놀이 같은 재미 뒤에 고사리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가지고 있다. 지리산으로 이사 온 어느 해 봄 ‘덤 앤 더머’ 같은 느낌의 할머니 친구 두 분을 따라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간 적이 있었다. 취나물도 뜯고 다래순도 따고 늦은 두릅순도 따면서 눈에 들어오는 고사리를 꺾어 배낭에 담는 재미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중의 으뜸이라 할 만큼 빠지게 된다. 한참을 돌아다
앞산 뒷산에서 장끼가 소리친다. 까투리를 찾아 부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콩(大豆) 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농사에 서툰 사람은 콩 심는 시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콩은 까투리가 알을 까서 꼬랑지에 꺼병이를 매달고 다닐 때 쯤 심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콩을 심으면 콩이 매달리지 않는다. 요즘 귀농하는 이들이 그런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콩 씨를 넣고 꿩이나 비둘기와 사투를 벌이고 가뭄과도 싸워 콩 싹을 올려놓고 보면 주위어른들이 핀잔을 한다. 소를 먹이라는 둥 땔감이냐는 둥 ...콩은 봄에 파종하는 작물이 아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망종 무렵에 심어야 한다. 제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콩대만 웃자라고 콩을 맺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콩은 우리역사와 함께한 귀중한 작물이다. 육류성 단백
지방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며칠 전에는 제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어보더라구요. 남편이 많이 피곤해해서 근처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지방간이 심하니 조심하라고 했다며, 잔뜩 겁을 먹고, 위험한 거냐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더군요. 그 친구 남편을 본 적이 없어서 술을 많이 먹는 편이냐고 물었더니, 어쩌다 가끔 한두잔 하는 정도래요. 그 유명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구나 싶었죠. ‘그럼 살이 좀 찐 편이니?’ 라고 물으니, 뱃살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 들어 부쩍 더 살이 찐 것 같다고 하네요. 운동하는 것은 무척이나 싫어한답니다. 이렇게 지방간이 있는 분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10명에 1~2명은 지방간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만인에서는 50%
“사실은 나도 영주 아버지, 그러니까 서준석 씨가 이장을 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소. 다만 현 이장인 정갑철 씨가 큰 대과 없이 해온 터라 그간 정리로 보아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뿐이었소. 서준석 씨가 농협 총대도 보고 있고, 면내에서 인간관계도 넓으니까 잘 할 거라고 봅니다.” 뜻밖이었다. 정선택이 근엄한 말투로 아퀴를 짓자 분위기는 그대로 준석이 이장을 맡는 것으로 넘어갔다. 다만 정갑철만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자신이 다시 이장을 맡게 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장을 맡아 쥐꼬리만 한 월급이나마 평생 처음 다달이 통장에 들어오는 재미에 들렸던 그로서는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다들 생각이 같은 걸루 봐야겠쥬? 정갑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일렁이는 바람 따라 보리밭도 같이 일렁인다. 푸른 바다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그 모습도 영락없이 바다와 닮아 있어 역시 제주의 보리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5월이 지나고 6월이 되고 보리타작을 하고, 그러면 본격적인 더위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우리 몸은 더위를 피하는 음식을 부르는데 그 음식의 중앙에 보리밥과 된장, 오이 등이 있고 제주엔 육지에 없는 자리돔이 하나 더 있다. 딱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자리돔은 산란기인 5~6월이 제철로 산란기가 지나고 나면 뼈가 더 억세어지고 커지므로 젓갈로 담아 두고 일 년 내내 먹는다. 그러므로 그 크기는 작아도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꽤나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죽어지내다시피 드러누워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들 뿐 만이 아니다. 말라버린 그루터기들이 제빛을 잃어버린 색 바랜 논들도 봄을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트랙터가 들판을 울리고 봇물이 고랑을 빡빡하게 흐르면 논들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 들썩인다. 색 바랜 논들이 물빛과 여린 볏모들의 환희로 가득차면 농촌의 들녘은 비로써 꽉 들어찬 충만함을 보여준다.이런 농촌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모내기는 우리네의 오랜 습관이다. 마을 어른 중 누군가가 말끝을 잊지 못하며 그랬다. “이제 몇 번의 모판에 씨 나락 앉히는 일을 하게 될지….” 오래전부터 한해를 다시 맞는 것은 농사와 깊게 골이 맺혀있었다. 새로운 해를 맞으며 죽음의 문턱에 그만큼 가까워 젖지만 여전히 나락을 뿌리고 모를 내고 콩을 심는 것이다. 그것
충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깁니다. 충치가 생기는 양상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없지만 노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르게 생기는 걸 이해하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기 쉬워질 것입니다. 충치는 치아의 표면에 음식물잔사가 붙고 여기에 세균이 증식하면서 내뿜는 산에 의해 치아의 칼슘성분이 빠지는 현상입니다. 칼슘성분이 많이 빠지면 삭은 듯이 보이게 되고 결국에는 형태가 무너집니다. 점점 깊어지면서 세균이 치아 내부로 침입하면 통증도 느끼게 됩니다.이러한 과정은 모든 충치에 공통적인 부분입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른 점은 어디에 음식물잔사가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 난 치아는 산과 골이 명확합니다. 그
“그럼, 두섭이네는 누가 이장을 했으믄 좋겠다는 거유?” 양만득이 맹한 표정으로 부녀회장을 바라보았다. 올해 오십이 되는, 마을에서 세 번째로 젊은 편인 그녀는 주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여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었다. 젊은 데다 마을 일을 제 일처럼 늘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기 때문이었다. 회관 청소며 음식이며 그녀가 나서서 손을 내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가 붙박이로 부녀회장을 한지 벌써 육년 째였다. “저 혼자 생각은 아니구, 다덜 영주 아부지가 한 번 해야허지 않을까 말이 돌었시유. 왜 저한테만 그런대유? 우리찌리 있을 때 성진 할무니두 그리 말씀하셨는데.” 석준은 속으로 으이구, 하고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성진 할머니란 다름 아닌 정선택의 부
할아버지의 밥상에나 가끔 오르던 소고기, 아이들인 우리들은 병이 나서 심하게 앓고 난 다음에라야 몸을 추스르라는 뜻으로 끓여주시던 죽에서 볼 수 있었던 소고기를 떠올린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때였으니 만큼 투정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기에 일 년이면 불과 몇 번 밖에 먹을 수 없었던 소고기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먹을 것이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아니다. 닭처럼 성질이 따뜻한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처럼 몸을 차게 하지도 않으니 형편만 된다면 평소에 자주 먹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소고기는 그 맛이 달다. 비장이나 위장을 도와 몸에 기와 혈을 더해주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오래된 병으로 몸이 허약해졌을 때 먹으면 회복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쉽다더니 인공수분이 끝나자마자 꽃잎이 흩날린다. 한해농사가 인공수분의 결과에 달렸으니 배과수원은 모두가 정신없이 비상상황이다. 일을 할 사람은 없고 시간은 촉박하다. 막걸리 마셔가며 꽃구름속에 어쩌고 하다가는 패농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수분용 꽃을 따다가 꽃가루를 묻혀준 것은 70년대 방식이다. 80년대 개방농정은 농법도 수입됐다. 선진농가라는 사람들이 수분용꽃을 길러 화분을 채취해서 인공수분을 했다. 지금도 일부기술센타에서 꽃가루은행을 시행하는데 일손이 모자라고 기계가 없는 농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중국의 값싼 수분용 꽃가루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어떤 지자체는 꽃가루값 일
봉독약침은 꿀벌의 독을 우리 몸의 경혈이나 아픈 곳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주로 관절통, 신경통, 근육통에 사용합니다. 요즘 한의원에서 약침과 더불어 많이 사용하는 치료법인데, 봉독약침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1. 봉독약침은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나요?봉독약침은 일종의 독을 우리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봉독(꿀벌의 독)을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 계통이 활성화 되고, 활성화된 면역력을 이용하여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입니다. 또한 봉독 자체에도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관절약, 피부과약, 알레르기 약 등(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고 계신 분들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소염제 계통의 약들이 봉독의 효과를 죽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봉독약침을 치
우리가 의료생협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고, 지역사회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함이다.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금연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2010년 기준 48.3%이다. 과거 20년간 75.1%에서 크게 감소하였지만, 최근 5년간은 정체 상태이며,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 흡연율은 6.2%로 과거 20년 사이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고 있다. 청소년은 남자 16.6%, 여자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소년 흡연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흡연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암과 혈관 질환이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