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선 농업·농촌을 이야기하자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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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북 영천·청도 지역에 출마한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9일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현재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 3선 마을이장 출신이다. 한승호 기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북 영천·청도 지역에 출마한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9일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현재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 3선 마을이장 출신이다. 한승호 기자

“저희 마을에서 이장 3선 한 것을 평생의 자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농업·농촌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원 도시민으로 구성된 지역 YMCA 회원들 앞에서 이영수 국회의원 후보(경북 영천·청도)는 인사말에 ‘마을’과 ‘농업’을 넣었다. 득표엔 별반 도움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17년차 농민으로서 그의 정체성과 정치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농촌은 식량주권의 산실이고 농업은 국민 생명의 원천이지만, 산업화·도시화의 역사 속에서 정치의 관심은 이들을 떠나간 지 오래다. 정치의 사각에서 급속도로 피폐해진 농촌은 가장 먼저 인구절벽에 직면했고 유권자가 적은 만큼 더더욱 정치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선거판에서 제1 화두로 농업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이제 농업의 당사자인 농민후보들 외엔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이영수 후보의 일과는 일반적인 후보들보다 조금 더 분주하다. 도시민들을 만나는 건 물론, 산간 벽지 마을까지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농민들을 만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서너명뿐인 마을회관에서도 20분이든 30분이든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 한다. 영천에서도 가장 벽지에 속하는 화북면 횡계리에서 이 후보를 만나 본 농민은 “영천은 어찌됐든 농사곳(농업지역)이다. 농민들 애환을 아는 사람이 당선돼야 농촌을 대변하지, 지금 국회의원 300명 중엔 그거 하는 사람 한 명도 없지 않나”라고 공감했다.

여기에 더해 농사일에도 마냥 손을 놓을 수 없다. 한창 농촌 마을을 돌다가도 농장으로 들어가 상품 적재 작업을 시작한다. 저장기한이 임박한 창고의 포도를 내일 아침 도매시장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때를 놓쳐선 안 되는 농사의 섭리가 이 후보의 생활 속에도 그대로 들어 있다.

이 후보는 후보로서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건을 안고 있다. 보수색이 짙은 지역문화 속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것부터가 큰 도전이거니와, 과수 1만평의 순도 높은 전업농인지라 일반적인 후보들에 비해 자본력이나 도시지역 인맥도 약한 편이다. 기실 이 후보뿐 아니라 선거에 도전하는 모든 농민후보들이 그리 평탄치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에서 농민후보들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농민들은 이들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도시민들은 이들을 통해 농업·농촌을 곱씹는다. 이 후보는 “그동안 농업계에서 제안된 좋은 정책들이 실현되지 못한 건 농업·농촌이 사회·정치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이고 결국 농민들에게 힘이 없다는 것이다. 농민들을 대변하며 국회에서도 지방의회에서도 ‘농민 정치’를 조직하고 싶다”며 자신의 사명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처럼 농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는 농민후보들이 있다.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는 농민후보들이 있다면 어느 의원보다 적극적인 농업 의정활동을 펼치겠지만, 그와 관계없이 농민후보들이 선거판에 끌어올려 놓은 의제를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 전체가 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농민후보들의 분투는 그 하나하나가 농업·농촌의 소외된 현실을 상징하는 치열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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