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농민들은 이것을 바란다① 주제발표

‘제22대 총선과 농업·농민·농촌 농정공약’ 국회토론회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8
  • 기자명 권순창·강선일·최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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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2대 총선과 농업·농민·농촌 농정공약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2대 총선과 농업·농민·농촌 농정공약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과 6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한 ‘제22대 총선과 농업·농민·농촌 농정공약 토론회’는 그간 농민들이 전개해온 가장 구체적인 농정 입법활동인 ‘농민3법’과 그 지향점을 중심으로 농업 각 분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자리였다. 총선 앞, 농업 의제의 총정리판이 될 수 있는 이날의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정리 권순창·강선일·최설화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관련기사>
제22대 총선, 농민들은 이것을 바란다② 토론
제22대 총선, 농민들은 이것을 바란다③ 인사말



“다중위기의 시대, 농민3법으로 국가책임농정 실현하자”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다중위기의 시대.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위기가 뻥뻥 터진다는 얘기다. 정부가 물가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는데 이미 시작된 상승세는 멈추지 않는다. 이상기후는 이제 농민들에게 일상이 돼버렸다. 전쟁으로 교역의 문이 닫히면서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는 끝이 났고 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최근 WTO 13차 각료회의로 증명됐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식량수입국이기 때문에 이같은 다중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국내 밀 소비량이 쌀 소비량에 육박하고 축산물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섰다는 보도도 봤다. 식량체계 자체가 바뀌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하나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이어지니 국내 생산량에도 문제가 생긴다. 사과 한 알에 1만원, 이런 건 단순한 할인행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정을 펴야 하는데, 1200억원을 투입해 그걸 대체하려 하고 있다. 연 농업소득 948만5000원. 한 농가당 이걸 받고 어떻게 살아가겠나.

수입은 계속되고 있다. 기존 수입물량 말고도 저율관세할당(TRQ) 증량, 수입창구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하든 안정적인 가격으로 국민 입 속에 배불리 뭔가를 집어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정부가 말하는 ‘식량안보’이고 이것이 농정의 핵심 고리다. 여기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야 해답이 나올 것 같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농산물 수입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농업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개별적 사안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농업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 아닌가 싶다. 농정예산은 절대량도 문제지만 이 조그만 예산이 수천가지로 잘개 쪼개져서 농민들에게 각종 보조예산으로 쓰임을 당한다. 농민들은 또 살겠다고 자연스럽게 줄을 서게 된다. 답답한 일이다.

농지의 소유와 이용 문제도 중요하다.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돼버린 지 오래인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농업의 근본 위기를 해소하는 데 있어 국가책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지 않겠나. 농민이 영혼을 갈아 넣어 열심히 농사짓는다 해서 지금 대한민국 농업문제 해결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래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소속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은 다중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대안으로 ‘식량주권’, ‘국가책임농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라고 하는 것, ‘수입은 원래 하던 것이고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깨지 않고선 다음이 없다. 국가책임농정이라는 것이 사실 자연스러운 건데, 국가가 책임질 건 보조금뿐인 것처럼 되고 있다. 농민들이 사방팔방에서 요구를 해도 안 되니, ‘농민3법(「농민기본법」·「양곡관리법」·「필수농자재지원법」)’이라는 구체적 법안까지 만들어서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농민들이 수년동안 고민하고 연구·토론해서 만들어 놓은 법안이「농민기본법」이다. 기존「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으로 만들었고 그 실질적 내용은 ‘진짜 농민’을 찾아내는 문제, 그들이 정당하게 대우받게 하는 문제, 여성농민이 권리를 찾게 하는 문제, 헌법상 경자유전을 실현하는 문제 등이다. 농민기본법이라는 모법을 만들어놔야 다른 문제들도 해결 가능하다. 법안은 만들어졌지만 국회에서 표류를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양곡관리법」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개정안이 누더기가 돼버렸고 그조차도 윤석열정부가 거부했다. 윤석열정부 1호 거부 법안이다. 누더기 법안이 아닌 진짜 양곡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시 만들었다. 공정가격 보장, 국가책임 강화가 그 내용이다. 농민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논리가 아니고 국가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다.

또 하나는「필수농자재지원법」이다. 농자잿값이 너무 올라서 답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역별로 농민들이 농사짓다 말고 서명받고 주민발의해 필수농자재지원조례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법으로 만들면 되는 일인데 국회가 이런 걸 손 놓고 있는 건 책임 방기라고 생각한다.

농민의길은「농민기본법」·「양곡관리법」·「필수농자재지원법」이 세 가지를 ‘농민3법’으로 규정해서 지난 총회 때 범국민운동본부 추진을 결의한 바 있고, 총선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제정 운동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농민들이 요구해온 내용들이 바뀐 게 없다. 항상 똑같은 얘길 하며 농업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 싸워왔는데 시간이 지나면 도돌이표 내지 더 심한 형태로 농업·농촌을 압살하는 정책이 반복돼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꿋꿋하게 얘기해야 하고 정치는 그에 화답해야 한다. 정치는 농민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이 바로 ‘식량주권’, ‘국가책임농정’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개별적 사안에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총체적·입체적·전략적으로 우리 농업계가 방향을 잡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농민의길은, 다중위기의 시대에 국가책임농정으로, 그리고 농민3법 입법을 통해 우선 방향을 잘 맞춰 놓고 구체적인 사안들을 해결해 나가기를 제안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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