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농가 진퇴양난 빠트린 ‘상상 이상’ 전기요금

설정 온도·규모 따라 다르지만 한 달 1천만원 넘는 농가 수두룩
시설작물 재배 농민 “난방 안 할 수 없어 빚지며 감당할 수밖에”

  • 입력 2024.03.10 18:00
  • 수정 2024.03.10 18:3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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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동절기 시설농가의 농업 생산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난방비다. 최근 농가에선 전기 온풍기 사용이 많아졌는데, 한국전력공사가 적자를 핑계로 요금 인상을 거듭 단행한 까닭에 농가의 난방비 부담은 특히 더 커진 상황이다.

시설작물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동절기 전기요금은 전체 생산비의 40~50%를 차지할 정도다. 아울러 난방에 사용되는 전기 온풍기 사용을 차치하더라도, 측창 개폐기 등 오늘날 시설 관련 장비 모두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농가에 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남 진주에서 시설고추를 재배 중인 박갑상씨는 “생산비 오르는 폭에 맞춰 농산물값이 오른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은 폭락을 거듭하고 이럴 경우엔 정말 답이 없다”며 “지난해와 올해 전기요금은 확연히 늘었는데 오히려 고추 가격은 지금 하락세다. 생산량도 많지 않아 농가 소득에 큰 손실이 우려되는데 생산비는 꼬박 내야 하니 여차하면 농협에 빚을 지는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 중인 농민 허현아씨는 “고정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최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조치가 생각보다 크게 와닿는다. 농산물 시세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전기요금은 꾸준히 증가 중이기도 하고, 절대적으로 매달 지출해야 되는 요소라 kWh당 몇 원 인상되더라도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씨는 “지난달 3,500평 시설하우스 전기요금만 1,400만원가량 나왔다. 토마토 같은 경우 온도를 13℃에 맞춰놓지만 이보다 온도를 더 높게 유지해야 되는 작물을 재배한다면 1,000평당 요금이 500만원 이상일 것이다”며 “등유 난방보다 효율이 좋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전기로 시설을 맞춰놓은 건데 전기요금 오른다고 난방 방식을 다시 등유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마 대부분 농민들이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전기요금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농민 강기수씨는 “일반적으로 작물 키울 때 동절기에만 잠깐 난방하는 줄 알지만, 시설농가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난방하는 시기는 11월부터 4월까지다. 거의 반년이다”라며 “이때 1℃만 온도를 더 올려도 생산량이나 품질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많이 오르다 보니 농사가 잘 안 되거나 여건이 안 좋은 농가의 경우 온도를 더 높이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안 나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작물이 필요로 하는 적정온도가 더 높은 화훼 재배 농가의 경우 난방비 부담이 더욱 큰 상황이다.

전남 강진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조우철 땅심화훼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2월에 쓴 전기요금이 950만원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전체 생산비의 40% 이상이다”라며 “장미를 정상적으로 키워내기 위해선 20℃ 이상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정말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최근 겨울 날씨가 따뜻해서 난방비 부담이 덜하지 않냐고 하는데, 흐린 날이 지속되다 보니 날씨가 따뜻하더라도 하우스 온도가 올라가질 않아 난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난해엔 지자체에서 전기요금을 일부 지원해줬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없다.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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