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발목 잡는 농사용 전기, `대책은 없다'

  • 입력 2024.03.10 18:00
  • 수정 2024.03.10 18:3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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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겨울철 시설 고추를 재배하는 대표적 지역 중 한 곳인 경남 진주시 진성면의 시설하우스에서 지난 5일 한 농민이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 하우스의 최근 한 달 전기요금은 380여만원에 달했다. 한승호 기자
겨울철 시설 고추를 재배하는 대표적 지역 중 한 곳인 경남 진주시 진성면의 시설하우스에서 지난 5일 한 농민이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 하우스의 최근 한 달 전기요금은 380여만원에 달했다. 한승호 기자

 

혹한의 추위가 내려앉은 한겨울에도 소비자들은 오이·딸기·고추 등의 산뜻한 과채류와 상추·깻잎 등의 푸릇한 엽채류를 언제든 손쉽게 구매하고 또 섭취할 수 있다. 꿋꿋이 버티고 선 농촌 곳곳의 시설하우스 덕분이다. 하지만 모종이나 종자가 시설 내부에서 온전히 뿌리내리고 성장하려면 인위적으로 투입되는 전기 또는 유류 등의 역할이 대단히 큰 몫을 차지하고 이 때문에 겨울철 시설작물 재배 농민들은 생산비의 절반가량을 난방요금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림업 부문 에너지 이용 실태분석과 효율화 방향’ 연구자료에 따르면, 시설채소 가온 온실(비닐하우스·경질판 온실·유리온실) 면적은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했고, 2015~2019년 잠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이내 2020년 가파른 증가 폭을 보였다. 게다가 가온 온실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비중은 경유·등유 등의 유류와 달리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며, 2017년에는 전기 사용 면적이 고체연료(폐목·연탄·폐타이어·목재팰릿 등) 사용 면적을 역전한 바 있다.

여전히 절반 이상의 시설농가가 온실 가온에 유류(등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류는 대내외적 여건, 특히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 등락 폭이 크고 효율이 낮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최근 적지 않은 시설농가에선 전기 활용을 보다 더 늘리는 추세다.

현장 농민들은 “등유보다 전기 난방 효율이 훨씬 좋다 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요즘엔 대부분 기름보다 전기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농업용 면세유(등유)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르자 전기 온풍기를 난방에 활용하는 농가가 더 흔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경우 시설농가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바로 ‘농사용 전기(을)’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 계약종별에 따라 요금을 산정하는데, 계약종별은 주택용·일반용·산업용·교육용·농사용·가로등용 등 6개로 구분된다. 이 중 농사용 전기는 농어업인 소득 보호 목적으로 지난 1962년 도입됐다. 도입 목적에 따라 이들 6개 계약종별 중 요금이 가장 저렴한 편이나,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적자 타개 대책 중 하나로 요금 현실화를 지속 주장하는 까닭에 다른 종별과 마찬가지로 요금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지난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올랐다. 한전은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1·2분기 전력량요금 인상분을 각각 분기마다 3년에 걸쳐 분할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속된 요금 인상으로 농가 부담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일각에선 생산비의 40% 이상을 전기요금이 차지한단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동절기 작물 재배에 난방이 대체 불가한 요소이고, 그 비용 또한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농민들은 도입 취지를 잊은 채 다른 계약종별 대비 요금이 낮다는 이유로 인상에 인상을 거듭 중인 농사용 전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불거진 위약 단속 제도 개편과 더불어 한전이 ‘농사용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머지 않은 시일 내 전기요금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자 농민들은 굳건히 믿고 있던 농사용 전기에 최근 발목이 잡혀 버린 상태다. 이에 <한국농정>은 농사용 전기요금 실태와 농사용 전기로 혹한기 겨울에도 묵묵히 작물을 키워 내는 시설 농가 상황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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