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풀뿌리언론 제작주체들의 애로사항은?

  • 입력 2024.02.25 18:00
  • 수정 2024.02.25 18:0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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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소식을 담은 계간지 `고사리'의 편집위원들이 지난 20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사무실에서 그간 발행한 고사리를 펼쳐놓은 채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향, 임현택, 정충식씨. 한승호 기자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소식을 담은 계간지 `고사리'의 편집위원들이 지난 20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사무실에서 그간 발행한 고사리를 펼쳐놓은 채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향, 임현택, 정충식씨. 한승호 기자

지역 풀뿌리언론을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매체 제작을 위한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를 만드는 원동력은 사실상 뜻 있는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 재능기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풀뿌리언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리산 기슭 전북 남원시 산내면 주민들은 2013년 이래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매체 제작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3년 월간 <지리산 산내마을신문(산내마을신문)>을 발간한 이래 지역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시의성 있는 정보를 소개해 왔고, 지역 현안과 관련한 찬성·반대 측 주장도 균형 있게 싣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신문 제작은 순탄치 않았다. 산내마을신문은 2016년 휴간, 2017년 복간 등의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9년 완전히 제작이 중단됐다. 매달 8면씩 지면에 내용을 채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지역 내 풀뿌리매체 공백기를 맞이할 순 없다는 생각에, 산내면 주민들은 2019년 7월부터 계간지 <고사리> 발간을 시작했다. 산내면의 특산물인 고사리를 계간지명으로 정한 산내면 주민들은 고사리란 이름이 ‘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의 약칭이라고 소개했다. 고사리는 매년 4회, 분기에 한 번씩 발간되며 산내면에서 오래 살아온 어르신, 귀농·귀촌한 주민, 그리고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았다. 그러나 고사리도 지난해 3월호 발간을 끝으로 현재 제작이 멈춘 상태다.

마을매체 제작 과정에 관여해 온 산내면 농민 정충식씨는 산내마을신문 및 고사리의 제작이 불안정했던 이유로 △2,000명 내외의 주민이 사는 지역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 어려운 데 따른 취재 소재 고갈 문제 △취재원 탐색의 어려움 △제작 주체들의 본업 수행에 따른 제작 참여 난항 등을 언급했다. 계간지 제작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마감기한을 맞추기 어려워 허덕였고, 이후엔 원래 발간하기로 예정한 시점보다 1~2개월 늦게 잡지를 발간해야 하는 상황도 맞이했다는 것이다.

고사리는 현재 재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마을매체 제작에 함께해 온 주민들은 고사리가 향후 지역의 목소리를 어떻게 의미 있게 담을지 고민하며 복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고사리 복간 논의에 참여 중인 주민 임현택씨는 “우선 지역 내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나 재활용 문제 등 지역 주민의 삶과 연관된 소재로 기획기사를 다루는 건 어떨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풀뿌리언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과 별개로, 풀뿌리언론 제작 주체들이 돈과 시간, 역량을 온전히 쏟아부으며 1년 365일 ‘헌신’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결국 풀뿌리언론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이 수반돼야 한다.

그나마 전북의 경우 2016년 제정한 <전북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조례>가 존재하나, 아직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활발한 활동이 가능할 만큼의 지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중장기적으론 조례에 마을미디어 전담 인력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마을미디어 활동에 안정적으로 결합할 전문가들이 지역별로 배치된다면 마을미디어 활동에 (마을미디어 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더 많은 단위들의 결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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