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막화 시대, 지역 풀뿌리언론이 자라난다

  • 입력 2024.02.25 18:00
  • 수정 2024.02.25 18:1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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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월 1일자로 전북 순창군 풍산면 신문 '풍구' 창간호가 발행된 가운데 시민기자와 주민들이 지난 20일 풍산작은도서관에 모여 창간호에 얽힌 뒷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민영, 김은영, 구준회, 김선영, 차은숙씨. 한승호 기자
2월 1일자로 전북 순창군 풍산면 신문 '풍구' 창간호가 발행된 가운데 시민기자와 주민들이 지난 20일 풍산작은도서관에 모여 창간호에 얽힌 뒷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민영, 김은영, 구준회, 김선영, 차은숙씨. 한승호 기자

뉴스 사막화. 농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생각이 그 어느 보도매체에서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중앙언론의 초점은 항상 대통령실과 국회 등 극히 일부의 정치적 공간 또는 기업의 활동에 맞춰져 있다. 지역 이야기가 나오는 때는 특정 지역에서 심각한 사건·사고가 날 때, 또는 그 지역에 유력 정치인이 방문해 뭔가 발언할 때가 사실상 전부다.

이미 심각한 수준이던 지역뉴스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우려가 최근 강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방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언론노조 KBS 본부)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사장 박민, KBS)에선 박민 사장 취임 뒤 지역 KBS 총국에서 월~목요일 자체 제작해 온 <7시 뉴스> 방송시간을 현행 40분에서 10분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 편성시간을 축소하면 ‘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박 사장의 기조에 따라 예산 40억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언론노조 KBS 본부의 설명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박 사장은 취임 전부터 △인력 축소와 인건비 삭감 △프로그램 축소·폐지 △저효율 채널 중단 △지역국 통폐합 검토 △KBS 보유자산 매각 입장을 밝혀 왔다”며, 지역 KBS의 자체제작 뉴스가 지역 풀뿌리매체에 뉴스룸을 공유함으로써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내게 한 점, 지역 내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해 온 역할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역 방송사들은 매출 감소, 제작인력 및 제작비 부족 등으로 지역방송사 자체 시사 프로그램 제작도 어려워져 대담 프로그램 제작으로 편성비를 아끼는 상황이다. 대담 프로그램 제작 시 지역에서 이미 많이 소개된 ‘여론 주도자(오피니언 리더, 예컨대 정치인·공무원·전문가 등)’들이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함으로써 지역민의 의견이 풍부하게 반영되지 않는 한편 일부 여론 주도자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KBS가 지역뉴스 축소 입장을 드러낸 건 가뜩이나 심각한 뉴스 사막화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문사들이 제 역할을 하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 신문사들은 ‘광고주’인 지자체 및 지역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해, 주민들을 만나며 자체 내용물을 뽑아내는 대신 지자체 제공 보도자료 베껴 쓰기에 집중한다.

그나마 언론이 지역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할 때 제대로 이야기하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충북 옥천군에서 마을잡지 <월간 옥이네>를 발간하며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전해 온 박누리 월간 옥이네 편집장은 “‘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를 ‘서울언론’, 즉 주류 미디어가 과대포장하는 과정에서 언론도, 정치인들도 지역 내 주민의 이야기는 배제한 채 ‘서울’과 ‘도시’의 관점에서 지역문제를 재단하고, 대안도 도시의 관점에서 제시한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는 뭐가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 사막화 극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중앙언론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지역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것이 첫 번째 대안이다. 이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신문을, 잡지를 만들어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분투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샘솟아 나는 지역 풀뿌리언론 활동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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