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뉴스 사막화. 농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생각이 그 어느 보도매체에서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중앙언론의 초점은 항상 대통령실과 국회 등 극히 일부의 정치적 공간 또는 기업의 활동에 맞춰져 있다. 지역 이야기가 나오는 때는 특정 지역에서 심각한 사건·사고가 날 때, 또는 그 지역에 유력 정치인이 방문해 뭔가 발언할 때가 사실상 전부다.
이미 심각한 수준이던 지역뉴스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우려가 최근 강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방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언론노조 KBS 본부)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사장 박민, KBS)에선 박민 사장 취임 뒤 지역 KBS 총국에서 월~목요일 자체 제작해 온 <7시 뉴스> 방송시간을 현행 40분에서 10분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 편성시간을 축소하면 ‘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박 사장의 기조에 따라 예산 40억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언론노조 KBS 본부의 설명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박 사장은 취임 전부터 △인력 축소와 인건비 삭감 △프로그램 축소·폐지 △저효율 채널 중단 △지역국 통폐합 검토 △KBS 보유자산 매각 입장을 밝혀 왔다”며, 지역 KBS의 자체제작 뉴스가 지역 풀뿌리매체에 뉴스룸을 공유함으로써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내게 한 점, 지역 내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해 온 역할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역 방송사들은 매출 감소, 제작인력 및 제작비 부족 등으로 지역방송사 자체 시사 프로그램 제작도 어려워져 대담 프로그램 제작으로 편성비를 아끼는 상황이다. 대담 프로그램 제작 시 지역에서 이미 많이 소개된 ‘여론 주도자(오피니언 리더, 예컨대 정치인·공무원·전문가 등)’들이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함으로써 지역민의 의견이 풍부하게 반영되지 않는 한편 일부 여론 주도자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KBS가 지역뉴스 축소 입장을 드러낸 건 가뜩이나 심각한 뉴스 사막화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문사들이 제 역할을 하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 신문사들은 ‘광고주’인 지자체 및 지역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해, 주민들을 만나며 자체 내용물을 뽑아내는 대신 지자체 제공 보도자료 베껴 쓰기에 집중한다.
그나마 언론이 지역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할 때 제대로 이야기하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충북 옥천군에서 마을잡지 <월간 옥이네>를 발간하며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전해 온 박누리 월간 옥이네 편집장은 “‘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를 ‘서울언론’, 즉 주류 미디어가 과대포장하는 과정에서 언론도, 정치인들도 지역 내 주민의 이야기는 배제한 채 ‘서울’과 ‘도시’의 관점에서 지역문제를 재단하고, 대안도 도시의 관점에서 제시한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는 뭐가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 사막화 극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중앙언론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지역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것이 첫 번째 대안이다. 이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신문을, 잡지를 만들어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분투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샘솟아 나는 지역 풀뿌리언론 활동사례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