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원 벼 보급종 오염 사태, 왜 하필 ‘신동진’ 품종만?

지난해 12월 발아율 저하 현상 확인 … 종자원 “‘곰팡이’ 때문으로 추정”
농민들 “개인 보관하는 건조 벼에서도 저렇게 많은 비중 오염되기 어려워”
전농 전북도연맹 “진상조사 후 보급종 공급 문제없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 입력 2024.02.19 16:18
  • 수정 2024.02.22 09:2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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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국립종자원(원장 김기훈, 종자원)의 신동진 벼 보급종이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해 농민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한 신동진 품종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대책’을 통해 오는 2025년 보급종 공급 대상서 퇴출(공공비축미 매입제한은 2026년)될 예정이다. 농민들은 보관 중인 다른 품종에선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번 신동진 벼 보급종 오염 사태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 보관 중이던 신동진 볍씨 300여톤에 곰팡이가 발생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들이 볍씨 오염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의 한 농가 창고에서 보관 중인 신동진 볍씨. 한승호 기자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 보관 중이던 신동진 볍씨 300여톤에 곰팡이가 발생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들이 볍씨 오염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의 한 농가 창고에서 보관 중인 신동진 볍씨. 한승호 기자

전북지역에서 신동진 벼가 주로 생산되는 만큼 신동진 벼 보급종은 종자원 전북지원에서만 보관·공급한다. 다른 지원에선 신동진 벼 보급종을 취급하지 않는다.

종자원에 따르면 대략정선과 건조를 거쳐 총 16개 저장빈에 보관 중인 신동진 종자에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해 12월로 확인된다. 종자원이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저장빈 발아율 검사에서 발아율이 85% 미만으로 저하되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발아율이 떨어진 신동진 벼 보급종 물량은 전체 1,328톤(16개 저장빈) 중 307톤(5개 저장빈)에 달한다. 종자원에 따르면 오염돼 발아율이 저하된 신동진 벼 보급종 307톤은 농경지 약 6,140ha에서 재배 가능한 물량이며, 이는 지난해 전북지역 벼 재배면적(10만7,383ha)의 약 5.7%에 해당된다.

전북지역 농민들은 “종자원에서 보관하는 품종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품종 중 왜 신동진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벼 종자는 보통 습도 15% 미만인 건조 상태로 보관하기 때문에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는 물론 개인이 보관하더라도 저렇게 많은 양이 한꺼번에 오염되는 상황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다”며 “전북지원에서 보관 중인 다른 품목과 품종에선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외부 환경에 의한 오염은 아닐 것이다. 의도된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급종 공급뿐만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종자를 보관하는 업무까지 수행하는 종자원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종자원은 이번 발아율 저하 현상의 원인을 ‘곰팡이’ 발생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국제종자검정 인증기관인 종자검정연구센터 등을 통해 상세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종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상세한 원인 규명은 보급종 공급이 다 끝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실시돼 올해 상반기에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북지역 농민들에게 종자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종자원은 전북도 내 관계기관과 발아율이 떨어진 신동진 벼 보급종을 소독 처리해 보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 신동진 대체품종으로 개발한 '참동진'의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이를 농가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농민들은 “곰팡이가 발생한 종자는 일반적으로 폐기한다. 소독 처리해서 공급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 보관 중이던 신동진 볍씨 300여톤에 곰팡이가 발생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들이 볍씨 오염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의 한 농가 창고에서 보관 중인 신동진 볍씨. 한승호 기자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 보관 중이던 신동진 볍씨 300여톤에 곰팡이가 발생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민들이 볍씨 오염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의 한 농가 창고에서 보관 중인 신동진 볍씨. 한승호 기자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19일 성명을 통해 “오염된 신동진 벼 보급종 306톤은 익산시 전체 면적의 40% 이상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양이다. 그 양이 많음은 말할 것도 없고 전북의 대표 종자를 보관·공급하는 종자원의 태도가 더 문제다”라며 “종자원은 종자가 오염된 것을 농민들에게 2개월가량 숨긴 것은 물론이고 다른 품종인 참동진을 재배하면 괜찮지 않느냐며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전북도연맹은 “정부는 20여년 전 조사를 다수확성의 근거로 삼아 신동진 종자를 보급종 대상서 2025년 완전히 퇴출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농진청 시험 결과 신동진 대신 심으라고 권장 중인 참동진은 같은 조건 같은 면적에서 오히려 신동진보다 더 많은 수량을 낸다”며 “참동진은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고 신동진과 비교해 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맛도 떨어진다는 게 전반적인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평가다. 농민들이 20여년 간 피땀으로 일군 전북의 대표 품종 말살 정책을 정부가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전북도는 농민과 함께 신동진 종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며, 종자원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책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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