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품종의 수량성, 보급종 공급 중단의 이유될 수 있나

‘수량성’, 출원 전 3년간의 지역적응성검정시험으로 결정

신동진 출원 당시 시험방법과 최근 재배방식에 차이 존재

논란 계속되자 농진청·전북도, 수량성 시험 추진계획 밝혀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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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가 신동진을 보급종 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품종의 다수확성 때문이다. 국립종자원이 제공하는 품종정보에 따르면 신동진은 평균 10a(300평)당 596kg가 생산되는데, 일반적으로 벼는 10a당 생산량이 570kg 이상일 경우 다수확 품종으로 구분된다.

벼의 수량성은 신품종 출원 전 수행하는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의 평균값으로 결정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은 육성계통의 공시지역(3개소 이상)의 재배법에 따라 보통 3년간 치러지는데, 신품종 개발을 위해 수행되는 시험인 만큼 출원 이후에는 별도의 검정이 이뤄지진 않는다. 때문에 신품종 개발 당시의 수량성이 품종 고유 수량성으로 굳혀지는 구조인데, 신동진의 경우 1998년부터 1999년 동안 호남평야지 5개소와 영남평야지 4개소에서 치러진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의 결과 평균 596kg이라는 수량성을 갖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준대로라면 신동진은 다수확 품종에 포함되지만, 실제 재배하는 농민들은 질소질 비료 과다 시비 시 쉽게 도복되는 품종 특성상 오로지 수량성만을 재배 목적으로 한다 해도 절대 비료를 많이 줄 수 없고 이 때문에 품종정보 상의 596kg만큼을 절대 수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그간 쌓아온 평판과 우수한 지역 상표 품종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농민들 스스로 적정 시비로 생산량을 조절해 고품질 쌀을 재배 중이라고 밝혔으며, 품질과 수량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 위한 재배법으론 현장에선 10a당 평균 530kg의 쌀이 생산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진청에서는 신동진을 대체할 품종으로 참동진을 개발하며 2020년에 신동진을 비교품종으로 추가해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을 치른 바 있다. 품종 개발 시에는 특성 비교를 위해 표준품종을 지역적응성검정시험에 포함하는데, 참동진의 표준품종은 ‘남평’임에도 불구하고 신동진을 대체할 목적으로 추진된 품종 개발인 만큼 비교품종에 신동진이 추가된 것이다.

전북 전주시와 계화면(부안군), 익산시를 비롯해 전남 나주시와 영암군에서 치러진 참동진과 신동진의 2020년 지역적응성검정시험 결과 참동진과 신동진의 수량은 각각 540kg/10a, 536kg/10a로 나타났다. 물론 농진청 관계자의 말처럼 해당 시험이 치러진 2020년의 생산 단수가 기후 영향으로 높지 않은 편이었고, 단 1년 동안 수행된 시험의 결과기 때문에 당시 시험 결과로 도출된 수량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동진 품종정보에 기재된 수량성(596kg)과 최근의 시험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 건 부정할 수 없고, 지난 2020년의 지역적응성검정시험과 신동진 품종 개발 당시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의 표준시비량에도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신동진 품종을 보급종 공급 대상서 제외하기 이전에 농민들은 실제 최근 재배법에 따른 수량성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출원 전 1998~1999년에 치러진 신동진 지역적응성검정시험은 10a당 질소·인산·가리 시비량이 각각 11kg, 7kg, 8kg이었지만, 최근 질소질 비료 시비량은 약 9kg 정도다. 전북 군산시에서 신동진을 재배 중인 농민들에 따르면 현장에선 도복을 우려해 질소질 비료를 다른 벼 품종과 비교해 현저히 적게 주는 편이다. 덧붙여 농민들은 “벼가 도복되면 생산성은 물론 미질까지 크게 떨어지므로 웃거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삭거름도 질소를 20~30% 줄이거나 아예 안 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동진 품종의 수량성에 대한 논란이 현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만큼 농진청은 전북도와 올해 수량성 검정 시험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농가와 지역 RPC 등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지속된 단일 품종 재배로 병충해 취약성 등이 지난 2021년 피해로 이미 확인됐고, 참동진처럼 신동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인 만큼 농가 소득에 도움 되고 소비자에게 맛있는 쌀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밖에 연구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비료의 종류나 사용량, 시비 시기, 토양 환경, 기후 영향 등이 모두 생산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농민들은 정부 보급종 생산·공급 사업의 목적이 ‘농민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 우량종자 생산·공급으로 생산성 향상 및 농민의 소득 증대’에 있는 만큼 현장 농민들이 요구하는 신동진을 보급종 공급 대상서 제외하는 건 사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며, “수량성을 근거로 보급종 공급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건 사실상 무논리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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