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보급종 퇴출, 과연 정당한가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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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가 신동진 벼 품종의 보급종 퇴출을 결정한 가운데 주 재배지역인 전북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5일 전북 김제시 봉남면의 저장고에서 한 농민이 볍씨 소독 및 침종을 앞둔 신동진 벼를 양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신동진 벼 품종의 보급종 퇴출을 결정한 가운데 주 재배지역인 전북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5일 전북 김제시 봉남면의 저장고에서 한 농민이 볍씨 소독 및 침종을 앞둔 신동진 벼를 양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전 국민의 화두가 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함께 최근 쌀 생산 농민들을 분노케 하는 사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신동진’ 벼 품종의 정부 보급종 퇴출 건이다.

지난달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 ‘쌀 적정생산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고품질 쌀 생산 확대를 위해 10a당 570㎏ 이상 생산되는 다수확 품종 재배를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쌀 수급 안정에 부담이 되는 다수확 품종을 밥맛 좋고 재배 안정성이 높은 품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며, 다수확 품종의 공공비축 매입을 당장 2024년부터 제한하는 한편 정부 보급종 공급도 2025년부터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다만 신동진은 품종 개발 이후 오랫동안 많은 농가가 재배해온 점을 고려해 보급종 공급과 공공비축 매입 제한을 2026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농민들은 즉각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000년 농촌진흥청이 출원한 신동진은 특히 전라북도 농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품종이다. 물론 우수한 품질과 뛰어난 밥맛으로 소비자 선호도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에선 신동진 단일 품종을 지역 상표 쌀로 안착시켰는데, 품종명을 앞세워 상품화에 성공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 일인 데다 십수 년 동안 좋은 평가까지 받고 있어 신동진은 전라북도와 농민들에게 상당히 많은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보급종은 국립종자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원원종(품종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종자 증식의 기본이 되는 종자, 도 농업기술원에서 생산) 또는 원종(원원종에서 1세대 증식된 종자)을 1세대 증식해 농가에 보급하는 종자다. 보급종은 ‘농민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 우량종자 생산·공급으로 생산성 향상 및 농민 소득 증대’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벼·보리·밀·콩·호밀·팥 등 6개 작물의 보급종을 하계와 동계로 나눠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보급종은 순도가 높고 품종 고유의 특성이 잘 보존돼 있다. 발아율이 높고 초기생육이 왕성한 데다 병충해 발생까지 적은 특징을 지니는데, 보급종 공급이 중단될 경우 농가가 자가채종한 종자로 해당 품종을 재배할 수밖에 없는 만큼 품종의 순도가 떨어지고 고유 특성이 보존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농민들이 보급종 공급 중단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민들을 비롯해 전북 내 RPC 관계자들도 신동진 보급종 공급 중단으로 인한 브랜드 상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품종명 자체가 가진 상품성이 매우 크고 이미 가치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크게 드러나기 때문에 보급종 공급 중단과 그로 인한 순도 하락은 전북 지역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신동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참동진의 품종명을 신동진과 유사하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후한 평가를 받는 신동진이지만, 정부는 해당 품종이 다수확 품종이라는 이유로 보급종 공급 대상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물론 신동진 품종이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에 약하고 지난 2021년 극심했던 자연재해로 단일 품종 다면적 재배의 위험성이 드러난 측면도 있지만, 퇴출의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품종의 다수확성으로 꼽힌다.

농민들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파악되는 품종의 수량성이 다수확 품종 기준을 초과할 만큼 많지 않을 뿐더러 농식품부가 근거로 내세운 수량성 596kg/10a가 품종 개발 당시 재배법에 따른 것으로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않아서다. 아울러 농민들은 정부가 진정 고품질 쌀 재배를 목적으로 한다면,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호평을 받아온 신동진을 보급종 종자 대상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농정>은 오랜 기간 신동진을 재배해온 농민들을 만나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본 한편 종자 수량성 산정 방법을 파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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