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목소리 반영 안 된 SECA 비준 절대 반대한다”

화훼자조금,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국회토론회 개최
농가 배제된 협정체결 비판 … FTA 선례 강조하며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 입력 2024.01.24 09:49
  • 수정 2024.01.25 19:2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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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2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화훼농가 다 죽이는 SECA 반대!’, ‘SECA 대책, 꽃 다 망한 뒤 무슨 소용!’, ‘대책없는 SECA 국회비준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화훼농가 다 죽이는 SECA 반대!’, ‘SECA 대책, 꽃 다 망한 뒤 무슨 소용!’, ‘대책없는 SECA 국회비준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회장 김윤식, 화훼자조금)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화훼농가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화훼업계 관계자 등은 생산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이 지난해 체결됐고, 국회 비준을 앞두고 관련 절차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에 대비해 이날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화훼농가와 업계 관계자 등은 SECA 비준 반대 의사와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고 정부와 국회에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먼저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정의당)·민홍철·홍정민·이용우(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우리나라 통상전략은 늘 농업을 내어주고 제조업을 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SECA 역시 과일·채소 외에 장미, 안개초, 카네이션 등 기타 절화가 관세 철폐 항목으로 포함돼 농가가 위기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절화산업이 초토화될 만큼 SECA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이를 알고 있는 농가가 많지 않았고 국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산자들이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자리를 계기로 생산자의 목소리를 담은 대책이 준비되고 그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발제에 나선 박근오 산업통상자원부 FTA협상총괄과 과장은 ‘SECA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김정락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과장은 ‘SECA 화훼분야 경과와 향후 진행’에 대해 발표했다. 박근오 과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개시된 SECA 협상은 양측 입장 차 등으로 지난 2016년 11월 한차례 중단됐고, 2022년 3월 재개된 이후 2023년 10월 11일 에콰도르 통상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타결됐다. 통상절차법에 따른 국내절차(법률검토·법제처심사·국무회의·대통령 재가 등)가 남아있는 상태며 국내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는 양국이 일정을 조율해 정식 서명을 하게 된다.

산자부는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경제적 영향평가를 오는 3~6월 무렵 시행할 예정이며, 영향평가를 근거로 보완대책을 7월 이후 연말 내에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식 서명 이후로는 비준 동의안과 영향평가 결과, 국내 산업 보완대책 등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고 양국의 국회 비준 절차가 완료되면 SECA는 정식 발효된다. SECA가 정식 발효되면 장미의 경우 12년 동안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며 12년차 이후부턴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이에 화훼농가를 대표해 토론자들은 SECA 체결 절차의 불합리함과 예상되는 농가 피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기성 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회장은 “SECA로 관세가 철폐되면 장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에콰도르산 장미가 들어오면 장미값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카네이션, 국화 등 모든 꽃값이 도미노처럼 폭락한다”며 “FTA 체결 이후 포도 과수원에 폐원 보상금을 지원했듯이 화훼농가도 작목 전환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올해부터 화훼 출하 농가 대출 한도도 줄고 수출물류비 지원도 중단된 만큼 화훼산업을 저버릴 게 아니라면 현실적인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회장은 “정부에선 단체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데, SECA가 타결되기까지 관련 내용을 한 번도 들은 바 없다. 농식품부에선 지금 침체된 화훼산업 살리겠다, 소비촉진하겠다고 얘기하는데, 에콰도르산 꽃이 들어오면 아무리 소비를 촉진해도 농가에 어떤 이득도 없다”며 “분명히 얘기하지만 SECA가 비준되면 국내 장미 농가 다 문 닫게 된다. 일조량, 인건비 모든 조건이 터무니없이 안 맞는다. 이대로 하면 농사 접을 테니 폐원대책이나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서용일 한국절화협회 회장 역시 “베트남, 콜롬비아 등과 FTA 체결할 때도 농가 피해가 미미할 거라고 얘기했다. 정부에선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10년가량 지나고 지금 보면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라며 “여기에 SECA까지 비준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꼴밖에 안 된다. SECA 비준만큼은 절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윤식 화훼자조금 회장은 “화훼농가는 그동안 농가 피해 없게 하겠다는 정부 말만 믿고 FTA 파고를 겪어 왔다. 근데 지금 국화 시장의 70%를 수입산에 내줘버리게 됐다. 장미 주요 수출국과 진행되는 이번 SECA의 결말 역시 그 길이 뻔하다”라며 “FTA 이후 화훼농가의 모든 기반이 반 토막 났다. 농가수도 2003년 6,530호 대비 2022년 2,480호로 줄었고, 면적도 2003년 2,641ha에서 2022년 1,195ha로 감소했다. 화훼산업 침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농가들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려 하는데 에콰도르와의 자유무역협정까지 비준되면 화훼시장은 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에 화훼자조금은 대책 없는 SECA 비준을 반대하며 철저하고 확실한 피해 전망 조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SECA와 별개로 화훼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덧붙여 “이날 토론회를 기점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SECA 비준 반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박근오 과장은 “생산자 농가의 의견을 엄중히 받아들여 앞으로 협의를 진행하면서 화훼산업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락 과장 또한 “화훼농가와 소통이 충분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자리에 앞으로 계속 참여하고, 기회를 만들어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하겠다”며 “화훼산업 침체가 꽤 길어지고 있는데 관련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화훼전문단지 조성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며 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2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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