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의 출발점,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 입력 2024.01.12 16:00
  • 수정 2024.01.14 18:4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함께하는 100년 농협’의 주체는 반드시 농민조합원이어야 한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 마당에 쓰인 글귀와 500여 농민들의 모습을 전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했다. 그 의미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곱씹길 바란다. 한승호 기자
‘함께하는 100년 농협’의 주체는 반드시 농민조합원이어야 한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 마당에 쓰인 글귀와 500여 농민들의 모습을 전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했다. 그 의미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곱씹길 바란다. 한승호 기자

오는 25일은 농협과 농민의 4년을 책임질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날이다. 하지만 대다수 농민조합원들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 조합원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합원의 의사를 투표에 반영할 길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운명이 달린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장들의 손에만 맡겨둔 모순적 구조는,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농민들의 관심을 거두는 모순적 결과를 양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혹은 중앙회장이 되고자 하는 자에게 중요한 건 당연히 농민조합원이 아니라 유권자인 조합장이다.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신실한 고민보다 조합장들 사이에서의 친목이나 존재감 과시가 우선이 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농협중앙회가 조합장들만의 전유물이 돼갈수록 농민조합원들의 관심은 점점 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헤어나올 수 없는 악순환이다.

‘농협중앙회 개혁’에 동력이 생기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을 바꾸는 주체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이 돼야 하지만, 중앙회는 이미 조합원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관심도 약할뿐더러 수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학자·전문가 등 제3자나 집단화된 이익단체들이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농협개혁에 직접적 이익관계가 없는 이들이다. 이권이라면 오히려 농협중앙회 기득권에 동조해야 향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협개혁의 동력은 순수히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이들만이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대의가 완전히 실종된 건 아니다. 과거로부터 뜻있는 인물과 단체들이 농협에 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전개해왔다. 특히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지주회사체제 도입)으로 중앙-지역의 단절이 가속화된 뒤로는, 어떻게 하면 조합원과 지역조합이 중앙회를 지배·통제할 수 있을지에 집중적인 고찰이 이뤄졌다. 다만 이를 실현할 만한 충분한 동력이 모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최근 2년 동안 모든 농협개혁 이슈를 집어삼킨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문제가 역설적이게도 농협개혁에 동력을 부여했다. 수많은 인물과 단체가 ‘셀프연임’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의라 여겼고, 그 반작용으로 산재해 있던 대의가 일시에 곧추서고 집결하게 됐다. 때는 절묘하게도 농협중앙회장 선거철. 그간 저마다 농협개혁을 이야기해온 이들이 바야흐로 목소리를 한데 모아, 중앙회장 후보들을 향해 개혁의 열망을 들이밀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자는 개혁진영의 요구를 혹자는 비현실적이라 말한다.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한,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조차 대답 없는 메아리로 흘러온 것이 한세월이다. 분명한 건, △농협개혁 진영은 농협중앙회의 고삐를 농민조합원들에게 쥐어주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고민해왔으며 △농협중앙회가 이를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개혁안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 농협중앙회의 어그러진 모습이 새로 당선될 농협중앙회장에게 충실히 전달될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4년은 농협과 농민들에게 조금은 희망적인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