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임’ 저지 … 다음 과제는 농협중앙회의 ‘민주적 개혁’② 토론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

  • 입력 2024.01.12 16:00
  • 수정 2024.01.14 18:40
  • 기자명 권순창·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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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오는 25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농협중앙회의 민주적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굳건한 연대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 시도를 좌절시킨 농민과 농협 노동자들이, 이제는 농협중앙회의 미래를 놓고 지혜를 모으는 중이다. 지난 10일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및 이개호·신정훈·윤준병·강은미·윤미향·강성희 국회의원 주최, <한국농정>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는 그 대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권순창·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농협의 제1목적 “농업·농촌에 기여하라”
조원희 낙동농협·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원

농협의 핵심은 조합원이 농사 잘 짓게 하고,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대접받게 하고, 안정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는 건 농협이 이 핵심에서 비껴나 있다는 말이다.

사례로 두 가지를 들어 본다. 하나는 지주회사들이다.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후 경제지주는 고용인원과 사업자본금 등이 다 줄었는데 금융지주는 쭉쭉 늘어왔다. 원래 목적(경제사업 강화)에 부합하지 못하는 거고, 여기에 대해 개혁의 핵심은 지주회사가 아닌 새로운 체계로의 개편이라고 본다. 지난해만 해도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NH손해보험이 농가소득 안정에 적극 노력해야 할 판에 어떻게든 보험료 올리고 평가 까다롭게 하고 보험금 깎으려 하지 않았나.

또 하나는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 국면이다.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농가소득이 25% 감소하고 지역농협들도 대규모 적자를 봤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과연 존재했는가. 2000년 초반 쌀개방 추진 땐 중앙회가 조합장 모아 결의대회도 하고 목소리를 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최근 사과·배 작황이 안좋으니 정부가 과일 수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럼 FTA에서 미뤄놨던 과일들의 문이 열리게 되는 건데 농협이 이와 관련한 농정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방소멸’이란 끔찍한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농협은 농촌 지역에서 자본·인력·정보·조직력을 다 갖고 있는 제일 큰 사업체다. 지역리더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은 ‘협동조합의 7원칙’에 기반을 둔 이념을 통해 농어촌의 재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경제사업 핵심 과제는 산지유통구조 개선”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 영역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경제사업을 잘 함으로써 농민은 농산물 팔아 제값 받고, 소비자는 건강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농협중앙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농협에서 공급하는 비룟값의 상승으로 농민들에겐 피바람이 쳤다. 가격 상승 구조를 살펴봤다. 농협물류가 구입한 원재료를 농협유통으로 넘기고, 농협유통이 남해화학에 그 원재료를 넘기는 과정 과정마다 이자가 붙는다. 남해화학은 당초 가격 대비 17% 높은 가격에 원료를 매입한다. 남해화학도 ‘마진’을 챙겨야 하니 농민들에게 더 비싼 가격에 판다. 이런 구조에서 경제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농협금융지주는 어떠한가? 농민으로부터 받는 정책자금 대출 이자, 경제지주회사로부터 받는 대출 이자로 수익을 충당한다. 이런 구조에서 유통개선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문제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다.

경제사업 영역에서 농협중앙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산지유통구조 개선이다. 우선, 회원조합이 주도적으로 산지유통연합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를 산지유통 기본조직으로 삼고, 각 지역농협 산지유통센터를 기초조직으로 연결해 산지유통조직의 수평적·수직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역 APC에서 수집되는 정보는 디지털화시켜 중앙으로 보낸다. 각지에서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농업관측을 고도화하고, 산지 재배면적 할당제를 도입해 작물 재배규모 조정 및 출하물량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농협 운영 만들어야”
최철근 전국농축원협 비상임감사협의회 회장

먼저,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농협은 존재할 수 없다. 도시농협과 지역농협의 격차는 농민의 협동이 아니라 분열과 사기 저하를 가져온다. 농촌농협에 강의를 가보면 울고 싶다. 대의원들이 직원들의 학자금을 잘라버린다. 적자가 나니 막아야 하는데, 대손충당금을 과잉적립해놨다 환입해서 당기순이익을 끌어 맞추는 가짜결산으로 조작을 한다. 농협 간의 격차를 정리하지 않으면 농협은 가짜 농협이 된다는 거다.

투명성 문제에 대해선, 지금 농협의 모습이 40년 전 한국 농촌과 똑같다. 내가 40년 전 이장을 했는데 읍장들에게 밉보이면 새마을사업비 등을 절대 안 주고, 말 잘 듣는 마을엔 두 번을 준다. 4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이 어떤 시댄데 아직도 중앙회가 무이자자금 갖고 각 농협에 낚싯대를 던지고, 남사스러워서 농업인들이 얼굴이나 들고 다닐 수 있겠나.

중앙회 교육 시스템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26년 전 초임 감사 재임 중에 중앙회 감사교육에 참여했는데 “지역농협 감사는 회계 몰라도 된다”고 말하더라. 지금도 각 지역농협 감사 중 올해 조합이 얼마 벌었는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고 장담한다. 농협의 당기순이익은 일반 기업회계 기준으로 보면 당기순이익이 아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농협 예산안은 예산안이 아니고 ‘계약서’다.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다. 그런데 계약금·중도금·잔금이 얼만지 아는 대의원을 한 명도 못 봤다. 이사도 다르지 않다. 이사·감사 몇 번 하다 조합장 되신 분이 부지기수지만 실제 경험이 대단히 높다할 만한 분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셀프연임’ 로비는 열심, 농정활동은 소홀”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농협조합장 정명회 회장)

농협중앙회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 우선 조합상호지원자금, 즉 ‘무이자자금’의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 무이자자금이 농협중앙회장의 ‘통치자금’으로 활용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은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다. ‘조합상호지원’ 자금이라는 취지에 맞게 정말 자금이 절실한 조합에 지원돼야 한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농정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그토록 무섭게 (‘셀프연임’ 관련) 로비를 벌이는 농협중앙회건만, 정작 농민을 위한 법의 개정엔 나서지 않는다. 양곡관리법 개정에 관해서도, 수입농산물 관세철폐와 대파·계란 수입에 대해서도 말 한 마디 없다. 농정활동을 중앙회장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조합장으로 구성된 ‘농정활동 소위원회’를 꾸려, 농민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농협경제지주 회사가 농협중앙회의 자회사다 보니 회원조합이 아닌 농협중앙회의 눈치를 본다. 궁극적으론 지주회사 체제를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 전환하는 게 해답이나, 그게 당장 어렵다면 농협경제지주 회사의 경제대표만이라도 직선제로 선출토록 할 필요가 있다.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와 회원조합 간 사업경합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농협양곡의 경우, 실제 양곡을 매입하는 등의 사업 대신 소위 ‘전표장사’만 한다. 자기네 수익만 남기면 그만이니 저가에 쌀을 사들인다. 그리되면 쌀값이 하락하고, 그 부담은 실제 양곡을 매입하는 회원조합이 부담하게 된다. 이런 자회사가 회원조합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개선해야 한다.


“‘셀프연임’으로 모인 개혁의지, 이제는 할 수 있다”
김석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셀프연임’ 노욕으로 인해 진짜 농협개혁 법안이 발목잡혔다. 이 과정은 농협개혁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다름아닌 농협중앙회와 중앙회장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셀프연임 저지 투쟁을 매개로 농협개혁의 의지와 이를 실천해 나갈 사람들이 다시 뭉쳤고, 역설적으로 농협개혁의 동력이 마련됐다. 농협개혁을 다시 시작하는 일이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

농협중앙회의 근본적 문제는 2012년 ‘이윤 창출’,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주식회사 체제에 농협을 헌납한 것이다. 주식회사 체제에선 우리 농업·농촌, 협동조합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협동조합의 대표 가치인 민주성을 회복하려면 지역 농축협 중심의 질서 재편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 직속 기관으로서 중앙회 각 지역본부가 농축협에 ‘위로부터의 질서’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농민조합원이 대표가 되고 농축협이 구성 주체가 되는 ‘광역시도연합회’를 신설해야 한다. 이는 단지 조직 체계 정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앙회의 사업을 농축협에 이관하는 기본 틀까지 담보함으로써 향후 농축협 중심 사업체계 구축 및 이행을 위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연관해 농축협 신용사업은 NH금융주식회사 체제에서 벗어나 협동조합 금융인 ‘상호금융연합회’로 독립해야 하며 경제사업은 주식회사 체제를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조합원의 손으로 뽑는 게 마땅하다. 농협중앙회가 농업·농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데 최소요건의 하나가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 어설픈 반론이나 핑계로 덮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농협개혁은 조합·조합원, 그리고 국민과 함께”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좌장)

꼭 선거 때마다 이렇게 입장을 모으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평소에 농협개혁에 힘을 모으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이번 토론은 더 일상적인 개혁활동을 정진하자는 결의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처구니없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을 저지해준 토론회 주최단체들에 정말 고맙다. 단순히 저지에만 머물러선 안될 것이다. 농민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회원농협의 공동이익을 증진시키는, 농협법 113조의 정체성에 정말 철저한 25대 농협중앙회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첫해에 농협에 ‘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어지간한 조합장들조차 모를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만들었다 6개월만에 사라졌다. 새로 취임할 25대 회장은 6개월 하다 말 게 아니라 9~10개월 정도는 시간을 갖고 역사적 전기를 만들길 바란다. 이건 전국 1,111개 조합과 농민조합원, 그리고 특히 국민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농민과 함께 중앙회 혁신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하나의 교육이 되고, 그 속에서 국민·농민이 함께 농협개혁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오늘이 그 1회차라 생각하면 된다. 오늘 제시된 개혁과제들을 앞으로 계속, 매달은 못해도 분기별로는 연대단위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기후위기, 농업과 지역의 위기 앞에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모두가 함께 좀더 집중적으로 신발끈을 매고 연대의 힘을 모으는 데 오늘 토론회가 첫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고, 25일 선출할 25대 농협중앙회장이 조금이라도 개혁의지가 있는 분이 돼서 우리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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