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부엔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책무도 있지만, 기후위기가 실제 재난으로 이어졌을 때 그 피해를 구제해야 할 책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농업부문 피해 구제를 직접 이행하지 않고 ‘보험’으로 갈음함으로써 농업계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상 농작물에 재해를 입은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대파대·농약비·비료비 정도에 그친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은 민간(농협) 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재해가 한층 난무하기 시작한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책 중 피해보상 부분을 ‘농작물재해보험 정비’로만 채워놓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데 정부 지원이 크게 이뤄지는 건 사실이지만(보험료 농가자부담 20%), 정작 보험금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지 못한다. 과실이 없는 순수 재해임에도 자기부담금(통상 20%)을 보험금에서 제하며 재해가 반복되면 할증까지 붙는다. 한 번에 큰 재해를 입으면 보상이 나오지만 애매한 규모의 재해를 몇 차례에 걸쳐 입으면 8~9할의 피해를 입더라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정상 이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손실을 면하게 해주는 정도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애당초 피해율 산정 자체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만연하다. 심지어 보험사(농협손해보험) 측이 손해평가사들에게 “피해율을 높게 잡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해 10월 본지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만약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라면 피해보상은 정부의 ‘의무’며 보상의 초점은 ‘피해’에 맞춰지게 된다. 하지만 민간 보험의 피해보상은 ‘비즈니스’로, 농민들의 피해에 앞서 회사의 ‘수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나치게 기업화된 이상 농협조차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며, 때문에 농가 피해 구제는 사실상 정책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