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농가의 미래 위한 ‘수급 안정직불제’와 ‘가격안정제’ ① 주제발표

'채소류 수급안정직불제 도입방안' 국회토론회

  • 입력 2023.12.22 11:14
  • 수정 2023.12.22 15:32
  • 기자명 강선일·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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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를 통한 채소류 수급안정 △농산물 수입량 관리 및 가격안정 정책 실시 △농가 생산비 절감 위한 필수농자재지원법 제정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전국의 양파·마늘 생산자들이 지난 15일 국회에 모였다.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국회 본관 앞에서 비를 맞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국산 마늘 양파 생산자 3대 공약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농민 120여명은, 오후엔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 모였다. 강성희·김승남·김태호·서삼석·소병훈·신정훈·안호영·윤미향·윤준병·이개호·이원택·조해진·주철현 국회의원 및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주최, (사)한국마늘연합회·(사)한국양파연합회·한국농정신문 주관으로 열린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 도입방안 토론회’의 실질적 주인공들로서, 현장 농민의 관점에서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함과 동시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토론회에선 어떤 대안이 제시됐을지 살펴보자.

강선일·김수나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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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농가의 미래 위한 ‘수급 안정직불제’와 ‘가격안정제’ ② 토론
채소농가의 미래 위한 ‘수급 안정직불제’와 ‘가격안정제’ ③ 인사말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채소류 수급안정직불제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양파·마늘 생산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채소류 수급안정직불제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양파·마늘 생산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극심한 가격 변동,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로 잡자
[발제] 강선희 (사)한국양파연합회 사무국장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사업은 2020년 아주 오랜 토론 끝에 출범했다. 생산자들은 이 사업을 할지, 말지부터 민·관 협치를 어떻게 할지, 자칫 관에 주도권이 넘어가는 건 아닐지와 같은 여러 가지를 우려했지만, 반복되는 양파·마늘값 폭·등락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토론을 거치며 생산자들은 다음 네 가지는 꼭 지키고자 했다. △마늘·양파 수급은 정부가 책임진다. △농협은 50% 이상 계약재배 확대로 유통 혁신에 노력한다. △자조금법(「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생산자 중심으로, 생산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 △수입 물량을 적절히 통제한다.

자조금 사업으로 정부가 주요 채소 수급책임을 민간 자조금에 떠넘기지 않게 하려고 의무자조금 출범 당시 농식품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확인증(정부의 수급책임 명시)도 받아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마늘 유통 비용이 최종 소비자가의 84%에 이른다. 주요 채소 중 가장 높다. 소비자가 1만원에 마늘을 사면 8,400원이 유통비이고 1,600원이 농민에게 돌아간단 거다.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알까? 마늘·양파는 밭떼기 거래되며 마늘엔 5대 상인이 있는데 생산자들은 이 과정이 투명해지지 않는다면 폭‧등락은 반복될 것이라 우려한다. 이에 자조금 출범에 앞선 2019년 농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에 유통혁신안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월 ‘채소류 수급안정 고도화사업’이 발표됐는데, 이는 적정 재배면적 관리를 통해 일정 가격을 유지한다는 취지이므로 정부가 고민은 시작한 것이니 진일보한 셈이다.

현행 자조금법상 생산자들이 어떤 사업을 결정해도 농식품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생산자들의 자율성이 없다. 자조금법을 농민의 자율성과 중심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

저율관세할당(TRQ) 수입과 관련해선 수입 전 최소한 생산자 및 유통 주체들과 의논해 수입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입하지 않고 자조금 단체와 논의해 수입 물량에 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마늘·양파값 폭‧등락이 매우 극심한데, 더 문제는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거다. 행정통계, 재해보험 및 계약재배 시 농협 통계, 자조금 실사업 조사, 경작신고, 이장들을 통한 통계 등 여러 통계가 있지만 서로 안 맞는다. 과연 어느 통계를 적용해야 하나? 이 때문에 정확성을 갖춘 통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물론 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이 출범하면서 경작신고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경작신고서 작성자마다 필체가 달라 성명부터 동네 이름까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경작신고를 위한 앱을 개발했는데, 막상 농민들이 어려워했다. 앱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생산자는 20~30%에 그쳤고, 경작신고는 50%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작신고를 끌어내기 위해 마늘자조금은 자조금을 납부할 때, 양파자조금은 재해보험을 신청할 때 경작신고를 하게 해서 조금씩 신고율이 오르긴 했다.

농민들은 페널티보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더 잘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마늘·양파 등 동계작물에도 직불금을 집행하고 이때 경작신고까지 하게 하면 통계도 더 정확해질 수 있다. 이를 더 구체화해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연구를 시작했다. 농민들이 가격 폭‧등락 걱정 없이 적정 가격을 받아 농사를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번 연구의 취지다. 내년 총선에서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마늘·양파 정책에 대한 서약서를 받아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만들려 한다.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 주산지 시범사업 통해 시작해보자
[발제]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지난 7~8월 두 달간 양파 재배 농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녀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가격하락 문제며, 농산물 수급·가격 안정을 위해선 계약재배 확대와 채소가격안정제 확대, 농산물 수입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농민 다수의 의견을 받아안아, 공익직불제 상 선택형직불제의 하나로서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 실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의 기본 방향은 ‘식량자급률 증대를 통한 식량주권 실현’으로, 그 바탕엔 수급·가격 안정을 위한 ‘적정재배면적 달성’, 그리고 수급안정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이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양파의 경우 올해 재배면적은 1만7,282ha로, 농림축산식품부 양파 적정재배면적 추정치 1만6,500~1만7,000ha보다 약 200~700ha 줄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내년 양파 재배의향면적 조사 결과, 재배면적은 1만9,078ha로 지난해 대비 6.1%, 평년 대비 4.8% 늘어날 전망이다. 이 내용을 토대로 본다면 재배면적을 2,000~2,500ha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적정재배면적 달성을 위해, 전남 무안·함평 등 양파 주산지별로 밀·콩·사료작물 등 자급률이 낮은 작물의 재배를 유도하거나, 휴경으로 땅심을 회복하는 기간을 두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타 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을 진행하는 농민에겐 직불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물론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 가능한 건 아니다. 채소가격안정제와 계약재배 확대 등의 정책을 농민과 함께 논의하며 강화시켜야 하고, TRQ 물량으로 책정된 수입농산물의 증량 문제 및 농산물 유통 과정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농민들이 적정재배면적 달성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함에도 수입문제로 인해 수급안정이 뒤틀리는 일은 발생해선 안 된다.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 도입에 앞서 시범사업 시행을 제안한다. 최근 농식품부는 양파 종류별(조생종, 중만생종)로 주산지 16군데를 재지정했는데, 우선 주산지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면서 보완사항도 점검하고,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파를 시작으로 마늘 등 주요 수급 작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산지 지역총량제’ 도입도 제안하고자 한다. 주산지의 특정 농산물 총생산량의 증가 또는 감소 상황이 어떤지를 적정재배면적 조절과 함께 고려해야 수급안정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급안정을 위해선 주산지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주산지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면서, 양파 생산자단체와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적정재배면적 유지와 관련해선 양파생산자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양파 재배 농민에게 꼭 양파를 심지 않아도 휴경 또는 식량자급률 향상이 절실한 작목(밀·콩·조사료 등)의 재배로도 소득이 보장된다는 걸 확인시켜줘야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는 농민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수급안정 목적의 직불제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기존 관점에선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가 생소할 수 있으나, 이 직불제의 도입으로 수급안정 및 식량자급률 확대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응한 농민 다수도 그러한 기대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선 전체 작목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국내 식량 생산기반의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게 식량주권 실현의 기본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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