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은 안 되고 수입은 된다?” 농민들, 감사원에 '감사철회' 촉구

감사원, 지난달 말 비축사업·수급정책 지적하는 aT 감사보고서 채택·발표
농민들 ‘현장 무시한 감사’에 감사보고서 철회 및 근본 수급정책 수립 요구

  • 입력 2023.11.08 17:09
  • 수정 2023.11.11 22:3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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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8일 전국마늘·양파·배추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이 서울 감사원 정문 앞에서 감사원의 aT 정기 감사보고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농민단체 대표자들은 감사원의 해당 보고서가 농업 현장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수입 일관 윤석열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8일 전국마늘·양파·배추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이 서울 감사원 정문 앞에서 감사원의 aT 정기 감사보고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농민단체 대표자들은 감사원의 해당 보고서가 농업 현장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수입 일관 윤석열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지난달 31일 감사원(원장 최재해)이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감사보고서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반응이 매섭다. 특히 지난 8일 감사원의 aT 정기 감사보고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감사원 정문 앞에서 개최한 전국마늘·양파·배추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은 감사원의 해당 감사보고서가 농업 현장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수입 일관 윤석열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먼저 감사원은 aT 감사보고서를 통해 농산물 비축사업의 실태와 수급정책의 문제점을 대거 지적했다. 비축 농산물 폐기로 인한 손실 발생 문제 제기와 함께 5대 품목의 가격이 위기경보단계까지 상승·지속됐을 때에도 수급조절매뉴얼과 다르게 비축사업을 추진하거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수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비축 농산물 폐기량 저감을 위한 비축사업의 유연한 시행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른 비축농산물 방출 및 TRQ 수입 실시 △적정 보관기간이 짧은 농산물에 대한 비축사업 개선 △감자 수급조절매뉴얼 작성·운용 등의 처분요구도 함께 담았다.

8일 기자회견에 힘을 싣기 위해 참석한 하원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윤석열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못 잡아서 난리다. 농민을 위해서는 무슨 대책을 내놓겠다 말 한마디 한 적 없으면서, 농민을 물가 인상의 주범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TRQ도 농민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양만 수입하게 돼 있음에도 마치 무제한으로 TRQ 수입을 해도 되는 것처럼 각종 농산물을 비축하고 물가가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그걸 방출해 밥상 물가를 잡겠다는 게 윤정부의 농정이다”라며 “발 빠른 감사원에서는 윤정부 농정 기조와 기재부에 맞춰 국내 농가 농산물은 사들이지 말아야 하고, 수입농산물로 비축 창고를 가득 채우지 않았다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 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고 짚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고 농민들 죽이는 데 혈안이 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감사원이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아 오늘 아침 7시 50분 차를 타고 경남 창녕에서부터 4시간을 달려 이곳 감사원 앞에 왔다. 7월 말 기준 올해 창녕 공판장에서는 마늘 판매액이 1,400억원 정도 감소했고 이는 곧 농가 수입이 1,400억원 줄었다는 의미다. 정부 수급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을 지적해야 할 감사원에서 수확기 일시적으로 마늘값이 올랐는데 왜 그때 당장 TRQ 수입을 하지 않았냐고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농식품부 존재 이유는 농민을 보호하고 농업을 지키면서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있고, 농식품부 산하 aT도 마찬가지다. 외국 농민들을 위해, 국내 물가를 그저 낮추기 위해 존재하는 부처가 아닌 만큼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aT 특성에 맞는 감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 역시 “양파는 자급률이 100%인 품목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수입 농산물이 전체 시장의 10%를 잠식하고 있다. 그 10% 때문에 가격이 폭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00% 자급이 가능할 만큼 물량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감사원은 가격이 올랐을 때 TRQ 수입을 하지 않았다며 이를 지적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을 위해 농민을 보호하고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정부는 외국 농산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해 농민들을 죽이고 있고, aT는 외국 농산물 외판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만을 이야기하며 비축은 안 되고 수입은 된다는 내용으로 가득 찬 감사보고서는 철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감사원은 다방면적 고려가 필요한 농산물 수급 관리를 하나의 기준, 10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수급조절매뉴얼을 잣대 삼아 해석하고 aT 비축사업을 불합리하게 지적했으며, 농산물 가격 상승 국면만을 편향적으로 고려해 처분을 요구했다. 또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있음에도 감사원은 전문적인 농업정책 영역에 대해 무리한 감사와 처분을 요구했다”라고 지적하며 “‘감사결과를 모두 수용하면서’, ‘처분 요구에 따라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농식품부와 aT는 농정 주무부서로서 소비자 물가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안정과 자급률 등을 고려해 수매비축·방출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표명해야 했다. 농업의 농자도 모르고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감사보고서 철회와 재감사 실시, 생산비가 보장되는 근본적인 농산물 수급정책 수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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