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비축사업 감사 조치, 편향적이다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2 20:5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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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대한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고유업무인 정부비축사업 실태와 지원사업인 급식시스템 운용실태, 조직운영 분야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는데 이 중 정부비축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생산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복잡 다양한 요인으로 이뤄진 농산물 수급문제를 단편적으로만 접근해 감사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생산자단체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농산물 수급문제는 농민들에게는 농업소득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며 그중에서도 비축사업은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수급에 중요한 비축사업 감사 결과가 농민들의 현실과 정반대 조치로 개선점이 제안되면서 향후 이 결과가 미칠 파급력이 우려된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비축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돼 비축농산물을 폐기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저율관세할당(TRQ)을 조기 도입하거나 증량해 낮은 가격의 수입농산물을 수입함으로써 농산물 가격상승 시 대응하라는 의견이다. 특히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한 TRQ 수입과 증량 문제로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TRQ 물량 미수입 문제를 지적한 것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정부비축사업은 국내산 수매, 수입산 수입으로 구분해 주요 농산물을 비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비축사업은 국내산 농산물을 수매 또는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 비축한 후 시장가격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방출해 농산물 수급조절이나 가격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정부비축사업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13조에 근거해 1995년 1월부터 고추, 마늘, 양파 등을 국영무역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1월 배추, 2014년 9월 무, 2016년 5월에는 두류(콩, 팥, 녹두) 수매계획을 수립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는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않은 감사였고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감사에서 나온 결과다. 농산물 작황은 수확량을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농산물의 가격은 변동이 심하고 수급문제는 언제나 힘든 일이다. 농업관측에서 수확량을 전망하고는 있지만 실제 생산량이 전망치보다 적을 때도, 많을 때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이상기후로 작황의 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농업관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향후 농업관측의 정확도를 높여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및 정책개발이 더 필요한 조치다.

감사원은 TRQ 증량을 물가조절용으로 판단해 편향적으로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가격상승만을 고려해 비축사업을 바라본 것은 농민들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비축농산물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가격 불안정의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축농산물을 시장에 방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물가조절의 용도로 농산물 수급을 편향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며 수급문제가 국내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검토돼야 한다. 단편적인 면만을 기준으로 농산물 수급사업을 평가해서도 이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도 안 된다. 농산물 수급정책은 농민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며 국가에게는 식량주권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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